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지난 2006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이후, 정치, 교육, 문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장애인의 참여가 늘었지만 공적개발원조(ODA) 분야는 여전히 접근이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3년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2013~2022) 주도국으로 장애분야 국제개발협력사업을 추진, 장애포괄적 개발협력의 시작단계라 할 수 있다.

그 이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장애포괄적 개발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나 장애유무에 따른 수혜 대상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성과 측정이 어렵고 장애 특정적 사업도 매우 적다. 특히 이러한 프로젝트에 장애인당사자의 참여는 드물다.

이에 따라 장애인의 해외봉사 및 국제개발협력 활동이 활발한 일본과 호주의 사례를 연재한다. 두 번째는 호주의 사례다.

호주국제개발처(Australian Aid), 장애인 자원봉사단 파견

호주 국제개발협력 및 공적원조를 담당하고 있는 오스에이드 ⓒAusAid

오스에이드는 봉사자 파견 프로그램인 AVID(Australian Volunteers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를 통해 2011년부터 현재까지 약 13,000명의 봉사자를 해외에 파견했다.

현재 1,212명의 봉사자가 AVID를 통해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장애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223명의 봉사자 중 4명이 장애인 당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2017년 기준)

오스에이드는 ‘모두를 위한 개발 2015-2020: 호주 원조프로그램의 장애포괄적개발 강화전략’(Development for All 2015-2020: Strategy for strengthening disability-inclusive development in Australia’s aid program)과 외교부 ‘장애행동계획 2017-2020’(Disability Action Strategy 2017-2020)을 통해 국제개발협력에 있어서 장애인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지만, 장애인봉사단원의 장기 해외 파견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스에이드 홈페이지에 게시된 봉사단원 모집 요강을 살펴보면, 장애인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으며 개인의 필요에 따른 편의제공 및 추가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한, 오스에이드는 2016년 장애인역량강화기술교류(Disability Empowerment Skills Exchange, 이하 DESE)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장애인 봉사단원으로 구성된 팀을 피지와 라오스에 한 달간 파견하였다.

DESE 프로그램은 장애인 당사자를 봉사활동의 주체로 하여 개발도상국 장애인의 역량강화와 사회참여 증진을 목적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으로, 호주 정부의 ‘모두를 위한 개발 2015-2020’ 전략 달성과 장애인 당사자주의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

DESE 프로그램으로 피지와 라오스에 파견된 팀들의 사례와, AVID 장기 봉사단원으로 파견된 시각장애인의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피지 장애인 대상 리더십교육 진행

시각장애인 봉사자(오른쪽)가 피지의 장애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Scope Global

네 명의 시각장애인과 한 명의 청각장애인으로 이루어진 DESE 봉사활동 팀은 지난 2016년 피지에 약 한 달간 파견, 다섯 개의 장애인 시설을 방문해 현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리더십교육을 진행했다.

프로젝트 담당자 알렉스 케이(Alex kay)는, “현지의 장애인들은 방문한 호주의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것을 부러워했으며, 자신도 그렇게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했다”며, 장애인 봉사단이 가져온 긍정적인 동기부여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팀의 리더인 캐롤라인 콘론(Caroline Conlon)은, “우리의 방문이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깨뜨렸다는 점을 확인했다. 우리가 혼자가 아닌 팀으로 방문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역사회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라오스 장애인의 스포츠 참여와 일자리 사업 지원

팀의 리더인 크리스(왼쪽)와 패럴림픽 농구선수 출신의 봉사단원 셸리(오른쪽) ⓒABC: Aaron Kearney

2017년 라오스에 파견된 네 명의 DESE 봉사활동팀은 한 달 동안 ‘장애인의 스포츠 참여 및 일자리사업 지원’이라는 두 가지 목적으로 활동했다.

패럴림픽에 참가했던 농구선수 출신의 봉사단원 셸리 채플린(Shelley Chaplin)은 라오스 휠체어농구 국가대표팀의 훈련과 장애통합 스포츠 프로그램의 계획을 도왔다. 팀의 다른 단원들은 라오스 장애여성개발센터에서 장애여성들의 일자리 창출과 접근성 향상을 위한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다.

호주에서 장애인 인권활동가로 일했던 팀의 리더 크리스 커(Chris Kerr)는 “라오스에서 보낸 한 달 동안, 지난 20년간 호주에서 장애인으로 살아온 것보다 더 큰 어려움을 느꼈다. 접근가능한 시설이 매우 부족해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심지어 화장실도 누군가 있어야만 갈 수 있었다.”며 라오스 장애인이 처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벤 클리어, 남태평양 섬나라에서 시각장애인 교육에 앞장

사모아의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교육을 하고 있는 벤 클레어(오른쪽) ⓒAusAid

선천성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벤 클레어(Ben Clare)는 과거 맹학교 교사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공학 기술개발자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남태평양 섬나라의 시각장애인을 위해 일하고 있다.

그는 AVID 프로그램을 통해 2008년 8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솔로몬제도에 파견되어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점자와 컴퓨터를 가르쳤고, 2010년 7월부터 2012년 3월까지는 사모아에서 시각장애학생 통합교육을 지원하는 동시에 시각장애인단체 역량강화교육을 진행했다.

AVID로서의 파견이 끝난 후에도, 그는 여러 경로를 통해 키리바티, 동티모르 등 남태평양의 섬나라에서 10년째 시각장애인 교육에 앞장서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제시각장애인교육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for Education of People with Visual Impairment)의 의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장애인 봉사단을 해외에 파견하기 위해서는 활동장소의 접근가능성을 확보해야하고, 개인의 필요에 따른 추가적인 지원을 제공해야하므로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봉사단원이 파견이 필요한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는 인프라가 갖추어져있지 않아 파견에 따른 비용이 커지고, 필요한 보조기구도 찾기 어렵다.

일본과 호주의 사례에서와 같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진행할 때, 장애인이 사업수행주체로 참여하면 더욱 정확하게 수혜자의 욕구를 파악할 수 있으며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다. 또한 긍정적인 롤 모델의 역할을 하여, 다른 장애인들에게 자신감과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 출처:

1.「Evaluation of the Australian Volunteers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program」, Office of Development Effectiveness, 2014

2. http://www.abc.net.au/news/2016-12-05/volunteers-with-disabilities-pave-way-for-more-exchange-trips/8092108

3. http://www.scopeglobal.com/lets-make-inclusion-everyones-business/

4. https://www.abc.net.au/abc-international-development/disability-indignity-fires-fresh-fight-for-fairness/9008026

※ 이글은 인천전략이행 기금 운영사무국을 맡고 있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외협력부 진솔 주임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인천전략’은 아‧태지역에 거주하는 6억 9천만 장애인의 권익향상을 위한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2013~2022)의 행동목표로,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인천전략사무국으로서 국제기구협력사업, 개도국 장애인 지원 사업, 연수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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