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청와대 근처 도로를 점거하고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5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한 1박2일 첫 투쟁 여정을 마무리했다. 5월 1일까지 ‘장애인권리예산’ 투쟁을 예고한 전장연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면서 윤 당선인과 인수위를 압박했다.

이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전장연의 지하철 선전전을 두고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며 장애 감수성이 떨어지는 비난으로 맞붙으며 장애계 투쟁에 불씨만 붙인 꼴이 됐다.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효자치안센터에서 ‘326 전국장애인대회’ 해단식 모습. 휠체어 탄 장애인 뒤로 요구안 피켓이 바닥에 깔려있다.ⓒ에이블뉴스

■수백 번 외친 권리예산 보장, 답변은 ‘립서비스’

전장연은 윤석열 당선인 후보 시절부터 수차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해왔다. 후보 시절 서울 대학로에서 이준석 대표와도 만나 요구한 내용이다.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탈시설 예산 788억원,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비 국비 책임, 장애인의 완전한 이동권 보장을 위한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지원까지 모두 담긴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이다. 이는 지역사회에서 이동하고, 교육받고, 일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 권리’를 담은 내용이다.

서울시를 향해서는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이후, 이명박 시장과 박원순 시장이 각각 2004년까지, 2022년까지 약속한 지하철 엘리베이터 100% 설치를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1동선 1역사 확보율은 93.6%로, 21개 역사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하지만 지난 23일 인수위 정례 브리핑을 통한 답변은 ‘립서비스’에 불과했다. 인수위는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한 당연한 과제고 인수위에서 당연히 중점 과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지만, 전장연은 ‘원론적인 답변’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근처 도로를 점거하고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모습.ⓒ에이블뉴스

■강력 투쟁 스타트, “온몸으로 이야기 안 하면 모른다”

전장연은 예정대로 지난 24일 한 달만에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재개했으며, 청와대 인근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출범식 및 18회 전국장애인대회, 최옥란 열사 20주기 및 2022 장애해방열사 합동추모제 등 밤늦게까지 투쟁의 열기를 불태웠다.

다음날인 25일 오전에도 3호선과 4호선에서 지하철 출근길 선전전을 펼치며 인수위를 압박했다. 이어 오전 9시 50분부터 경복궁역에서 청와대 인근 효자동치안센터까지 행진을 펼치며, 전장연은 “장애인이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그에 따른 국가의 책임있는 예산을 확보해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그러나 날아드는 것은 ‘집구석에 처박혀라’는 욕과 혐오발언이었다. 언론들 또한 양일간 출·퇴근길 시민 불편에 집중했다.

전장연 연윤 활동가는 “왜 지하철에서 하냐고 묻는데, 이렇게 온몸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모른다. 우리 사회는 휠체어 탈 자리 하나 내주지 않는다”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시민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안산나무를심는장애인야학 김선영 교장도 “30분, 1시간만 조금만 늦어도 세상 난리 다 치고, 나도 출근하는 건데도 이 시간에 왜 다니냐고 집에 처박혀 있으란 소리를 많이 들었다”면서 “욕할 시간 있으면 왜 그러는지 한 번만이라도 들어보고, 윤석열 당선인에게 요구하던 기획재정부에게 한 번만 전화해줬으면 좋겠다”고 절박함을 외쳤다.

전장연의 지하철 선전전 모습.ⓒ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준석 대표 ‘서울시민 아침 볼모 잡아’ 정면 비난

25일 같은 시간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고 폄훼하며, “서울경찰청과 서울지하철공사는 안전요원등을 적극 투입해야 한다”고 경찰 대응방법까지 제시했다.

이준석 대표의 페이스북 글 캡쳐.ⓒ화면캡쳐

(이준석 당대표 페이스북 글 전문)국민의힘은 지금까지도 장애인 이동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고, 더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하의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은 의아한 부분입니다.

또한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선인은 이미 몇달 전부터 해당 단체 간부등에게 협의를 약속했습니다.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해 가면서 하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요원등을 적극 투입하여 정시성이 생명인 서울지하철의 수백만 승객이 특정단체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평시에 비장애인 승객들에게도 출입문 취급시간에 따라 탑승제한을 하는 만큼, 장애인 승객에게 정차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출입문 취급을 위해 탑승제한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

이준석 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읽고 있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에이블뉴스

■“참으로 철딱서니 없어, 뭐라든 끝까지 투쟁”

이 같은 이 대표의 날 선 글은 전장연의 투쟁에 불씨만 붙인 꼴이 됐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이 대표의 글을 다시금 읽으며, “참 철딱서니 없어도 이렇게 없나. 지하철 탄 젊은이가 얘기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데, 국민의힘 당 대표라는 사람이 이렇게 기본적인 사실조차도 왜곡하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표했다.

이어 “이동권 보장 약속 시점은 이명박 전 시장이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떨어져 죽었을 때 우리는 이명박 전 시장에게 2004년까지 지하철 엘리베이터 100% 설치 약속을 받았다. 그다음 오세훈 시장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고, 박원순 시장 때 지하철 잡고 싸워서 2015년 다시 약속을 받은 것”이라면서 “앞에 내용은 다 빼고 왜 오 시장한테 와서 지하철 잡고 난리 치냐 아니냐, 이런 사기꾼이 어딨느냐”고 이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 “이 대표가 이동권 보장하겠다고 하는데, 보장 안 하겠다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느냐. 교육 좀 받자고 하면 교육받지 말란 사람이 어딨느냐. 기재부에 보조금법에 시행령 고쳐야 한다고 된다고 방법을 전달했는데 그런 말은 안 하고 사기쳤다”면서 “국민의힘 당 대표라는 작자가 장애인 이동할 권리조차도 갈라치기하고 정파 싸움으로 이용하냐”고 비판을 쏟아냈다.

한편, 전장연은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효자치안센터에서 ‘326 전국장애인대회’ 해단식을 갖고, 1박2일 투쟁을 마무리했다. 이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기점으로 5월 1일까지 가열찬 투쟁이 예고된다.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도 계속될 예정이다.

박경석 이사장은 “이준석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엄정하게 다스려달라 메시지 남긴 만큼 내일부터 경찰들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효자치안센터에서 ‘326 전국장애인대회’ 해단식 모습.ⓒ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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