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기자회견 모습.ⓒ에이블뉴스

올해로 장애인 활동보조인이 된지 6년째인 김정남씨(45세, 여자). 그녀는 하루에도 장애인 이용자를 몇 번씩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다보니 만성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산다.

4일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의 노동권 처우개선 기자회견에서 만난 정남씨는 오전부터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에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고심 끝에 빽빽이 적어온 원고를 읽어나갔다.

“단순히 보조하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의 강도가 굉장히 셉니다” 참다 참다 못해 정남씨는 1년 6개월가량을 한의원에 다니면서 치료를 받았지만 근무가 없는 주말을 이용하다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진료비에 많은 돈을 들여야 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조사에 따르면 1년 동안 신체중 어느 한 부위라도 통증이 있어 의료기관을 이용한 경우는 68.4%, 정남씨처럼 3개월 이상 만성적인 질환에 시달리는 경우도 39%에 달한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활동보조인의 임금은 주40시간을 꼬박 노동하고 수가(8810원)의 75%를 임금으로 지급받으면 113만원이 손에 쥐어진다. 활동보조인의 평균임금도 97만원 수준이다. ‘토끼’처럼 매년 뛰기 만하는 물가인 반면, 활동보조인의 임금은 ‘굼벵이’ 수준에 오늘도 계산기를 두드리며 한숨 뿐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행해지는 서비스인만큼 서러운 점도 많다. 아파도 아프다고 쉴 수도, 장애인 이용자 앞에서는 아파도 아픈 내색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서비스 노동자들의 ‘감정노동’을 그들도 겪고 있는 것.

정남씨는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나의 생각대로 일을 할 수 없다는 건 생각보다 힘들고 어렵다”며 “매번 남이 정해준 대로 움직이면서 살아간다는 것도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매번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살다보니 집안에서도, 비장애인 친구를 만나도 의견을 내놓지 않게 됐다는 그녀. “직업병 아닌 직업병”이라며 쓴 웃음을 짓는다.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만큼 활동보조인의 노동권 또한 필요하다는 정남씨. 다치면 쉬고 싶고, 아프면 위로도, 감정이 있으니 감정상하지 않고 싶다. 또 힘들게 일한 만큼 경제적 보상도 주어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4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기자회견 모습.ⓒ에이블뉴스

정남씨는 “사실 아들이 군대 가기 전에 활동보조인 일을 잠깐 아르바이트로 했다. 하지만 군 제대 후에도 아르바이트를 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활동보조인에게 아무런 피드백도 주지 못하는 센터, 센터가 알아서 하라는 복지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좋은 직업이니 추천해주란 말이 섣불리 나오지 않는다. 제발 생활임금과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게 처우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평택에서 자폐성장애인을 활동보조하고 있다는 이상만씨(49세)는 중계기관으로부터 황당한 피해까지 당했다. 지난해 중계기관과 이용자 간의 문제가 발생, 해결되지 않아 기관이 6개월 취소 처분을 받게 된 것.

센터에 소속됐던 140명의 활동보조인과 이용자들은 다른 센터로 이관돼야 했지만, 센터 측은 그 사실을 폐업을 며칠 앞두고 통보해주는 식이었다. 다른 기관으로 이관해야 했지만 기존 센터들은 그들을 받아주지 않았다.

겨우 어렵게 찾은 신설 중계센터에서 일하던 이씨. 하지만 그 센터에서 일하던 코디네이터는 “화장실청소가 너무 힘들다”며 활동보조인들에게 자신들의 일을 떠밀었다. 거듭되는 요구에 할 수 없이 청소를 했지만 극심한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이씨는 “활동보조인은 일이 끝난 시간까지도 기관에 저당 잡혀야 사는 거냐. 부당행위에 대한 공식사과를 요청해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며 “활동보조인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노동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덕규 활동보조인도 “활보 임금은 최저임금도 못 받는 수준이고 주휴수당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통증으로 인해 활동보조일을 그만둬야하는 분들이 많다. 나부터도 4년간 활동보조일을 하면서 한의원 정보에 빠삭하다. 노동할 수 있는 건강권과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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