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대출해준다고 현금 뽑아 달라하는 거 전부 다 보이스피싱이야

보이스피싱. 속으면 안 돼~ 보이스피싱 예방, 저 김원효와 부산경찰청이 함께합니다.”

위 내용은 얼마 전부터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보이스피싱 예방 광고이다.

얼마 전 청각장애인 A 씨에게 저금리로 대출해주겠다는 문자가 왔었다. 보이스피싱 예방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현금을 뽑아 준 것은 아니고 앱을 깔라고 해서 앱을 깔았다가 돈을 털린 사건이 있었다. 청각장애인 A 씨가 사전에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보이스피싱에 당하지 않았을까. A 씨는 경찰에 신고는 했지만 끝내 그 돈을 찾지는 못했다.

“핸드폰 고장 났다고 딸내미, 아들내미인 척 연락와서 편의점에서 기프트카드 사서 보내 달라하는 거 전부 다 보이스피싱이야 보이스피싱. 속으면 안 돼~”

부산경찰청 5030 홍보대사였던 개그맨 김원효. ⓒ이복남

필자 휴대폰에도 “엄마! 나 휴대폰 고장 나서 수리점에 맡겼는데….” 하는 문자가 왔었다. 보이스피싱이라 직감을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딸에게 전화를 했다. 딸도 딸의 휴대폰도 멀쩡하게 잘 있었다. 혹시나 하는 게 부모 마음일 것 같다. 그때 문자는 바로 지워버려서 보이스피싱 문자 내용은 이 글을 쓰면서 구글에서 캡처했다.

개그맨 김원효의 보이스피싱 예방 광고에는 저금리 대출 사칭, 자녀·지인 사칭, 공공·금융기관 사칭, 고액 아르바이트 사칭 등 4가지의 보이스피싱 수법을 다루고 있었다.

버스에서 김원효의 보이스피싱 예방 광고를 들으며 문득 예전에 보이스피싱 당했던 청각장애인이 생각나서 부산경찰청에서 5030을 담당했던 B 경찰에게 연락했다. 5030 캠페인 때 장애인과 수어 등으로 B 경찰 그리고 김원효 씨와 만난 적이 있었다.

그래서 B 경찰에게 전화해서 보이스피싱 예방 광고를 어느 부서에서 담당하느냐고 물었더니 수사과에서 한다고 했다. 웬 수사과? 보이스피싱 예방 광고를 수사과에서 할 줄은 미처 몰랐다.

보이스피싱 문자. ⓒ구글에서 캡처

부산경찰청 수사과로 전화해서 보이스피싱 예방 광고 방송에 대해서 문의했다. 보이스피싱 관련 피해자를 수사과에서 조사하고 있으므로 보이스피싱 예방 광고도 수사과에서 담당했다고 한다.

수사과에서 보이스피싱 관련 수사를 하고 있으므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광고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부산출신 개그맨 김원효는 지난번 5030 때 부산경찰청 홍보대사를 했기 때문에 B 경찰을 통해서 김원효 씨에게 연락했더니 기꺼이 출연료 없이 목소리 재능기부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경찰에서는 김원효 씨에게 부산경찰청장 명의 감사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부산 경찰은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전 방위적인 홍보활동을 벌여 2020년 1월 이후 관련 피해는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었는데 최근 불황을 틈타 저금리 상환용 대출 등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 수법과 고액 아르바이트를 빙자해 20∼30대를 보이스피싱 범행에 끌어들이는 수법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최근에 언론에 자주 나오는 것은 고액 아르바이트를 모집해서 보이스피싱 현금 인출 등 중간책으로 동원하는 것 같은데 그런 아르바이트생들이 언론에서 하는 말은 보이스피싱인줄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에서는 몰랐다고 하는 말이 면죄부가 되지도 않지만, 고액 알바를 하면서 보이스피싱 중간책을 모를 리가 없다는 것이다.

