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장애인들이 주위 사람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공식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에이블뉴스>

취임식장에서 쏟아낸 노 대통령에 대한 장애인들의 소망

"빈부격차 줄어주세요." "장애인이 편한 세상 만들어주세요." "말로만 복지를 발전시킨다고 하지말고 실천해주세요."

25일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장애인들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다양한 요구를 쏟아냈다. 특히 장애인들은 장애인, 비장애인 구별없이 모두 편하고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으며 말이 아닌 실천을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공식 취임행사가 시작되기 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장애인들의 기대의 목소리를 들어 봤다.

"100%는 아니더라도 실천하는 복지를…"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한국교통장애인협회 인천시계양구지회 오대규 지회장과 그의 아내 윤영화씨.<에이블뉴스>
"말로만 복지를 한다고 하지말고 실천을 해줬으면 좋겠다."

한국교통장애인협회 인천광역시 계양구지회 오대규(62) 지회장의 소망이다. 오 지회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전 대통령과는 달리 장애인복지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고 들었다"며 "말로만 하려고 하지말고 실천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같이 동행한 오 지회장의 부인 윤영화(52)씨는 "장애인들을 너무 무시하는데 무시하는 시선으로 보지말고 일반인들과 똑같이 봐줬으면 좋겠다"며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께서 그 실천을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체장애인 가진 아내를 두고 있다'는 정영도(55)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장애인들을 위해 충분한 복지지설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장애인들이 바라는 요구에 대해 100%는 아니더라도 70%만이라도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수레바퀴선교회에서 휠체어 무료수리활동을 하고 있다는 김두영씨는 "무엇보다 공정한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장애인복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지만 한꺼번에 다 바랄 수는 없고 무엇보다도 교통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이, 아침 못 먹여 학교 보내는 아비 심정 헤아려 달라"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사를 하는 모습이 멀리 스크린으로 보이고 있다.<에이블뉴스>
기대와 소망과 함께 하소연을 쏟아내는 장애인도 있었다. 30년동안 장애인으로 살아왔다는 천상언(39·인천 연수구 동춘동·뇌병변2급)씨는 장애인들이 기초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신지체2급을 가진 아내와 같이 살고 있는데 노점장사 등을 하며 어렵게 살아왔다. 정말 살아오면서 내가 복지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 아이가 아침에 밥을 굶고 학교에 가는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힘없고 나약한 장애인들을 위해 기초생활보장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날 취임식장에는 장애인 가족들이 함께 초청을 받고 오기도 했다.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딸과 함께 취임식에 참석한 사공춘(전남 여수)씨는 "장애인이라고 하면 휠체어에 나약하게 있는 장애인을 연상하지만 정신지체아이들은 모습은 일반인하고 다를 바가 없지만 평생을 부모에 의지해 살아가야 한다"며 "내가 이번에 취임식장에 초청을 받은 것보니 이제 정신지체장애인도 장애인으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온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소아마비로 지체장애2급을 안고 살아온 유현철(서울시 마포구 노고산동)씨는 "대통령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밖에 바랄 것이 없다"고 소망을 짧게 말했다. 그의 아들 유승범(23)씨는 "장애인시설을 만들었으면 좋겠고, 장애인에게 도움을 많이 줬으면 좋겠다"며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대했다.

"빈부격차 없이 국민 모두가 잘 사는 사회가 왔으면…"

▲계획한 모든 것을 차질없이 이루기 바란다는 정립회관 이완수 관장.<에이블뉴스>
장애인단체장들의 소망도 이어졌다. 광주장애인총연합회 정병문(지체장애1급)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소외계층을 우선적으로 해서 복지를 시행한다고 말해왔고, 기치 자체를 참여복지로 내걸었다"며 "장애인들이 별개의 장애인들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 사회 속에서 같이 가는 그런 참여복지를 대통령이 이뤄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송자(지체장애1급) 서울기능장애인협회장은 먼저 "노무현 대통령은 장애인들뿐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빈부격차를 줄였으면 좋겠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이 회장은 "장애인복지는 88올림픽이후로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지만 장애인들과 비장애인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과 장애인들과 정말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립회관 이완수(지체장애1급) 관장은 "새 정부에서는 장애인복지예산이 대폭 증액된다고 해서 장애인들로서는 큰 기대를 갖고 있다"며 "아무튼 계획한 모든 것들이 차질 없이 진행돼서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모두가 편안한 사회가,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한국교통장애인협회 노원구지회 이진우(지체장애2급) 지회장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장애인복지가 다른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면 "노 대통령이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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