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 농성장에서 ‘1박 2일 농성, 세계장애인의 날 1일차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우리의 요구가 모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정부 예산보다 더 증액된 국회 상임위원회의 장애인권리보장 예산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장애인이 더는 배제되지 않도록, 우리의 노력이 물거품 되지 않도록 예산을 그대로 통과시켜 주십시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1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 농성장에서 ‘1박 2일 농성, 세계장애인의 날 1일차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세계장애인의 날인 12월 3일은 1982년 유엔 총회를 통해 ‘장애인에 관한 세계 행동 계획’이 채택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992년부터 공식 지정됐다.

전장연은 세계장애인의 날이었던 지난해 12월 3일부터 지금까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며, 약 1년 동안 46차례 ‘출근길에 지하철을 탑니다’를 비롯해 239일차 지하철 선전전과 141일차 삭발투쟁을 이어왔다.

하지만 1년간의 투쟁에도, 30번째 세계장애인의 날을 앞둔 이날까지도 우리나라의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여전히 일상적 차별과 배제의 삶 속에서 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하라’, ‘발달장애인 주거지원 대책 마련하라’ 피켓을 들고 있는 활동가들. ⓒ에이블뉴스

이러한 투쟁의 결과 2023년도 정부예산안을 심사하는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증액되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보건복지위원회는 활동지원 수가 1만 7,000원 인상, 탈시설 장애인 활동지원 추가 시간 240시간 등을 반영해 정부안 대비 총 6,358억여 원의 예산을 증액했다. 국토교통위원회 예산심사소위 또한 장애인 이동권 예산 총 973억여 원을 증액했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근로지원인을 1만 명에서 1만 2,000명 확대에 따라 정부안 대비 256.4억 원을 증액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각 상임위에서 반영된 장애인권리예산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소위에서 본격적으로 심사하게 된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우리가 한 투쟁은 시민을 볼모로 잡은 것도, 단체의 이익을 추구한 것도 아니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정당한 권리 예산을 요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예결위에 장애인권리예산이 넘겨져 논의되고 있다. 각 상임위에서 정부예산안 보다는 증액해 놨다. 하지만 예결위에서 상임위의 예산을 그대로 통과시킬지는 우려가 된다”면서 “장애인이 더 이상 배제되지 않도록, 우리의 노력이 물거품 되지 않도록 국회는 책임 있게 예산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외쳤다.

1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 농성장에서 개최된 ‘1박 2일 농성, 세계장애인의 날 1일차 결의대회’에서 발언하는 한국장애포럼 윤종술 회장(왼쪽)과 국가인권위원회 서미화 비상임위원(오른쪽). ⓒ에이블뉴스

특히 이 자리에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을 발효한지는 14년이, 2014년 1차 심의를 받은 지 8년이 지났지만 지난 9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발표한 ‘대한민국 정부 2·3차 국가보고서 심의’에 따른 최종견해를 살펴보면 1차 최종견해 때 제기된 장애등급제 폐지, 시설화 폐지 권고를 재차 받음으로써 협약은 물론 권고조차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며 적극적인 이행을 요구했다.

한국장애포럼 윤종술 회장(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우리나라는 지난 ‘2·3차 국가보고서 심의’에서는 무려 79개의 권고를 받았다. 그중 탈시설, 통합교육 확대, 선택의정서 비준 등 다수의 권고가 8년 전 이미 권고를 받았던 사항이다. 또 이번 권고에 대한 이행계획도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를 볼 때 우리나라는 UN CRPD를 아예 시행하고 있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서미화 비상임위원은 “위원회는 133항의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탈시설은 선택이 아니라 권리이며, 집단적 성격의 시설은 그 자체로 국가의 폭력이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대해서 무지한 것인지 무시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모든 장애인이 자립할 때까지 투쟁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1일차 결의대회를 마친 전장연은 서울 4호선 삼각지역으로 향했다. 이들은 삼각지역 농성장에서 오후 7시 30분 ‘세계장애인의 날 투쟁문화제’를 진행하고, 오는 2일 오전 10시 ‘세계장애인의 날 2일차 결의대회’를 마지막으로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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