부산경찰청 수사과에서 보내 준 자료에 의하면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가 2020년도 1,804건에다 피해 액수는 430억 원이라고 했다. 2021년도 피해 건수는 1,697건이고 피해 액수는 424억 원이라고 했다.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 ⓒ부산경찰청

피해 건수는 전년도 보다 약간 줄어들었으나 피해 액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해서는 언론에서도 자주 거론이 되고 있어 피해자의 숫자가 줄어들기는 해도 아직도 보이스피싱에 당하는 피해자들이 많고 보이스피싱 가해자들의 수법은 날로 교묘하게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보이스피싱을 당한 피해자 중에서 A 청각장애인은 필자에게 연락해서 알고 있었지만, 다른 장애인들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특히 장애인이나 어르신 등은 정보에 어두울 수도 있으므로. 그러나 경찰에서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에서 장애인은 따로 분류하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 피해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버스의 보이스피싱 예방 광고를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왜? 아무리 공익광고라고 해도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데 책정된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란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있을 텐데 보이스피싱 예방 광고를 들어 본 사람은 한 번쯤 생각해 보지 않을까. 그렇다고 보이스피싱 예방 광고를 위해서 시민 모금을 할 수도 없고.

경찰청 보이스피싱 현황. ⓒ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

부산경찰청에서는 자료를 받았지만, 전국적인 현황은 어떠할까? 전국 현황은 인터넷에서 바로 찾을 수가 있었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전국 현황은 기관 사칭과 대출 사칭을 구분해 놓았고 검거 건수도 명기해 놓았다.

그런데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 해도 작은 액수는 피해 신고를 안 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도 몇십만원 보이스피싱 피해는 신고도 안 하는 것 같았다.

통계자료에는 검거 건수를 명기해 놓았는데 보이스피싱은 돈을 사기당하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가해자를 검거했다면 잃어버린 돈도 돌려받을 수 있었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부산은행에서 알림톡이 와서 봤더니 마침 보이스피싱 예방 안내 문자였다.

“금융기관 수사기관은 어떠한 명분이든 전화나 문자로 현금인출, 전달을 요청하지 않습니다. 저금리 대출 전환, 경찰 검찰 금융감독원, 자녀의 신변 안전 위협 등을 사칭하며 현금을 인출한 후 만남을 요구하는 경우는 범죄임을 반드시 명심하시고 피해를 입지 않도록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예방수칙, 금융기관, 수사기관을 사칭하며 만나서 현금 전달 요구 시 사기로 의심하고 전화를 끊으시기를 바랍니다. 출처가 불분명한 앱 설치 요구 시 설치하지 마시고 삭제하시기 바랍니다. 부산은행 금융소비자보호부”

이처럼 곳곳에서 보이스피싱 예방법을 안내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발생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예방수칙. ⓒ부산은행 알림톡

부산경찰청 수사과에서 이 자료를 받은 지 며칠이 지났으나 그사이에 다른 일이 있어 기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는데, 수사과에서 연락이 왔다. 보이스피싱 예방 광고 방송이 가시적인 효과는 통계를 내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예방 효과는 있을 거라고 예상하기에 지역치안협의회에서 연말까지는 광고 방송은 하기로 했단다. 단 부산 시내 전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노선 위주로 하기로 했단다. 그러나 이건 아닌 것 같다.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어디서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므로 노선을 선별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차별인 것 같다.

보이스피싱은 날로 수법이 발전하고 교묘해지기는 하지만, 국민들이 왜 이런 사기를 당해야 하는가 말이다. 보이스피싱에 당하는 사람들은 잘 몰라서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보이스피싱 예방 광고는 부산 경찰청에서 할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중앙정부에서 해야 할 것 같다.

광고비가 없어서 못 한다고? 제발 국회의원 수 좀 줄였으면 좋겠다. 시의원도 줄이고 구의원도 줄였으면 좋겠다. 보이스피싱 예방 광고는 공익광고다. 광고비가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르지만, 국회의원 세비는 일 년에 1억 5천만 원 정도이다.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면 이들에게 나가는 세비만 해도 광고비는 충당할 수 있지 않을까.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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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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