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운행되기 시작한 서울시 장애인콜택시가 졸속 운영으로 장애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장애인콜택시 동행 취재

속았다는 생각

2003년부터 서울시에서 장애인콜택시를 운행한다는 소식을 들은 지체1급 휠체어 장애인 박정일(40)씨는 새해를 맞으면서 마냥 마음이 들떠있었다. 여행사 직원인 그는 차가 없기 때문에 이동 문제로 늘 곤욕을 치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애1, 2급만 탈 수 있고 택시 요금의 40%에, 집 앞까지 찾아와 휠체어를 타고 오르내릴 수 있는 택시. 박씨는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날을 학수고대했고 새해가 되자마자 콜을 신청하니 신기하게도 노란 콜택시가 집 앞까지 찾아와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날 그는 낭패를 보아야 했다. 택시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박씨는 자신 같은 직장인의 경우 택시가 정확하게 시간을 맞추어줘야 하는데 연결이 되지 않거나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몇 십 분씩 기다려야 하는 현재의 콜택시 제도는 자기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박씨는 속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ST-Door 서비스…장애인콜택시

서울시는 2002년 12월 16일 장애인콜택시 발대식을 성대히 갖고 2003년 1월 1일부터 100대의 택시로 정식운행을 시작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공약이기도 한 장애인콜택시 운행은 중증장애인의 이동권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서울시의 확고한 의지로 시행되는 본격적인 장애인 ST서비스(Special Transportation Service, 특별수송서비스)이다.

집까지 찾아와 장애인을 싣고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어 Door-To-Door 서비스라고도 불리는 ST서비스는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의 이동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선진 구미 각국에서는 이미 3,40 년 전부터 도입된 가장 기본적인 중증장애인 복지 서비스의 하나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올해부터 도입된 서울시의 장애인콜택시는, 그러나 시행 초기여서 그런지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서울시는 운전자들에게 95만원을 기본급으로 제공하고 이용요금으로 연료비와 차량유지비를 쓰라고 했지만 이용요금보다 더 드는 연료비는 운전자들의 의욕을 꺾고 있다.

콜택시는 가스 먹는 하마

운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가스비가 엄청나다고 한다. 3만원어치 가스를 넣으면 이용요금은 2만원이 안 될 때가 많다는 것이다. 달리면 달릴수록 손해가 되는 것이다. 엄청난 가스사용에 대해 콜택시 기사 박명수(50)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차의 뒷부분을 너무 높게 올려서 공기의 저항을 많이 받아요. 그리고 리프트를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철로 만들어 무게가 150kg이 넘으니 뒷부분이 너무 무겁습니다. 마치 앞에서는 막고 뒤에서는 잡아당기는 꼴이죠. 경유라면 모를까 가스니 더욱 힘이 들죠. 일반 스타렉스 연비가 7km라고 하는데 이 차는 3km를 겨우 넘는 것 같아요."

이에 대한 대책을 아직 서울시에서는 내놓고 있지 않으니 운전자들은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당할까 불안해하고 있다. 더구나 가스비 외에도 통신비용, 차량유지비나 공과금까지 운전자가 떠안아야 한다. 벌써 3,40 명의 운전자는 떠나버렸다. 달릴수록 손해가 나니 일부 운전자는 아예 차량운행을 기피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눈 오는 날이나 밤 시간에는 운행횟수가 적다는 것은 이용자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기사들의 불안은 고스란히 이용자들에게 불편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콜 요청은 넘치는데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콜택시 없을 땐 어떻게 다녔어요?"

▲지난 12월 성대한 발대식으로 시작한 서울시의 장애인 콜택시 사업에 대한 잡음이 들리고 있다. 이미 30∼40명의 운전자들은 콜택시 운행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에이블뉴스>
전동휠체어를 타는 뇌성마비 장애인 오성환(36)씨는 콜 전화를 했다가 연결 담당자에게서 황당한 말을 들었다. 연결이 되지 않자 두, 세 번 계속 전화를 걸었더니 ‘콜택시 없을 땐 어떻게 다녔느냐‘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저같이 100kg에 가까운 무거운 전동휠체어를 타야하는 경우 콜택시가 아니면 정말 절망적입니다. 다른 종류의 장애인들이야 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으나 저희 같은 경우는 막막합니다.”

