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장애인 이동권 실태조사 보고회’ 전경.ⓒ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투쟁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전장연이 대표적으로 내세운 ‘이동권 보장’이 실제로도 갈 길이 먼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들이 주로 이동에 이용하는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의 경우 서울 등 4곳을 제외한 모든 광역권에서 ‘최소한의 법의 기준’인 법정대수를 충족하지 못했으며, 장애인이 승차 시까지의 대기시간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는 지자체가 많았다. 지자체가 제출한 전국 평균은 27.7분이지만, 실제 장애인들은 최대 7시간이 지나서야 배차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는 것.

“지역에 내려가서 내 친구를 만나려면 일주일 전에 특별교통수단을 신청한 후에 친구를 만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비장애인이라면 정말 가만있겠습니까?”(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이재민 사무국장.ⓒ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 이동권 실상? 열악하다 열악해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이하 이동권연대) 이재민 사무국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장애인 이동권 실태조사 보고회’에서 이 같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동권연대는 올해 8월 한 달간 ‘정보공개 포털’을 통해 특별교통수단을 운영하는 159개 지자체(경기 고양시, 강원도 철원군 제외)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장애인 이동권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광역단위별 보급대수, 법정대수 충족률, 차량 1대당 운전원수.ⓒ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먼저 법정보장대수 충족 부분을 살펴보면, 보행 불편장애인 150명당 1대로 확보돼야 하지만, 서울, 제주, 경기, 경남도를 제외한 모든 광역권에서 법정보장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특히 인천은 특별·광역시 중 최하위로 67%이며, 도 단위에서는 전라남도(64%), 충청북도(67%)가 낮았다.

차량 운전원의 수를 중심으로 지역별 현황을 파악해보면, 대부분 차량 1대당 1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운전원을 확보한 지역은 대전광역시로 차량 1대당 1.24명의 운전원이 편성되어 있는 반면, 가장 낮은 지역은 경상북도로 차량 1대당 1명도 안 되는 0.98명이 배정되어 있다.

이재민 사무국장은 “차량 운전원이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이유는 실질적인 차량 운행률과 직결된다”면서 “차량 1대당 운전원이 1명이라면 의무휴무일 등을 감안할 때 매일 전체 인원의 1/4가 쉬어, 전체 차량의 1/4가 쉬는 날이 된다. 대기시간이 턱없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광주지역 한 장애인은 오후 7시 특별교통수단을 신청했는데 무려 7시간이 지난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배차가 됐다. 문자 등 캡쳐 화면.ⓒ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실제로 차량 1대당 운전원 수가 1.06명인 광주지역의 한 장애인은 오후 7시 특별교통수단을 신청했는데, 2시간이 지난 9시에서야 ‘배차가 늦어지고 있다’는 안내 문자가 왔으며, 신청한 지 무려 7시간이 지난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배차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재민 사무국장은 “이는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5시에 신청했는데 7시에 승차하셨다는 분, 6시 45분에 신청했는데, 8시 20분에 승차하는 등 대기시간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제출한 대기시간 현황.ⓒ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지자체표 대기시간 27.7분? 실제는 관심 없어

지자체가 제출한 대기시간을 살펴보면, 차량 신청 후 탑승까지의 시간 자료를 제출한 전 지역의 평균은 27.7분이다.

대기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 시간대의 평균을 살펴보면 48.5분으로 약 20분가량 더 긴 것이 확인되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신청 후 탑승까지 대기시간은 경상남도(39분), 서울특별시(36분), 경기도(33분), 전라남도(32분), 광주광역시(30분) 순으로 길게 나타났고 최대 대기시간은 전라남도(67분), 경상북도(64분), 경상남도(62분) 순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세종시와 부산시 등의 광역지자체에서조차 대기시간을 미수집하는 곳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 사무국장은 “실제 충청북도는 법정대수도 꼴찌고, 운전원도 1명꼴인데 대기시간이 가장 짧다고 나와 있다”면서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까 거짓으로 짠 부분이 많았다. 수요를 파악해서 공급 정책을 펼칠 수 있는데 너무 안일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특별교통수단의 운영 관련 예산을 살펴보면 주요 광역시를 제외한 기타 시군구에서는 전체예산 중 인건비 예산으로 적게는 50%, 많게는 70%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특별교통수단 운영에 있어 인건비가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 간 인건비 규모도 상이함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광역시들의 경우 4000만원을 상회하는 인건비를 책정한 반면, 도 단위들은 3500만원 선에서 운전원 1인의 인건비를 지출하고 있다. 특히 전라남도의 경우, 퇴직금 및 4대 보험을 포함할 시 최저임금보다 낮은 금액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시간제(비정규직) 운전원도 함께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민 사무국장은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 지자체가 대기시간과 관련된 자료를 정확히 수집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가 권한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특별교통수단 대기시간 감소를 위해 요일, 시간대를 중심으로 한 분 단위의 체계적인 파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인력 관련해서도 세세한 파악을 통한 운전원 확대, 지역 간 환승-연계에 대한 범국가적 차원의 점검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내년 이동권 보장 1600억원 예산 증액해야”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또한 이 같은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장 내년도 예산 대폭 증액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특별교통수단의 경우 지역 간 차별이 심각하다. 즉시콜, 24시간 운행, 원거리 이동을 위해서는 운전원 확보가 필수적”이라면서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대폭 증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내년 특별교통수단 도입 운영비로 새롭게 편성한 예산은 237억원으로, 차량 1대당 1900만원, 총 5000대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차량 1대당 왜 1900만원의 단가를 책정했는지 모르겠다. 운전원 한명의 인건비인지 의아한 사실”이라면서 “특별교통수단 운영비를 주지 않다가 내년부터 새로 반영이 되는데, 운영경비가 1대당 1900만원, 237억원이 올라가 있다. 너무 부족하다”면서 “인건비 8000만원, 운영비 2000만원을 포함한 한 대당 1억원 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국회에 1600억원 정도의 예산을 심의해달라고 알린 상태다. 추경호 장관은 정기국회때 운영비를 논의하겠다고 했으니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교통부 최정민 생활교통복지과장은 “지난 1월 19일 교통약자법이 개정되며 운영비 국비 지원하는 하위법령을 준비중이고 내년 7월 19일 시행될 예정”이라면서 “서비스 질 개선 관련 24시간 이동, 관의 광역이동 부분, 휠체어 사용자 우선 배차 부분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공유했다.

이어 “지역간 각기 등록 부분도 이용등록시스템을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2025년까지는 구축될 예정”이라면서 “비도시 지역 부분에 대해서 법정대수를 더 늘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검토 부분을 설명했다. ‘운영비 국비 지원’ 예산 관련해서는 “내년도 예산에 국비 237억원 정도 반영돼 있다. 입법권자인 국회에서의 심사를 통해 내용이 정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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