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추경호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9일 서울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7-1)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추 후보자 인사청문회 질의 내용을 공개했다.ⓒ에이블뉴스

다음달 2일 기획재정부 추경호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장애인권리예산’에 답할 것을 다시금 압박했다. 전장연은 29일 서울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7-1)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추 후보자 인사청문회 질의 내용을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만찬장 신라호텔 33억원 비용이라도 보태서 통과시켜야 할 예산”이라고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엄포를 놨다.

■장애인권리예산 요구? “기재부에겐 껌값”

전장연이 요구하는 예산 증액분은 총 1조 3000억원 수준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예산이 OECD 최하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재부에게 껌값 수준”이라는 것이다.

5월 2일 국회에서 열릴 추경호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장애인권리예산’을 질의할 국회의원은 정의당 장혜영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 또한 전장연에 ‘검토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추 후보자를 위한 예상 질의 내용도 ‘친절히’ 설명했다.

전장연이 기재부에 요구한 내년도 장애인권리예산은 장애인평생교육권리예산(138억원), 탈시설권리예산(21→807억원, 786억원 증액), 장애인활동지원예산(1조 7000억원→2조 9000억원, 1조 2000원 증액) 등이다. 약 1조 3000억원 증액을 요청한 셈이다. 이는 박경석 대표의 표현으로는 ‘껌값’이다.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질의 내용을 설명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에이블뉴스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이동권 예산 의무화

먼저 특별교통수단,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비 국비 지원을 위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보조금법 시행령) 개정을 요구했다.

특별교통수단 광역 이동 불가, 지역 간 편차 심화 등의 문제로 이동권 침해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령 4조 별표2 ‘보조금 지급 제외 사업’ 범위에 ‘장애인특별운송사업’을 삭제하고, 별표1 ‘보조금 지급 대상 사업 범위’에 ‘장애인특별운송사업’을 신설하고, 기준보조율도 서울 50%․ 지방 70%로 반영해달라는 내용이다.

평생교육시설 운영비 국비 지원을 위해서도 같은 법 ‘보조금 지급 제외 사업’에 ‘지역평생교육센터 운영’ 내용을 삭제하고, ‘보조금 지급 대상 사업 범위’에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을 신설하고 기준보조율도 역시 50%․ 지방 70%로 반영해달라고 주장했다.

장애인 이동권 예산과 관련해서는 “저상버스 대·폐차 의무화가 법에 명시됐지만, 저상버스의 도입 지원은 국가가 예산의 범위에서 재정지원을 할 수 있게 함에 따라 법이 사문화될 우려가 있다”며 “매년 전체 대·폐차 규모에 따라 관련 예산 편성을 의무화하라”고 촉구했다.

국회에 2개의 법안이 발의된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을 두고서는 “기재부가 ‘장애인 지원의 효과성을 증대하고 예산 낭비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로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면서 “‘신중 검토’ 의견을 철회하고 찬성 입장을 표명해달라”고 압박했다.

2021년 4월 21일 서울 3호선 독립문역 방면 지하철에 탑승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오체투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에이블뉴스DB

■“공정 상식 통한다면 탈시설, 답은 Yes or No뿐”

장애계내에서도 찬반이 첨예한 ‘탈시설 예산' 관련해서는 내년도 시범사업 예산으로 탈시설 장애인 1000명 대상으로 한 자립지원금 134억원, 활동지원 328억원, 지역사회 기반 주거서비스 제공 345억원 등 총 807억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공정과 상식이 통한다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이행하도록 탈시설 예산 807억원을 반영해서 자기선택권과 결정권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장애인활동지원 관련, 중증장애인에게 24시간 보장을 위한 수가 및 평균시간 확대를 위해 1조 2000억원을 증액한 2조 9000억원을 요구했다.

이 모든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위해 “기재부가 차기년도 예산 기준을 정하는 5월 초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장애인평생교육권리예산, 탈시설권리예산, 장애인활동지원예산 각 부처 예산을 편성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추 후보자 입에서 나왔으면 하는 모범 답안도 있다.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해야 하는 권리의 문제인 만큼, 각 예산 모두 소관 부처 예산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기준에 반영하겠습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권리예산 총액을 수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Yes or No밖에 없다. “검토할 때가 아니라 결정할 때”고 압박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23차 삭발투쟁에 동참한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오영철 소장.ⓒ에이블뉴스

■인사청문회 다음날 출근길 시위 재개 가능성

인사청문회가 끝난 바로 다음 날인 5월 3일 오전 8시에도 서울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7-1)에는 전장연 활동가들이 모인다.

“추 후보자가 어떤 답변을 할 것인가에 따라서 29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재개할지 그날 이야기할 것입니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 3일부터 총 28차에 걸쳐 출근길 지하철 타기 투쟁을 벌여온 바 있다.

이것으로 끝은 아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하는 5월 10일, ‘헌법정신 수호의 날’로 지정해 “모든 차별을 철폐하라”는 슬로건으로 광화문역에서 여의도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행진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전장연은 23차 삭발투쟁 결의식을 열었다. 이날 삭발을 결의한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오영철 소장은 “이땅의 장애인이 요구하는 많은 요구들이 인정받지 못한 채 계속 투쟁했지만 정부와 사회는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다. 과거 열사들의 마음과 뜻을 담은 삭발”이라면서 “죽는 그날까지 투쟁하고 활동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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