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는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현재 각각의 시설에 대한 정비 목표만 있을 뿐 이용자 측면에서는 불편함이 많이 남아있는 실정이다.

이에 배리어프리가 도시정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정책으로 자리 잡은 일본의 발전 과정을 통해 어떻게 배리어프리 정책이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한 정책으로 이해되고, 물리적 장애물뿐 아니라 제도적・심리적 영역에 이르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는 개념으로 발전했는지 살펴보고,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제사회보장리뷰에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일본의 배리어프리 관련 도시 정책의 동향 및 시사점 : 건축・도시 관련 법규를 중심으로’가 게재됐다.

교통·이동 법률과 건축·시설물 법률의 통합 ‘배리어프리법’

일본에서 배리어프리에 관한 정책은 1960년대 말 시작됐다. 민간의 장애 운동을 시작으로 국가 및 지자체 차원의 사업을 통해 ‘배리어프리 기준에 부합하는가’를 행정지도 하는 요강이 제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들은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한 사회운동적 성격이 강했으며 복지시설 경영자를 포함한 시민사회 전체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이 시기의 운동이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한 것이라는 사상은 오늘날 유니버설 디자인 사상과도 일치하며 일본 도시정책의 기초가 되고 있다.

1980년대에는 세계 장애인의 해의 구체적인 행동 목표에 따라 일본 사회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누구나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노멀라이제이션’ 사상이 도입됐고, 사회복지 분야뿐만 아니라 도시 환경의 배리어프리화와 관련된 제도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구체적으로 교통 분야에서는 1985년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 설치 지침이 제정됐다. 1991년 국제재활훈련협회 세계 대회가 일본에서 개최되면서 교통의 접근성에 대한 운동이 시작됐고, 이를 통해 1991년 리프트 장착 버스 운행, 1993년 철도역 엘리베이터 정비 지침 제정, 1997년 저상버스 운행이 시작됐다.

2000년에는 1970년대부터 일본 장애계의 숙원이었던 ‘교통배리어프리법’이 제정됐고, 신규 철도역 및 철도 차량 등의 배리어프리화가 의무화됐다. 또한 지역에서는 면(面)적의 배리어프리 정비를 목표로 하는 ‘교통 배리어프리 기본 구상’이 제도화되면서 역에서의 이동을 위한 교통수단 및 교통시설의 배리어프리화가 실현됐다.

2002년에는 ‘하트빌딩법’이 개정되면서, 2,000㎡ 이상의 신규 건축물에 대해 배리어프리화가 의무화됐으며 건축법과 동등하게 인허가 법률이 됐다.

이후 도시, 건축, 교통, 지역 생활의 거점 등 연속적이고 일체적인 배리어프리화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일어났고, 2006년 ‘교통배리어프리법’과 ‘하트빌딩법’이 통합된 ‘고령자・장애인 등의 이동 원활화의 촉진에 관한 법률’(배리어프리법)이 탄생했다.

일본 ‘고령자?장애인 등의 이동 원활화의 촉진에 관한 법률’의 배리어프리 기준 적합 의무 대상 시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물리적 장애물뿐 아닌 ‘제도적・심리적’ 모든 장애물 제거

‘배리어프리법’은 시행 후 16년이 지난 현재 기존에 시행된 어떤 정책보다 장애인이나 고령자에게 환경적 변화에 대한 체감 정도가 크고, 일본에서 가장 의미 있는 제도적 진전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배리어프리법의 의미는 기존 법률에 비해 장애의 범위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고령자나 신체장애인이 대상이었지만, 이에 더해 지적・정신・발달장애인을 정책의 대상자로 명확하게 규정했다. 이러한 대상자 확대는 도시 환경 개선과 관련해 이용자의 관점에서 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면의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방과 대도시 간 배리어프리화의 지역적 편차가 상당했고, 지자체의 배리어프리 기본 구상 책정률이 저조한 등 문제가 남아있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17년 ‘2020 유니버설 디자인 행동 계획’을 수립하고 2018년 ‘배리어프리법’을 개정했다.

개정된 법률에는 유엔 장애인 권리 조약 이념을 반영한 ‘사회적 장벽 제거’, ‘공생 사회실현’ 개념이 명기됐다. 이는 과거의 배리어프리 개념과는 전혀 다른 이념 규정으로, 장애의 개념을 ‘의학적 모델’에서 ‘사회적 모델’로 전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배리어프리 마스터플랜 제도’를 신설해, 한 지자체의 배리어프리 기본 구상 책정의 저조함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고 당사자의 참여에 의한 ‘배리어프리 사업 평가 회의’를 의무화해 배리어프리 사업의 구상 및 평가 단계에도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는 등 당사자 참여 제도를 한층 더 강화했다.

‘교통과 시설물 관련 법률 통합·일상생활권 정비’ 제언

보고서는 “국내의 배리어프리 관련 제도는 크게 교통시설 및 이동에 관한 법률인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과 건축물 등 시설물의 이용에 관한 법률인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로 나뉘며, 소관 부서도 각각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도시에서 생활하는 이용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동을 위한 교통수단 및 여객시설의 이용, 건축물, 공원, 또한 이러한 시설을 이용하기 위한 경로인 도로 등의 일체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법률의 통합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신축되는 시설을 중심으로 점(點)적으로 이용 가능 시설이 증가하는 것보다 자주 이용하는 시설이 밀집된 지역이 면(面)적으로 정비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활에서 자주 이용하는 일상생활권을 정비의 우선순위로 삼고 장기적 관점에서 정비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현재 각 지자체가 ‘교통약자법’에 의해 수립하고 있는 교통수단 및 여객시설에 대한 정비 계획에서 더 나아가 교통, 건축물, 도로 등 지역의 일상생활권역 전반을 통합하는 정비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설계 단계부터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고 정비 사업이 완료된 후에는 당사자들에 의한 평가 제도 및 모니터링이 이뤄지는 등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참여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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