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꿈앤카페'를 책임지는 최선혜 사회복지사(맨왼쪽)와 꿈앤카페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들.(아래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김소리씨,강현종씨,유호민씨,박종섭씨.ⓒ에이블뉴스

“금요일 5시59분 같은 존재”, “그냥 우리 동네사람들”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5명이 일하는 ‘햇살 꿈앤카페’에 대해 지역민들에게 물은 결과다.

15평 남짓, 경기도 동두천시청 주차장 한 켠에 마련된 이곳은 업무를 준비하면서, 나른한 오후를 깨우기 위해, 땀을 식히기 위한 지역주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장애인이 커피를 만든다고?” 인식은 전혀 없다. 특별히 “고생하시네요”라며 덧붙이는 사람도 없다. 이들에겐 그저 커피를 만들어주는 5명의 ‘바리스타’일 뿐이기 때문이다.

보조개가 매력적인 유호민씨(지적2급, 21세)는 꿈앤카페에서 일한지 1년이 됐다. “아무런 메뉴 시켜도 다 자신있어요”라고 수줍게 말하는 그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1시30분까지 5시간동안 카페를 지킨다.

오전 11시가 지난 시각, 준비에 한창인 호민씨는 스콘부터 브라우니까지 하나하나 전자레인지에 데운 후, 꼼꼼히 포장을 시작한다.

자신만의 고집도 있다. 시청에 볼일이 있어 찾은 아이엄마와 아이가 주문한 햄치즈샌드위치를 자르는 과정에서 “아기 먹게 한 번 더 잘라주세요”라고 말한 행정도우미 선생님에게 “괜찮아요. 그냥 먹어도되요”라며 고집을 부린다. “으그으그 고집쟁이!”란 핀잔에도 그저 싱글벙글이다.

걸어서 20분 남짓 거리인 상패동에 살고 있는 호민씨는 출근시간보다 30분 일찍 와서 기다리는 ‘부지런쟁이’이기도 하다. 일찍 와서 청소하고, 옷을 갈아입고 보타이를 메면 영업 준비 끝! 주로 우유스팀 작업을 한다는 호민씨는 계산도 스스로 하며 카페를 찾은 손님과 소통한다.

“맛있단 말이 가장 좋아요”라는 호민씨가 가장 자신 있는 메뉴는 아메리카노다. 햇살 꿈앤카페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1500원. 시중에서 4000원 남짓 팔리는 가격 절반이지만 맛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햇살 꿈앤카페’의 평균 판매량은 하루 50잔 정도, 1일 수익 30여만원이다. 월매출 600만원 정도. 전액 직원들 임금과, 재료비, 운영비로 사용되는 셈이다.

'햇살 꿈앤카페'의 일상적인 모습들.ⓒ에이블뉴스

‘햇살 꿈앤카페’는 동두천시가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실시하는 공공기관 연계 중증장애인 창업형 일자리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 추진됐다.

개발원으로부터 시설 인테리어 설치비 및 장비구입비용 5000만원 지원에 더해 시비 3000만원 등 총 8000여만원의 사업비를 투입, 지난해 2월12일 개소했다. 운영의 전반은 동두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한다. 지난달에는 개소1주년을 맞아 이벤트도 개최하기도.

1년 동안 꿈앤카페는 많이 달라졌다. 처음 동두천시청에 카페가 생기자 지역주민들은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 “장애인이 진짜 바리스타를 한다고?” “얼마나 잘해?”라는 호기심반 불안감 반으로 그들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1주년이 지난 지금은 불안감이 친밀감으로 전환, 오히려 단골이 많아졌다.

“오늘도 왔어요!”라고 호민씨가 말하는 ‘그녀’는 카페 건너편 법무사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이다. 매일 카페를 찾는다는 의문의 그녀는 오전에는 아메리카노, 오후에는 카페라떼를 시킨다.

“항상 똑같은 것만 시켜요. 그냥 자연스럽게 우리를 바라보고 가끔 웃어도 줘요. 아마 있다 오후에도 오시겠죠?”

호민씨와 오전파트를 책임지는 또 한명의 청년은 강현종(자폐2급, 23세)씨다. 호민씨의 부족한 세밀함을 채워주는 파트너다. 자폐장애 특성상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있는 시간이 많지만 먹을 것을 나눠주는 등 친밀감을 표현한다. 꿈앤카페에서 일하면서 ‘나’만 알던 현종씨가 동료 생각까지 하게 된 것.

