허승범 씨가 아메리카노 커피를 내리고 있다. ⓒ에이블뉴스

2011년 바리스타 기초교육을 받기 시작한 허승범(25, 지적장애 3급) 씨는 3년여 과정을 거쳐 지금은 인정받는 바리스타가 되었다. ‘꿈앤카페 뜨란’을 지키며 손님이 원하는 메뉴는 무엇이든 척척 해낸다. 에스프레소 커피를 내리고, 카푸치노를 만들고, 아이스 슬러시도 담아낸다. 남양주시장애인복지관 '꿈앤카페 뜨란농장사업단'에 취업한 것이다.

처음 그는 시급제 근로자였다. 하지만 2013년 5월, 한국장애인개발원(원장 변용찬)에서 지원하는 '공공기관 연계 중증장애인 창업형 일자리지원사업' 수행기관인 '꿈앤카페 뜨란'에 4대 보험을 보장받는 정식 직원으로 고용되었다.

현재 허승범 씨는 남양주장애인복지관과 남양주시 제2청사, 평내도서관, 그리고 올해 1월 새로 문을 연 남양주시청 등 4곳의 ‘꿈앤카페 뜨란’ 프렌차이즈를 순환 근무 중이다.

기초훈련 후 1호점에서 실력을 키워 5월 현재 남양주시청 4호점에서 근무한다. 남양주시청 내 '꿈앤카페 뜨란' 4호점은 휴게실을 리모델링해 카페로 꾸미고, 청사 내‧외부 손님을 받고 있다. 1~4호점 중 손님이 가장 많은 곳이다. 승범 씨는 서비스 응대를 통한 대인관계 강화가 필요해 손님이 많은 곳으로 배치됐다.

허승범 씨가 손님을 응대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아침 8시30분에 출근하는 승범 씨는 카페 근로자가 해야 할 일들을 모두 해낸다. 청소부터 테이블 정리, 손님 응대는 물론, 재료‧금전관리 등 매장관리를 직접 한다. 동료 한명과 함께 일하는 일과가 별로 부담스럽지 않다.

“아침엔 깨우지 않아도 알람 맞춰놓고 스스로 일어나서 아침 먹고 출근하는 것까지 혼자서 잘 합니다. 바리스타 일을 본인이 워낙 좋아해서 엄마인 저도 만족스럽긴 합니다만, 나중에 혼자 생활하려면 기술이라도 배워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죠.”

허승범 씨의 커피제조 솜씨는 남양주시장애인복지관이 배출한 바리스타 중 최고를 자랑한다. ⓒ에이블뉴스

승범 씨는 고등학교까지 일반학교를 다녔다. 경계성 지능 장애라 특수학교를 가지 않았다. 그래도 친구들의 괴롭힘에 대처가 어렵고,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아 고2때 장애등록을 했다. 졸업 후 대학에 합격도 했지만 본인이 원하는 바리스타로 진로를 잡았다.

주5일 근무, 카페 특성상 주말이나 휴일에도 근무한다. 급여는 월 70만원. 교통비며 식대와 용돈으로 쓰고 남은 돈은 본인이 직접 관리한다. 지난해 허리디스크 수술을 할 때는 그동안 저축해두었던 100만원을 수술비에 보태기도 했다. 솔직히 그의 통장에 돈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부모님은 모른다. 승범 씨만의 비밀이다. 승범 씨는 앞으로 돈을 모아서 치아교정을 하고 싶어한다.

쉬는 날이나 반일 근무일이면 주로 집에서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편이다. 가끔은 혼자 외출도 하고 놀이동산에도 간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길도 잘 찾아다닌다. 매주 수요일에는 복지관에서 새로운 반자동 커피머신으로 교육을 받고, 체력단련도 한다.

“사람을 1대 1로 대하는 걸 무척 싫어합니다. 특히 낮선 사람을 대할 때는 위축되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게 보입니다.”

하지만 카페에 손님이 들어서면 “어서오십시오 뜨란입니다”라고 크게 인사하고, 손님에게 커피를 갖다 주는 일도 잘 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커피 제조기술은 복지관이 배출한 12명의 '꿈앤카페 뜨란' 직원 중 최고를 자랑한다. 덕분에 아침마다 들리는 단골손님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쉽지 않을 것 같았던 사회생활, 승범 씨의 하루하루는 그렇게 이웃들 속에서, 그들과 함께 지나가고 있다. 오늘도 승범 씨가 제조한 커피를 사람들이 맛있게 마시고 있다.

허승범 씨가 일하는 카페 '뜨란' 4호점 주방. ⓒ에이블뉴스

한편 '공공기관 연계 중증장애인 창업형 일자리지원사업'은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 지방자치단체(또는 공공기관), 현장의 직업재활 전문기관이 연계해 공공영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으로, 전국적으로 19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 담당 사무관은 “'꿈앤카페'를 통해 공공기관에서 장애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지속적인 일자리창출 노력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개발해 나갈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