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들의 정성과 희망으로 만들어져 판매되는 '똘레랑스 쿠키.' ⓒ에이블뉴스

최근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중소상인의 슈퍼마켓을 ‘장애인이 만드는 맛없는 빵’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장애인단체들이 삼성테스코 본사를 찾아가 “이 회장은 장애인이 만든 빵이 얼마나 맛있는지 시식해보고 그런 말을 하라”며 미리 준비한 장애인 당사자가 만든 빵을 관계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과연 이 회장은 장애인이 만든 빵을 먹어보긴 한 걸까? 만약 장애인들이 운영하는 ‘까르페디엠 베이커리’에서 나온 맛있고 정성스러운 쿠키를 먹어본다면 절대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하지 못했을 것. 정신장애인 20명이 직접 쿠키를 만들어 판매하는 ‘까르페디엠 쿠키전문점’은 장애인들의 정성과 희망이 깃들어져 더욱 맛있는 쿠키가 탄생되는 곳이었다.

정신장애인 20명이 일하는 수제쿠키 전문점 ‘까르페디엠’

21일 오전 10시,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위치한 수제쿠키전문점 까르페디엠 작업장에는 6명의 회원들이 흰 제복과 모자를 갖춰 입고 작업대에 둘러서서 냉동된 쿠키를 칼로 썰고, 오븐에 넣을 쿠키를 정리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까르페디엠에서는 직원이라는 말보단 회원이라는 말로 호칭을 대신한다.

오전 9시 반부터 20명의 회원들은 매장에 모여 직업훈련교사 3명과 함께 위생교육을 받은 후 반죽, 성형, 오븐, 포장, 판매 등으로 나뉘어 일을 시작한다고 한다. 쿠키 주문에 따라 유동적으로 작업시간이 달라지지만 ‘현재의 삶에 충실하라’는 의미를 지닌 ‘까르페디엠’이라는 카페명을 마음속에 새기며 평균 오후 2시까지 맛있는 쿠키를 탄생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장애인이 만들었다는 편견?…손을 너무 많이 씻어 탈

‘까르페디엠’이 정식으로 문을 연 것은 2008년 3월. 장애인보호작업시설인 그린보호작업시설은 2006년 실업극복국민재단 자유공모사업에 지원했고 현재의 매장이 ‘동네가게’로 지정되면서 장애인이 만든 비누나 액세서리 등을 판매했다. 그러다 장애인들이 기술을 익히며 임금도 받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던 찰나에 2007년 보건복지가족부의 장애인직업재활기금사업으로 선정돼 지원비를 받게 됐고, 쿠키사업을 고안해 정부 지원금으로 고가의 오븐, 작업대, 반죽기 등을 구입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쿠키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다.

“맨땅에 헤딩이라고 할까요. 저희들끼리 머리 맞대고 제과·제빵책을 독학한 후 레시피 대로 만들며 수많은 노력을 했었죠.” 고성수 직업훈련교사는 쿠키사업을 시작할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까르페디엠을 처음부터 추진해 온 고 교사의 위생관리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매일 아침 위생 점검 시간을 갖고 식품안전교육과 함께 손톱검사 등을 실시하며 모두에게 가족들이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자고 교육합니다.” 장애인이 만드는 음식에 대한 편견이 있을까봐 더욱 더 청결을 필수 사항으로 관리하지만, 너무 자주 씻어서 탈이라고. “장애인이 만드는 음식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편견을 가질까봐 위생에 더 신경 쓰게 되죠. 잠깐 얼굴을 만져도, 머리를 만져도 무조건 알코올로 소독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작업장 밖으로 아예 나가지 않는 분들도 있는 걸요”라며 웃어 보였다. 그렇게 20명의 정신장애인들은 교사들이 일관된 노력과 시행착오로 터득해낸 쿠키 제조과정을 하나하나 교육받았다.