“무엇을 잘 만들어요?”라는 질문에 “모르겠습니다”라고 시선을 피하는 현종씨. “생각하고 다시 말해”란 최선혜 사회복지사의 말에 “까불지마”라며 다시 쪼르르 주방으로 들어가고 만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다가도 주문이 들어오면 커피 샷을 열심히 내리고 탐핑을 하는 현종씨는 카메라가 들어오면 제법 깜찍한 표정도 잘 짓는다.

“여기서 일하는 친구들은 손님들을 만나면서 이런 저런 경험을 하고 자신감을 찾아요. 지역주민과 직접 마주하며 커피도 만들어주며 관계를 맺는 거예요. 저번 달에는 1주년 기념으로 자주 오시는 분들 홍보대사 9명을 뽑았어요. 앞으로 3년간 저희 카페를 홍보하시는 역할이죠.”

12시가 넘은 점심시간, 본격적으로 카페가 바빠지자, 오후파트 담당 박종섭(지적‧정신2급, 24세)씨가 출근한다. 오후12시30분부터 오후6시까지 오후를 책임지는 종섭씨는 카페 개소부터 함께 해온 ‘원년멤버’다. “당연히 메뉴 다 만들 수 있죠” 자신만만한 그는 최고의 메뉴로 ‘라떼’를 꼽았다.

이날 기자를 위해 카라멜마끼야또를 만들어주겠다는 종섭씨는 자신 있게 샷을 내리고, 우유스팀을 시작한다. 긴장감에 “아!”, “실패!”라는 그는 필살기 라떼아트까지 도전했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긴장해서요.”라며 수줍게 커피를 내민 종섭씨. 활발한 성격에 붙임성이 원래부터 좋았을까 싶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17살 무렵, 학교가 싫어 자퇴를 했다는데.

“양주에 있는 일반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안 맞았어요. 자퇴 후 방황을 많이 했어요. 사회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이후 복지관에서 교육을 받고 꿈앤카페에 들어왔어요. 지금 너무 만족해요.”

‘햇살 꿈앤카페’에서 많은 사회경험을 했다는 종섭씨에게도 인상 깊은 손님 2명이 있다. 동두천시청에 상주하는 ‘기자아저씨’와 초기에 자주 오시던 ‘눈웃음 여자분’.

“여자 분이 카드 계산을 하면서 사인하는 란에 눈웃음을 그려줬어요. 처음 받아봤거든요. 너무 좋았어요.”

따뜻한 햇살에 커피를 받아든 손님들은 카페 밖 파라솔 벤치에 앉아 커피를 즐긴다. 손님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동두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마련한 것이다.

벌써 2번째 카페를 찾았다던 고은진(53세, 경기도 동두천시)씨는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이 카페는 왔다갔다 자주 봐요. 맛도 괜찮고 오늘은 지인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만들었다고 특별히 다른 맛은 없잖아요. 맛있어요.”라고 덧붙였다.

꿈앤카페에는 커피 뿐 아니라, 복지관 소속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에서 만든 사탕바구니, 보호작업장에서 만든 콩나물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만나는 ‘로컬’인 셈.

“안전상의 문제 때문에 행정도우미 선생님이 배치된 것 뿐, 모든 것을 친구들 스스로 하게 해요. 긴장감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편이예요. 무엇보다 지역 비장애인들과 소통하며 자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구요. 여름에는 스무디 종류도 새롭게 도입할 계획이에요.”

‘티걱티걱’ 웃음이 넘치는 ‘햇살 꿈앤카페’는 장애인 바리스타 친구들이 비장애인과 소통할 수도, 당당히 사회경험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15평의 공간이었다. 더불어 종섭씨의 어눌하지만 또렷한 인사는 3월 맑은 따스한 ‘햇살’과도 같다. “어.서.오.세.요! 꿈앤카페 입니다!”

경기도 동두천시청내 자리잡은 '햇살 꿈앤카페'.ⓒ에이블뉴스

'햇살 꿈앤카페'를 찾은 손님들.점심시간이면 북적북적인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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