콜택시가 생긴 후 가장 살맛이 난 사람은 오씨 같은 전동휠체어를 타는 초(?)중증지체장애인들이다. 그동안 제대로 다닐 수 없었던 이들은 그나마 다닐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불만은 많다. 오씨는 “제대로 연결되지 않을 때는 참 힘들어요. 특히 밤 열 시까지 택시가 운행된다고 하지만 오후 일곱 시가 넘으면 차량 연결이 쉽지 않습니다. 다른 대체 수단이 없어 안심하고 다닐 수가 없으니 진정 중증장애인의 이동권이 보장된 것이지 의문이군요. 전동휠체어 장애인에게는 특별한 대책을 세워줘야 해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휠체어가 필요 없는 지체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비싸고 연료비가 많이 드는 리프트차량보다는 일반 승용차를 이용해 콜택시서비스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중증 ST서비스는 기본적인 권리

콜택시에 대해 이용자나 운전자들의 불만이 높은 것에 대해, 콜택시 운행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운영과 김동언 과장은 예상보다 연료비가 많이 나온다는 것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면서 “운전자들에게 손해가 되지 않도록 보전해주는 방법을 현재 찾고 있으니 곧 해결 방안이 나올 것입니다. 그러면서 운전자가 콜을 세 번 이상 거부하면 퇴출을 시키는 등 운행관리를 엄격하게 적용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또한 야간 이용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 100대 중 하루 80대의 콜택시가 시차를 두고 운행에 나서는데 밤 8시 이후에는 20대만이 운행되고 있어 이 문제는 차량이 증차되어야만 해결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휠체어 지체장애인들은 하루 전 예약을 할 수 있으니 이 제도를 이용하면 비교적 안심하고 차량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장애인콜택시 운영을 두고 “일생의 한을 풀었다”는 말을 했다는 어느 장애인의 얘기에 눈시울이 글썽거릴 정도였다며 말한 적이 있다. 한 운전자는 10년 만에 처음 외출을 했다는 장애인을 드라이브시켜주면서 가슴이 뭉클하였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애인콜택시를 바깥세상 구경시켜주는 정도의 온정적인 면에서 접근하면 곤란하다. 장애인콜택시는 가엾은 장애인을 위해 서울시에서 혜택을 베푸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이동권 요구는 천부적인 권리로 사회와 정부는 당연히 해결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ST서비스는 중증지체장애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기본서비스인데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무관심으로 일관하였던 것이다. 어렵고 힘든 사람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복지의 기본을 생각해본다면 우리나라의 ST서비스는 너무 늦게 도입된 것이다. 이미 장애인용 승용차에는 각종 혜택을 주고 있고 대중교통에도 편의시설을 갖추려고 노력 중이면서 손수 운전도 못하고 대중교통조차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중증지체장애인의 이동권에는 아무런 조치도 없었던 것이다.

대중교통의 80%가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추어졌다는 미국에서도 2001년도 한 해 ST서비스의 이용건수가 1억 회를 기록했다고 한다. 아무리 대중교통에 편의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도 ST서비스는 필요한 것이다. 이런 이동 지원을 통해 중증장애인들은 교육받고 취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장애인 취업률이 높은 데는 이동권이 완벽하게 지원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본격적으로 운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서울시의 장애인콜택시도 중증장애인의 이동권 확보라는 관점에서 계획되고 운행되어야 한다. 단지 나들이나 바깥 구경시켜준다는 수혜적인 차원이 아닌 장애인콜택시를 통해 중증장애인들도 사회구성원으로 자기 일을 찾고 자기 위치를 확보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생산적 복지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중증장애인들, 특히 중증지체장애인에게는 가혹하다. 현재 서울에서 리프트 차량으로 장애인 이동 지원을 해주는 곳이 또 하나 있는데 지체장애인협회 서울지부에서 운영 중인 중증장애인심부름센타이다. 여기에는 여섯 대의 리프트 차량이 있는데 두 대는 몇 개월째 주차장에서 잠자고 있다. 서울시의 지원으로 구입한 차량인데 서울 시민의 돈이 잠자고 있는 것이다. 여기 운전자의 말을 들어보면 이용자 중 정말 리프트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 중증지체장애인은 10%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시각장애인이나 걸을 수 있는 장애인이라고 한다. 그는 정말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은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한다.

김동언 과장은 “많이 이용하시어 빨리 증차가 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이 차를 자기 자가용으로 생각해 하루 종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시민의 차로 여겨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당부를 했다. 그러나 당분간 많은 중증장애인들은 콜연결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을까봐 불안해할 것이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 직장도 다니고 사회활동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도 살 수 있는 사회가 빨리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콜택시가 그런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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