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진주교대에 중증장애학생 입시성적 조작 사건의 책임을 지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라며 11일간의 노숙농성을 진행했다. 사진은 2021년 9월 2일 저녁 진주교대 유길한 총장 면담 후 농성을 마무리한 모습.ⓒ에이블뉴스DB

[2021년 결산]-②진주교대 입시 성적조작

2021년 신축년(辛丑年)은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더욱 기승을 부린 한해였다.

장애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최고 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운영되는 상황에서도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장애인 등록 사각지대, 장애인 탈시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장애인 이동권 등 정부와 사회에 장애계의 요구를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에이블뉴스는 올해 '가장 많이 읽은 기사'를 토대로 한해를 결산하는 특집을 진행한다. 두 번째는 '진주교대 입시 성적조작'이다.

올해 상반기 장애계를 강타한 이슈, 기억하시나요? “장애 2급이 네 아이 선생이라고 생각해봐”, “날려야 한다” 4월 한 일간지에서 단독보도한 국립교대인 진주교대의 입시 성적조작 사건입니다.

이 학교 입학관리팀장이 지난 2018년도 수시모집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 지원한 중증시각장애학생의 성적을 3차례 이상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장애계의 입장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대학에서 장애를 이유로 입학을 거부하던 시절이 이제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은밀하게 학생의 앞길을 봉쇄하려고 했던 거죠.

사건이 알려지자 장애계도 즉각 “악의적 장애인 차별”이라고 반발했습니다. 햇빛이 쏟아졌던 4월 청와대 분수대 앞 첫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교육부, 그리고 무더운 여름 진주교대에서의 11일간의 노숙농성과 1인 시위까지. 참으로 질긴 투쟁이었습니다.

(위)입시성적을 조작한 국립교대에 대한 진상규명 및 대학 입시담당자에 대한 장애인인권교육 실시를 촉구하는 손 피켓을 든 활동가들.(아래)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계는 2021년 9월 24일 비공개로 유은혜 부총리겸 교육부장관과 ‘장애인교육권 제고 간담회’를 진행했다.ⓒ에이블뉴스DB

장애계는 절대 진주교대만의 문제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몇 년 전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하고 있는 일이라며, 교육부에 모든 교육대학 및 사범대학의 특수교육대상자 전수조사를 압박했습니다. 철저히 하지 않으면 대충 넘어갈 것이라는 분노였죠.

실제로 8월 중순 발표된 교육부 조사 결과, 추가 의심사례까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진주교대에 2022학년도 대학입학전형에서 총 입학정원의 10% 모집정지 통보라는 중한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진주교대 유길한 총장 또한 두 차례에 걸쳐 공식 사과문까지 게재했습니다.

이후 9월에는 교육계 장애인차별 해소 방안을 위한 교육부와 장애계가 실무 협의체를 꾸려 ▲장애인 대학입시제도 개선 및 장애인교원 양성 대책 마련을 위한 TF 추진 ▲연내 장애인 대학입시제도 개선 및 대학 내 장애학생 권리보장 대책 마련 등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독서확대기를 사용하는 장애인 교원(기사 내용과 무관).ⓒ에이블뉴스DB

장애인들이 교사가 되는 길은 참 멀고도 험합니다. 2019년 기준, 교육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 교원은 총 4140명이며, 지체장애가 절반 이상인 6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청은 최근 3년간 의무고용률을 넘긴 적이 없고, 가장 높은 고용률을 달성한 것은 2.16%에 불과하죠. 교‧사대 진학부터 임용까지 ‘산 넘어 산’이기 때문입니다.

전국 127개 교육대학·사범대학 중 장애학생을 위한 특별전형이 없는 학교는 60%이며, 있다하더라도 정원에 비해 적은 인원을 모집하고, 인원을 초과해서 모집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수험서나 강의 등도 시각 및 청각장애인들은 시험 정보나 편의제공 정보에 대해서도 찾기 힘든 현실이죠.

어려움을 헤쳐내고 교사가 됐다 해도 끝은 아닙니다. 교육행정업무시스템 접근성 부족이나, 보조공학기기 지원이 부족해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시각장애를 가진 서울 구룡중학교 김헌용 교사는 올해 교육부 국정감사에 직접 출석해 “학교에서 들이마시고 있는 공기 자체가 차별적 공기”라며 눈물짓기도 했습니다.

“학교 행사를 위해 청각장애인 교사가 문자 통역사 배정을 요청하고 한 손이 없는 지체장애인 교사가 귀걸이형 마이크 지원을 요구했는데 차별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또한 안내견을 사용하는 한 시각장애인 교사는 수업에 방해가 되니 복도로 다니지 말고 밖으로 다니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는 장애인 교사들도 떳떳하게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현재 교육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 교원은 5000명 남짓으로, 너무 부족한 숫자입니다. 더 많은 장애인들이 교사가 될 수 있도록 입구 넓히는 것은 물론이고, 양성된 장애인 교사가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한 교육부 내 장애 교원을 위한 전담부서 마련도 장애계에서 꾸준히 제기해왔던 부분이고요. 더 이상 장애인들의 요구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교육당국이 진심을 보여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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