5개 쿠키에서 1년 반 만에 22개로 종류 다양해져

정성 가득 호텔급 수제쿠키, 가격도 저렴해 인기 쑥쑥

“정성 가득한 손맛이 깃들어진 수제 쿠키로 유통기한도 표시하며 늘 신선하게 주문받고 생산해 내는 게 강점이죠.”

꼼꼼한 관리와 노력으로 처음 선보인 쿠키는 총 다섯 종류. 하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 매장에는 22개 종류의 다양한 쿠키가 진열돼 있다. 색소와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버터만을 사용해 트랜스지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올해 1월부터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자원봉사로 매장을 방문하는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의 파티쉐 김현진씨 덕분에 쿠키의 맛과 질은 더욱 고급화됐다. 가격은 2,500원~3,000원. 대다수 제과점이 4,000원에 판매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굉장히 저렴하다.

호텔급 쿠키에 가격도 저렴하자 고객들의 반응도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만델슈니텐’, ‘후로렌티나’ 쿠키는 최고의 인기상품으로 업체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올해는 교회, 복지관, 카페, 백화점 등 총 10곳으로 납품업체가 늘어났다. 예전에는 거의 납품업체로 인한 수입에 의존했지만 최근에는 매장판매도 함께 늘어나고 있으며 바자회나 지역행사, 관공서 등의 행사에서도 판매가 잘 이뤄지고 있다.

‘까르페디엠’의 월 평균 매출은 약 350만원. 주문량에 따라 달라지지만 시작할 당시보단 매출액이 25~30% 정도 늘어났다. 판매액에서 재료비를 제한 수익금은 기본급에다가 직업평가에 따른 차등 지급액을 더해 회원들에게 배분된다. “얼마나 자발적인 모습을 보이고 열심히 하는지 한 달에 한번 평가하는데 회원들이 먼저 자신을 평가한 다음 저희가 평가해요. 자신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시고 자립하려고 하는 의지도 보여서 좋습니다”라며 고 교사는 회원들을 칭찬했다. 까르페디엠의 목표는 좀 더 쿠키 판매 수익률이 늘어 회원들이 최저임금 이상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전문적인 인력이 보강돼 더 맛있는 쿠키로 고객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장애인이 만든 맛없는 빵? NO!’ ‘장애인이 만든 맛있는 빵! OK!

모두의 노력으로 완성되고 점점 인기를 더해가는 까르페디엠 쿠키. 쿠키 포장지 앞에는 ‘똘레랑스’라는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시설장인 홍재현 씨는 “똘레랑스라는 말은 타인에 대한 존중을 뜻하는 프랑스어에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해 차별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같이 더불어 살자는 뜻에서 쿠키 이름으로 만들었죠”라고 말했다. 덧붙여 홍 씨는 “저희 쿠키 맛을 아직 못 봐서 장애인이 만든 것은 맛이 없다고 편견을 갖는 사람들이 더러 있나 봐요. 그래서 전 이 맛있는 쿠키를 좀 더 홍보하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고 말했다. 이 한 마디에도 ‘똘레랑스’ 정신이 뚝뚝 묻어났다.

주방 오븐에는 알맞은 크기로 썰어진 초코쿠키가 차곡차곡 들어갔다. 조금 있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초코쿠키가 완성되어 나왔다. 포장 담당을 하는 회원들이 모여 예쁘게 포장을 했다. 쿠키에 붙어있는 글씨가 눈에 확 튄다. ‘똘레랑스.’ 장애인이 만든 쿠키가 얼마나 맛있는지 보여주자. 까르페디엠은 오늘도 손을 깨끗이 소독하고 작업대 앞에 섰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위치한 수제쿠키점 '까르페디엠'의 모습. ⓒ에이블뉴스

까르페디엠 회원들이 작업대에서 쿠키를 썰고 있다. ⓒ에이블뉴스

*구입 문의 : 전화 수제쿠키전문점 ‘까르페디엠’ 02-352-2477, 02-352-2475 인터넷 판매 서울특별시립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 에이블마켓 ablemark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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