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1심 판결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발언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에이블뉴스

“재판부에 헛된 기대를 한 것 같다. 사법부는 여느 때와 똑같이 장애인의 인권을 외면하는 판단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18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의 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 뒤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박경석 대표는 지난해 4월 8일 마로니에 공원 버스정류장 앞에서 160번 노선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하자 승차를 요구했지만, 버스 기사는 "(일반버스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탈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에 그는 ‘20년 기다렸다, 노선버스 대·폐차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하라’라는 내용이 기재된 피켓을 목에 건 채로 약 15분 동안 ‘왜 이 버스를 탈 수 없는가’에 대해 발언했고 검찰은 지난 7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그에게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 8월 1일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투쟁을 한 달 여만에 재개한 모습. 지하철 투쟁을 펼치는 전장연 박경석 공동대표와 이동식 철제칸에 들어간 권달주 상임공동대표.ⓒ에이블뉴스DB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3단독(재판장 양환승)은 18일 오전 10시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에게 “피고인 박경석 대표의 행위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구속요건이 아니고 위법하지 않은 행위라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유죄를 내렸다.

재판부는 “지난 변론에서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여 수단이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며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시위를 해달라고 했지만, 피고는 전장연을 이끌고 지하철 시위를 지속하는 등 반성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처럼 부당한 시위를 지속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유를 넘어서는 행위”라면서 “다만 이번 재판은 무신고집회 한 번의 행위에 대한 재판이며 피고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가 장애인 인권을 위해 노력한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하며 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계단버스는 차별버스다’, ‘차별버스가 불법이다’ 피켓을 든 장애인 당사자와 활동가들. ⓒ에이블뉴스

박경석 대표는 “재판부는 비장애인 중심의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로서, 마치 도덕 선생님이 훈계하는 것처럼, 장애인을 훈계하고 지금까지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켜지지 않았던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나를 태우지 않는 버스를 15분 막고 태워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징역 4개월이 내려질 것이라면 여태까지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해 수십 년을 이동하지 못한 장애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라며 “이번 판결이 장애인권리보장 시위를 훈계하는 판결로 남지 않도록 즉시 항고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김두나 변호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버스운영에 대해서도 막대한 피해를 입히거나 방해를 한 적이 없는데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고 유죄를 선고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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