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체투지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에이블뉴스

장애인들의 출근길 시위를 바라보는 시선은 비난과 욕설, 지지와 응원으로 상반되게 나타나고 있다.

6일 오전 9시. 서울 3호선 경복궁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진행하던 삭발 투쟁 결의식과 오체투지 지하철 탑승을 4호선 삼각지역으로 옮긴 이날도 시민들의 반응도 상반됐다.

이날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 동대표와 의정부자립생활센터 김용란 활동가는 삼각지역에서 휠체어에서 내려 기어서 지하철에 탑승, 혜화역으로 이동했다.

오체투지 지하철 탑승에 지하철이 멈춘 시간은 약 5분에서 10분. 많은 시민들은 그 시간을 묵묵히 기다렸지만, 그렇지 않은 시민들도 있었다.

‘하... 장애인 시위.’, ‘장애인 시위 때문에 늦어질 것 같다’, ‘뭐하는지 모르겠다.’ 크지는 않지만 장애인들의 오체투지 지하철 탑승에 대한 불편함과 짜증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6일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오체투지하며 출근길 시민들에게 장애인권리예산보장을 호소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에이블뉴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이러한 시선과 말들에도 “시민 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라는 사과를 시작으로 “하지만 장애인이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를 위해,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사회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지하철에 탔다”고 외쳤다.

이어 “우리는 정권을 가리지 않고 장애인의 권리를 외쳐왔다. 윤석열 당선인이기에 이렇게 시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새 대통령이 당선됐기에 장애인의 권리를 책임지고 보장해달라고 이렇게 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동안 정부의 약속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21년 동안 장애인 이동권은 약속받은 만큼 보장받지 못했고, 여전히 전체 장애인의 40%가 의무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시설에 갇혀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장애인들이 있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은 구걸하는 사람이 아니다. 천민이 아니다. 비장애인과 동일한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시민이다”며, “우리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세상이 달라지기를 그저 기다려야 하는가. 아니면 정치인들의 공허한 약속만을 믿고 기다려야 하는가”라며 현실을 전했다.

6일 오체투지에 동참한 의정부자립생활센터 김용란 활동가. ⓒ에이블뉴스

목적지에 도착해 지하철에서 하차하는 장애인들에게 한 시민은 격분을 참지 못하고 비난을 쏟아냈다. “빨리 내려라. 이런 시위는 낮에나 하지 출근 시간에 바쁜 사람들을 붙잡고 뭐하는 거냐.”

이와는 반대로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를 바라보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장애인들을 비난하는 시민들에게 이해와 공감을 당부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지하철 시위를 지켜보던 대학생은 응원과 지지의 메시지를 전했다.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희처럼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더욱 힘내서 원하시는 바를 이루시길 바랍니다.”

또한 시위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오늘 출근길이 지체돼 불편했겠지만, 장애인분들은 매일같이 그보다 더 긴 시간을 기다려야했고 수십 년의 세월을 불편을 겪었을 텐데, 그 고통과 불편함을 이해하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6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 4호선 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27차 투쟁 결의 삭발식을 진행했다. ⓒ에이블뉴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역대 정부 중 장애인권리예산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정부는 없었다. 모두 예산을 늘리고 권리를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저 말뿐 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미 우리의 정책과 예산에 대한 요구는 윤석열 당선인, 기획재정부 등에 모두 전달했다. 이번 달 안으로 장애인권리예산이 반영될 때까지 삭발 투쟁과 오체투지를 계속할 것”이라며 “추경호 기재부장관 내정자는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위해 면담을 갖자”고 요청했다.

한편 향후 삭발 투쟁 결의식와 오체투지 지하철 시위는 서울 4호선 삼각지역에서 계속된다. 이는 윤석열 당선인의 집무실이 들어서는 국방부 인근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요구해 장애인들의 외침을 더욱 크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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