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인턴으로 활동했던 이재희씨(왼)와 의정부 세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인턴으로 활동했던 안일환씨(오).ⓒ에이블뉴스

“‘일이 이런거구나’ 배우던 찰나에 중증장애인 IL인턴제는 끝나버렸어요. 80만원의 임금으로는 어디가서 밥도 제대로 사 먹을 수 없지만, 그래도 IL인턴제는 중증장애인들에게 절실합니다. 최소 1년 동안은 해야 업무를 배우고 집중하는 분위기 조성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지난해 10월부터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3개월간 중증장애 인턴으로 활동했던 이재희씨(38세, 지체1급)의 소감은 너무나 씁쓸했다.

그도 그럴 듯이 장애인의 노동권이라 함은 낮은 장애인고용률, 이행이 강제 되지 못하는 장애인의무고용제도, 일회적 생색내기에 급급한 장애인일자리사업 등이 그들의 참담한 현실이었다.

이런 참담한 현실 속 IL진영에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을 위한 ‘IL인턴제’가 제시됐고, 이를 정부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듯 했지만 그 끝은 참담했다. 겨우 3개월 뿐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시험고용 사업예산 일부를 활용해 IL인턴제를 3개월간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비록 80만원의 적은 급여였지만, 44명의 중증장애인들이 처음으로 직장을 가져봤고, 앞으로의 자립생활을 꿈꿔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2월27일부로 그들은 또 다시 원래의 삶으로 되돌아 갈 수 밖에 없었다. 고용당국은 3개월간의 시범제를 평가한 후, 이를 또 다시 적용할지의 여부를 정하겠다고 했지만, 1월이 절 반 가량 지금 현재 알려진 바 없다.

앞으로의 기약 조차 알려지고 있지 않아 인턴으로 활동했던 중증장애인 활동가들의 마음을 졸이고 있는 현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장애인 단체가 16일 이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증장애인 노동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본격적으로 장애인노동권을 위해 투쟁할 것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은 앞서 시행했던 3개월간의 짧은 시험고용제 적용이 아닌 정식제도로서 ‘중증장애인 인턴고용제’ 시범사업을 하반기에 벌일 것을 요구했다.

이는 시험고용 예산이 아닌, 별도의 예산을 꾸려 120만원의 급여를 지원하며, 50인 이상 사업장이라는 기준도 폐지시켜 모든 센터에게 기회를 주자는 것. 나아가 시범사업을 통해 2015년 정식 제도로 발맞추자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3개월간 IL인턴제를 적용했던 부산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경수 소장은 “우리 센터에 1명을 고용했는데, 3개월은 겨우 업무를 익히는 수준에 불과했다. 12월에 끝난 인턴제로 인해 그 인턴은 지금은 실업자 위기에 처했다”며 “급여와 조건을 따질 수 있는 비장애인과는 달리 중증장애인에게는 기회가 없다. 중증장애인에게 노동은 곧 생존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 소장은 “ 나 조차도 와상장애인인 중증장애인이다. 그런 내가 노동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IL센터다. 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중증장애인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게 기회를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의정부 세움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3개월간 인턴으로 활동한 안일환씨(23세, 지체1급)도 “처음에는 이 곳이 내가 도움이 되는건가, 오히려 센터에게 도움이 된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했었다. 분위기에 처음 적응하지 못해 1달간 의기소침해있기도 했다”며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선임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지금은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 계속 인턴제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같은 장애계의 요구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에 이어 3개월의 시험고용제를 적용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정식제도화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지난해 시험고용제로 했던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분석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 분석에 따라서 작년과 같이 시험고용제를 3개월간 적용할 예정”이라면서도 “이후 제도화를 위한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 예산 등으로 인해 제도화가 쉽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인턴들의 급여 80만원이 적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많은 부분을 검토해보고 나서 도입의 필요성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올해 계획은 아직 시험고용제 3개월 적용 정도”라고 덧붙였다.

16일 이룸센터 앞에서 ‘중증장애인 노동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본격적으로 장애인노동권을 위해 투쟁할 것을 선언하고 나선 장애인단체.ⓒ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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