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동권연대 박현 조직국장이 일본에서 가져온 슬로프(경사로)를 기자들앞에서 펼쳐보이고 있다.<에이블뉴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현실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하더라도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가 약 15cm∼20cm나 되어 휠체어 앞바퀴가 빠지는 위험을 안고 있으며 전동차와 승강장의 단차가 7cm이상 넘는 곳도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물론 일반인도 위험을 안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녹색교통운동에서 지난 1994년 3월부터 4월까지 제1기 지하철역사 106곳을 조사해 내놓은 실태조사 결과의 일부분이다. 거의 10년이 지났지만 이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지적사항은 아직도 유효하다. 오이도역 장애인리프트 추락참사 2주년이 되던 22일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 회원 60여명은 지하철1호선 서울역에서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의 간격과 높이 차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가졌다.

이날 장애인이동권연대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승강장과 차량사이의 넓은 간격으로 인해 휠체어 앞바퀴가 승강장과 차량사이의 구멍으로 빠지는가 하면, 승강장과 차량사이의 높이 차이로 인해 혼자서는 탑승할 수가 없다"며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에 의하면 승강장과 차량사이의 간격이 3cm 이내로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지하철역이 이 보다 훨씬 넓으며 서울역의 경우는 15cm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인이나 어린아이에게도 위험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가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에 휠체어 바퀴가 끼는 것을 보여주는 시연을 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승강장과 차량 사이의 높이차이 또한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장애인이동권연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 3, 4호선의 경우 승강장과 차량 사이의 높이차는 대략 5cm이내고 5호선은 거의 모든 역이 5∼6cm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이동권연대는 "높이 차이가 많이 나면 휠체어 앞바퀴를 들어야하는데 이럴 경우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지하철을 탑승할 수 없다"며 "장애인들뿐만 아니라 노인이나 어린아이 등에게도 매우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제2차 장애인복지발전5개년계획안에는 정부는 도시철도 안전기준 강화를 위해 '신설되는 도시철도는 차량과 승강장과의 간격을 좁게(5cm)라고 승강장 높이와 차량바닥면과 높이차를 최대한 적게 유지(±1.5cm)'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의 시행규칙 제2조 1항의 '편의시설의 구조·재질 등에 관한 세부기준'에서 명시한 승강장과 차량 사이의 간격은 3cm 이내로 한다는 규정을 스스로 위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새로 신설되는 철도에만 적용하겠다는 단서를 달아놓아 기존 역사의 위험은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5개년계획 편의증진법 3cm 무시

▲집회에 참석한 장애인이 손가락으로 일본 지하철 역무원이 슬로프를 설치하고 있는 그림을 가리키고 있다.<에이블뉴스>
22일 한국보이스카웃빌딩에서 열린 '제2차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계획 수립 관련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선 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배융호 실장은 "신설될 역사보다 기존의 역사가 훨씬 많은데 5개년계획안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며 "대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어명소 육상교통과 사무관은 "승강장과 차량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것과 높이 차이를 완화하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라며 "다른 방법을 찾아 보완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일본의 경우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의 간격이 넓은 역사에는 역무원이 직접 나와 간이 경사로를 설치해 준다" 이날 서울역에서 직접 시연회를 벌였다. 이러한 대안에 대해 어 사무관은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그런 식으로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이런 문제는 복지부와 서울시 등에서도 나서서 해결해야할 것 같으며 건교부에서도 도시철도와 협의해 5개년계획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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