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접근에 어려움이 있는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는 매우 중요하지만, 미흡한 점자 출판물로 인해 시각장애인의 교육권과 참정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자료를 보급받아야 할 시기임에도 점자 교과서·학습서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점자형 선거공보물은 그 정보의 양이 일반 선고공보물에 약 60%에 불과해 시각장애인이 충분한 정보를 취득할 수 없다는 것.

국립국어원은 최근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2달간 점자 교과서·학습서와 점자형 선거출판물의 점자표기와 이용자의 만족도, 요구 사항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담은 ‘점자 출판물 실태조사’를 출간했다

점자출판 기관마다 다른 ‘점자 출판물 결과물’

지식 정보화 시대에 정보 습득은 개인의 능력을 개발하는 데 필수 요소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문화를 누리며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갖추어야 할 경쟁력이다.

특히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시각장애인에게 있어 점자는 문해 매체 그 이상의 의미로 자신감과 독립심을 갖게 하며 능숙한 점자 사용 능력은 사회에서 직업을 갖는데 유리한 위치를 갖게 한다.

시각장애인의 문자인 점자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과 ‘점자법’ 등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 보장과 점자의 사용 환경 기반을 조성하는 법과 제도가 마련돼 왔다.

점자는 시각장애에 대한 이해가 높은 시각장애 학교, 점자 도서관, 시각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주로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기관마다 제작 가능한 도서의 종류, 제작 기간, 점역의 정확도, 외형적 형태 등 점자 출판물의 결과물 및 완성도가 각각 달라 시각장애인의 점자 생활에 혼란을 주는 실정이다.

시각장애학생용 대체교과서.(기사와 무관) ⓒ에이블뉴스DB

제때 보급받기 힘든 점자 교과서・학습서

점자 교과서・학습서의 이용자의 만족도와 요구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초점집단면담을 실시했고, 시각장애학생과 교사가 활용하고 있는 점자 교과서・학습서 50종에 대해 점역・교정사 등 현장전문위원 23명을 투입해 전수 품질검사 및 분석했다.

점자 교과서・학습서의 점역 실태조사 결과, 점자 교과서의 인쇄 상태는 점간 거리와 자간 거리를 제외한 ‘점의 높이, 점의 지름, 줄간 거리’에서 모두 미흡으로 평가됐고, 텍스트의 점과 시각 자료의 점의 높이의 편차가 심하게 나타났다.

또한 기본 형식을 분석한 결과 점자 서지정보 누락이 96%, 일률적인 점자 안내사항 수록 44%, 전자점자 파일명에 불필요한 정보 기입 33%, 전체 분권 표기 누락 32%, 꼬리말 표기 기준 개선 28%로 조사됐다.

점자 교과서・학습서에 대한 이용자들의 인식을 알아본 결과, 점역의 정확성에 대한 만족도는 교사 65.8점, 학생 71.5점이고, 점역형식의 일관성은 학생 73.8점, 교사 68.9점이었다.

교육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으로는 교과서와 학습서 보급 시기임에도 학기 시작 전까지 일부 분권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며, 수학 점자 교과서에서는 묵자 교과서의 수식을 점역하는 과정에 여전히 오류가 있고 내용상 오타가 교정되지 않아 사용하는 데 어렵다고 응답했다.

특히 학생은 ‘그림의 이해도’, 학부모는 ‘시각자료의 이해도’, 교사는 ‘전자점자 파일 보급 체계’에 불만을 표했다.

잘못된 선거공보물, 같은 비례대표 정당의 편집이 다르다. 좌측은 문장이 들어가지 않고, 우측은 문장이 들어가 있다.ⓒ에이블뉴스DB

점자형 선거공보 정보의 양 책자형 대비 ‘66%’ 수준

점자형 선거출판물의 경우에는 시각장애인 이용자 1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과 점자형 선거출판물 제작을 담당하는 실무책임자 8명, 시각장애인 이용자 7명을 대상으로 각각 초점집단면담을 실시했다. 또한 최근 5년 동안 실시된 선거에서 실제 유권자들에게 배포된 점자형 선거공보 102종과 점자투표안내문 3종, 총 105종을 정밀분석했다.

점자형 선거공보물에 관한 만족도는 투표안내문에 대한 평균 점수가 55.36점으로 가장 만족도가 높았고, 그 다음으로는 인쇄 상태와 수령 시기 순이었다. 특히 후보자 정보에 관한 만족도 평균 점수가 48.23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후보자 정보에 대한 선거공보물은 정보의 양을 줄이기 위해 후보자 측과 원고 내용 조율을 해야 하기에 제작 시간이 늘어난다. 결국 점자 선거공보물은 일반 선거공보물보다 정보의 양이 적고 늦게 수령이 가능하다는 것.

투표보조용구 인쇄 상태에 관한 만족도는 평균 점수가 59.87점, 전반적인 만족도는 51.30점으로 점자형 선거공보물보다 만족도가 높았다. 하지만 투표보조용구를 활용해 투표할 때의 어려움 정도에 대해서는 평균 점수가 35.53점으로 매우 낮았다.

점자형 선거출판물의 점역 실태 조사 결과, 대부분 용지 규격은 선관위의 지침 표준 사이즈를 준수하고 있었고, 점의 규격 및 인쇄 상태, 제본 상태 등은 90% 이상 적정 수준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점자형 선거공보 정보의 양은 책자형 대비 66%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으며, 공보물 내에서 사용된 시각 자료의 경우 약 절반 이상이 점역 단계에서 생략되며 필요한 요소 위주로 제작됐다. 특히 일부 자료의 경우 기본적인 표 형식조차 점자 도서 제작 지침을 따르지 않고 단순 나열식으로 점역되는 경우도 있었다.

‘차별 없이 신속·정확한 정보 접근’ 제도적·기술적 개선 필요

보고서는 “점자자료 점역의 정확성과 신속성은 교과서・학습서에서 반드시 준수돼야 하기에 품질 관리 및 검수가 강화돼야 한다”며, “인쇄본 점자 교과서・학습서 품질 증진과 더불어 전자점자 파일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교과서・학습서의 인쇄본 활용도가 높은 교과목과 전자점자 파일 활용도가 높은 교과목을 구분해 보급 부수를 달리 적용해야 한다. 수학, 사회, 과학 등과 같이 시각적인 자료가 포함된 교과서는 인쇄본으로 보급하고 국어, 영어 등 텍스트 중심으로 구성된 교과서는 전자점자 파일로 보급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시각장애인은 후보자 및 선거 관련 일부의 정보만을 취득할 수 있어서 정보 접근권이 침해되고 있다”면서 “점자형 선거공보물에는 일반 선거공보물과 동일한 정보와 내용이 담기도록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투표보조용구는 시각장애인 유권자의 투표 편의성을 제공해 비밀투표를 보장하도록 고안된 제도이지만 투표보조용구를 활용해 시각장애인이 혼자 투표하기 어렵게 만들어져 있다. 시각장애인의 접근 편의성을 고려해 혼자서 기표해 비밀투표가 보장될 수 있도록 투표보조용구가 개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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