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조사 후 활동지원 221시간이 삭감된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진성선 씨가 3일 국민연금공단 강동하남지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지난 5월 장애여성공감 활동가인 중증장애인 진성선 씨(여, 30세)가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이하 종합조사)를 받은 후, 활동지원 221시간이 삭감됐다. 기존에는 440시간을 받았다. 국민연금공단 측에 이의신청했지만 감감무소식. 답답한 그는 직접 주민센터에 이의신청 진행 상황을 문의하고 나서야 기각됐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공단이 기각 결정을 내린 지 18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장애등급제 폐지 후 ‘수요자 맞춤형 지원’이라는 취지로 도입된 종합조사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장차연) 등 5개 장애인단체는 3일 국민연금공단 강동하남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종합조사 결과에 대한 정보와 근거를 당사자에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에이블뉴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장차연) 등 5개 장애인단체는 3일 국민연금공단 강동하남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종합조사 결과에 대한 정보와 근거를 당사자에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7월 1일,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시행에 따라 수요자 중심의 지원체계를 한다며, 기존 활동지원 인정조사에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로 변경했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 탓에 활동지원 시간은 충분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기존 시간보다 삭감되는 사태가 줄줄이 발생했다. 서울장차연에 따르면, 현재 수급 갱신자 중 14.5%의 시간이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문제에 복지부는 삭감시간을 보전해주는 ‘산정특례’를 적용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고 장애계는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

‘국민연금공단은 종합조사 결과에 대한 정보와 근거를 당사자에게 공개하라’ 피켓을 든 중증장애인 활동가.ⓒ에이블뉴스

피해 사례자인 진성선 씨는 221시간 삭감에 공단 지사 측에 이의신청했지만, 아무런 고지도 받지 못한 채 7월 11일 직접 주민센터에 문의해서야 기각 사실을 알았다. 공단은 이의신청 단 5일 만에 기각 결정을 내렸음에도 18일 동안 아무런 고지도 없었다고 했다.

공단 지사로부터 삭감 결정 이유에 대해서도 ‘(삭감된 시간에 대해)조사원이 FM으로 진행한 것 같다’는 식의 모호한 답변만을 받자, 진 씨는 종합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진 씨에게 활동지원은 목숨이 걸린 문제다. 이번 삭감으로 인해 지자체 추가 시간도 삭감될 위기에 놓였다.

진 씨는 “3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종합조사표의 각 항목에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려했던 대로 장애특성을 반영한 질문은 없었다”면서 “나의 장애가 얼마나 심한지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고, 생존권이 달린 활동지원 시간 삭감이 너무나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 진은선 소장은 “예산에 맞춰서 정부가 (종합조사 결과를)조작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정보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뭐냐”면서 “활동지원은 우리가 싸워 만들어낸 권리다. 국민연금공단은 당장 이의제기 기각을 철회하고 재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에이블뉴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 또한 종합조사 후 5구간(월 360시간)의 활동지원을 받았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7월 초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박김 대표는 “최소한 구청 사회복지과에서 기각됐다든지 어떤 결과가 나왔다든지 정보를 기다리는데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지역 주민센터에서 직접 결과를 확인하지 않으면 정보를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박김 대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국가 및 지자체가 개인정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나와 있다. 개개인의 개인정보 결과를 통보하지 않는 것은 차별행위”라면서 종합조사 과정에서의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일 것을 강조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준우 공동대표.ⓒ에이블뉴스

"평소 최중증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해왔다"는 서울장차연 김준우 공동대표 역시 최근 종합조사를 실시한 결과, 5구간(360시간)을 받았다. 기존 인정조사 당시 391시간보다 31시간 하락한 결과였다.

김 소장은 "종합조사는 3분도 채 되지 않았고, 아래위 훑어보더니 '딱 보면 알겠다'고 했다. 그러면 뭐하러 오냐"면서 "조사 결과 또한 2~3구간은 나오겠지 했지만 5구간이 나왔다. 상당히 모욕적인 결과로 이의신청을 할 예정이다. 중증장애인에게는 단순 시각 하락이 아니라, 삶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장차연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의제기 기각 철회 및 재조사 ▲종합조사 결과에 대한 정보와 근거 공개 ▲책임 있는 종합조사 이행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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