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단체가 모인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대응팀(이하 참정권 대응팀)이 22일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장애인 참정권이 차별당했다며 총 44건의 집단진정을 제기했다.ⓒ에이블뉴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단체가 모인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대응팀(이하 참정권 대응팀)이 22일 지난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장애인 참정권이 차별당했다며 총 44건의 집단진정을 제기했다.

장애인 참정권은 제20대 대통령선거에 이어 올해만 2번째 진정을 제기하는 것으로, 이번 진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뿐 아니라 입법기관인 국회에도 책임을 돌렸다.

참정권 대응팀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와 올해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발달장애인에 대한 투표 보조 지원을 권리로 인정받았지만, 바로 3월 제20대 대통령선거와 3달 뒤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역시 발달장애인의 투표 보조가 거부당하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특히 현재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만 총 19개가 발의돼 있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회 차원에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정 취지를 밝혔다.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사전투표 날인 5월 27일 발달장애인과 조력인이 투표를 마친 후 투표함에 용지를 넣고 있다.ⓒ에이블뉴스DB

진정 대상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물론, 김진표 국회의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 조정훈 시대전환 당대표 등 총 7명이다.

이번 집단진정 사례는 총 44건으로 ▲선거관계자의 장애에 대해 몰이해, 투표보조용구 등 정당한 편의 미제공 14건 ▲장애를 이유로 한 정보 제공 차별 9건 ▲발달장애인 등 투표 보조 차별 15건 ▲기본 투표소 접근 등 편의시설 제한 6건 등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선거공보물 텍스트를 USB에 담아 제공하는 디지털 파일.ⓒ에이블뉴스DB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곽남희 활동가는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참정권 차별이 "매우 심각했다"고 토로했다.

곽 활동가는 "같은 서울 종로구에 사는 시각장애인이라더라도 어떤 사람은 13개, 어떤 사람은 12개의 선거공보물이 왔다고 한다. USB마저 숫자가 다르고, 함께 들어있는 명함에 박힌 점자가 오타나 있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투표소 내 투표보조용구 또한 잉크가 묻어도 물량이 여유롭지 않아 재사용한다고 폐기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곽 활동가는 "투표소 직원들 또한 투표보조용구를 찾느라 시각장애인을 30분 이상 세워놓기도 하고, 안내할 때 팔이 아닌, 손을 질질 끌어당겼다"고 직원의 장애인식 부족 부분을 짚으며 "2년 뒤 총선에는 차별받지 않고 제대로 된 선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도 투표할 수 있게 해주세요’ 피켓을 든 발달장애인 활동가.ⓒ에이블뉴스

발달장애인 당사자인 피플퍼스트성북센터 남태준 활동가 또한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아찔한 경험담’을 털어놨다.

남 활동가는 “이번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등 총 7개의 투표를 해야 해 너무 당황스러웠다”면서 “기표소에서 차근차근 원하는 후보자에게 투표했는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봉투에 투표용지를 넣는 걸 깜빡 잊었다. 이후 다시 봉투에 넣었지만 미리 잘 설명해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참정권대응팀은 진정서를 통해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권리 행세는 배제되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라면서 “국민의 기본권인 장애인의 참정권을 형식적으로 개선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자신들의 직무를 유기하고 반복적으로 차별을 방치하고 조장하고 있는 중앙선관위에 대해 강력한 권고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입법기관인 국회에 대해서도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국회의장과 각 정당 원내대표가 정책적 대책 마련과 시행을 위한 권고를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장애인 참정권 공직선거법안 국회, 일 좀 해라!’ 가 쓰인 종이를 들고 있는 활동가.ⓒ에이블뉴스

구체적으로 정책권고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면수 제한 없는 점자정보 제공 ▲선거관련 방송에서 발화자별 수어통역사 배치 ▲임시기표소가 아닌 이동약자 접근 가능한 투표소 설치 의무 ▲발달장애인 기표시 보조인력 지원 ▲소속정당의 로고, 후보자 사진 등 포함된 그림투표용지 제공 ▲이해하기 쉬운 선거공보물 제작 배포 등을 요청했다.

(왼)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오)사단법인 두루 정다혜 변호사.ⓒ에이블뉴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2018년부터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해서 줄기차게 요구해왔는데 뭐가 달라졌냐. 선진국 옆 나라에는 투표용지에 후보자 얼굴과 정당 로고도 나온다. 4년간 정당한 편의 제공을 외쳐왔지만 선관위가 도대체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 거냐"면서 "이번 집단진정은 또 하나의 시작에 불과하다. 당사자들이 후보자를 선택하고 직접 투표할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단법인 두루 정다혜 변호사도 "장애인권리협약 제29조에는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정치적 권리를 향유하는 내용의 참정권 보장 내용이 담겨있다. 과연 이 정부는 의무를 다하고 있냐"고 물은 뒤 "올해 8월에는 대한민국이 이 협약을 얼마나 이행했는지 심의가 예정돼 있다. 투표소로 향하는 길을 무거운 마음으로 향하지 않도록 의무를 다해달라"고 피력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단체가 모인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대응팀(이하 참정권 대응팀)이 22일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장애인 참정권이 차별당했다며 총 44건의 집단진정을 제기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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