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에서 청소하는 장애인근로자들.(작은 사진은 천안지청 담당 직원과 함께) ⓒ에이블뉴스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지청장 송인택)에 가면 4층 건물을 오르내리며 청소하는 장애인들이 있다. 불편한 몸으로도 땀을 뻘뻘 흘려가며 대걸레로 바닥 밀고, 손걸레로 계단난간 닦고, 사무실과 화장실, 복도까지 책임지고 반짝반짝 청소하는 이들. 진민경(51, 간질장애), 신은혜(63, 지체장애), 유미자(49, 뇌병변장애) 씨가 주인공이다.

이들이 대전지검 천안지청 청소를 시작한 지 두 달여. 주부들이라 청소자체는 어렵지 않다. 다만 노동을 요하는 일이고, 새로 하는 일이 익숙지 않아 처음엔 불편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이젠 몸도 적응을 했는지 거뜬하다고.

천안지검 ‘청소 삼총사’인 이들이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업으로 검찰청사에서 청소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한국장애인개발원(원장 변용찬)이 대행한 수의계약을 통해 천안지청과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문화사업단이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제도에 따른 청소용역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검찰청사에서 장애인이 청소용역을 맡아하기는 천안지청이 처음이다.

“그동안 10년 이상 일반 용역업체와 계약을 했거든요. 그런데 2012년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민관합동 워크숍에 참석한 후 청소용역을 우선구매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마침 청소용역 재계약 기간이라 과감히 바꾸기로 마음먹었다는 천안지청 김경호(실무관) 담당. 과정상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였다고.

“솔직히 장애인들이 이렇게 천안지청에서 청소를 할 수 있게 된 데는 윗분들의 배려도 있었지만 우리 김경호 실무관님의 공이 절대적입니다.”

신체장애인복지회 문화사업단 윤장원 본부장은 그동안 청사 내부 직원들의 반대여론이 만만찮았다고 귀띔한다.

두 사람이 뜻을 모은건 지난해 11월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린 공공기관 구매담당자와 생산 판매시설 종사자간의 워크숍. 같은 조에 편성돼 옆자리 앉아 조별토론을 하다가 청소용역도 한다는 얘길 듣고 김 실무관이 이를 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10년 이상 고용승계를 해 온 일반 용역업체를 하루아침에 장애인단체로 바꾼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엔 힘들었죠. 아마 대부분의 공공기관 근무자들이 비슷할겁니다. 장애인하면 공공기관 찾아다니며 물건 강매하는 이미지부터 떠올리거든요.”

장애인이 청소를 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이 부담스러워 했다. 더욱이 처음 청소를 하겠다며 취업한 장애인들은 계속 힘들다며 박스를 날라달라거나 재활용품을 치워달라는 등 이런저런 요구가 많았다고. 그러다보니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멀쩡히 잘하는 사람을 놔두고 왜 굳이 장애인을 고용하느냐, 보기도 안 좋고, 장애인이 청소는 잘 할 수 있겠느냐는 등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마침 2013년에 새로 청장님께서 부임해오셨고, 주임님도 노력해보라고 힘을 주셔서 그래도 밀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수의계약을 대행해주니 공공기관간의 계약이라 부담도 덜하더라고요.”

2013년 1월1일자 계약 체결 후 수 개월이 지난 지금, 청사 내부에서 터져나오던 불만들은 쑥 들어갔다. 오히려 이전 일반 용역회사 아주머니들이 청소할 때보다 더 깨끗해졌다, 반짝반짝 광이 난다는 애기들도 들리기 시작했다.

장애인근로자들이 천안지청 청사를 청소 중이다. ⓒ에이블뉴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가자 천안지검 내부 분위기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방치해오던 장애인주차구역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기 시작했고, 휴지 등 각종 물품도 우선 구매하는 등 관심영역도 넓어졌다. 2012년 핸드타올 등 210만7,900원어치를 우선구매한데 비해 2013년에는 상반기에만 182만 9,400원어치를 구매했다. 가능한 종류를 찾아 하나씩 구매 품목을 늘려가고 있으니 아마 내년에는 매출이 더욱 오를 터.

“저희 청사가 30년이나 된 낡은 건물이라서 웬만큼 청소를 해도 표가 별로 안납니다. 그런데 조금만 청소를 안하면 또 금방 지저분해보여서 아주머니들이 쉬는 시간도 특별히 없이 시시때때로 청소를 하시더라고요.”

삼총사는 현재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 본관과 별관, 제2별관 등 3개 동을 돌며 함께 청소를 한다.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8시부터 일을 시작해 오후 5시면 퇴근. 틈틈이 땀도 식히며 쉬기도 하기만 일을 보면 바로 바로 해치우는 편이다.

“직원분들이 물도 주시고, 수고한다는 말도 건네주시고, 너무 너무 친절하세요. 일이야 뭐 아무래도 4층을 엘리베이터 없이 오르내리다보니 조금 힘든 건 있는데, 그게 오히려 운동이 되는 것 같아 건강해지고 있어요.”

오가는 직원들과 인사도 하고 농담도 건네는 삼총사. 주부인 이들은 이곳에서 처음 만난 사이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언니 동생하며 지낸다.

진민경 씨는 장애인으로서 취업하긴 처음이라 고민도 있었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니 할만하다고. 성격 좋은 유미자 씨는 대구에서 대학교 기숙사 청소를 해 본 경험자.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가장인 그이는 두 언니들 사이에서 유화제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들이 받는 급여는 4대 보험 적용에 월 103만원 정도. 월급 받자마자 생활비에 보태기 바쁘지만 그래도 다른 일보다 여기가 괜찮은 편이라는 삼총사. 그래서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할거라는 그들의 표정에 자신감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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