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근 전 사무국장이 활동했던 장애인이동권연대의 조끼.

8일 오전 기자는 최근 장애인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 엄태근 전 사무국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인 A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에이블뉴스를 통해 기사를 잘 보고 있다"고 말하며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냐"고 물었다. 그리고 곧 기자에게 "자신이 그 피해자"라고 고백했다. 약 40분간 진행된 전화통화를 통해 A씨는 자신이 성추행을 당하게 된 배경과 그 모든 과정을 비롯해 자신이 이 사건을 공개하기까지의 고뇌를 기자에게 털어놓았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기사화 해 줄 것을 요청했다.

A씨는 자신 또한 장애운동가로서 현재 장애인계에서 장애운동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장애인이동권연대가 자신의 사건이 공개됨으로써 받고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번뇌하고 있었다. A씨가 지난 8월에 발생한 사건을 지금에서야 공개하게 된 것 또한 장애인운동가로서 자신이 속해서 펼치고 있는 운동과 그 조직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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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가해 남성으로부터 처음 성추행을 당하게 된 때는 8월초였으며 똑같은 사건을 반복해서 경험하게 된 때는 장애인이동권연대가 국가인권위원회 점거농성을 시작한 이후인 8월말 경이었다.

"이동권연대가 인권위 점거 농성을 시작한 것은 저에게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왔어요. 저 또한 장애운동가로서 운동이 지향하는 바를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당한 사건을 속으로만 품고 있어야했죠. 인권위 농성이 시작되고 나서 인권위 지지방문을 갔어요. 그리고 엄 전 국장을 만나게 됐죠. 저는 아는 척도 하지 않았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저를 따라와서 미안하다고 말을 했지만 저는 '내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하고 싶다'라며 뿌리쳤어요. 그 후에 또다시 인권위 농성장을 찾은 적이 있었고 다시 엄 전 국장을 만나게 됐어요. 그 당시 엄 국장은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힘든 고민을 하고 있었고, 저 또한 같이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정서적으로 이해를 할 수 있는 측면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저에게 한 그의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왜 나에게 그런 행동을 했느냐?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따져 물었죠. 엄 전 국장은 '미안하다'고 말했고, 같이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고민들에 대해 우리는 그날 또 많은 얘기들은 나눴어요. 그런데 그날 또 그런 일이…."

똑같은 일을 두 번이나 당했지만 역시 A씨는 이 사건을 입 밖으로 내놓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 당시 장애인이동권연대가 펼치고 있던 단식농성이 지닌 사회적인 의미가 너무 컸으며 장애운동가로서 그 것에 해가 되는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A씨는 중증장애여성운동가로서 비장애남성동료부터 당해야 했던 기억하기 싫은 그 사건에 대해 혼자서 삭이는 것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최근 이 사건을 세상에 공개하게 됐다고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그리고 현재 A씨는 이 사건을 풀어가고 있는 엄 전 국장과 장애인이동권연대, 언론 등의 방식과 태도에 대해 심한 분노를 느끼고 있는 자신의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A씨는 현재 피해자와 가해자간 뭍밑에서 떠돌아다니고 있는 소문에 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성추행 및 성폭행 사건이 세상에 공개되면 피해여성은 각종 유언비어 및 소문으로부터 '2차적 가해'를 당하기 십상이란 사회적 통념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A씨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잘 알고 있는 몇 명의 지인들은 유언비어 내용이 터무니없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A씨 또한 여느 성추행사건 피해자들처럼 근거가 없는 소문들에 의해 심한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그 소문들이 결코 진실이 아님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A씨는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드러내서라도 진실을 밝히고 싶은 심정을 기자에게 전하면서 "내가 현재 당하고 있는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는 A씨가 비가 오는 날 차 속에서 비장애남성으로부터 '나는 너를 지금 성희롱하고 싶다. 너는 반항할 수도 없잖아'라는 말까지 들으며 성추행을 당해야했던 그 고통과 현재 느끼고 있는 정신적 번뇌에 대해 기자는 "제가 어떻게 감히 짐작할 수가 있겠냐"고 위로했다.

A씨는 최근 발표된 엄 전 국장의 공개사과문에 대해서도 "피해자인 나에 대한 책임 문제는 생략한 상태의 그 사과문은 나에 위한 사과문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공대위를 통해 재사과문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A씨의 심경고백내용과 관련 사실 확인을 위해 기자는 엄태근씨와 수 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접촉하는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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