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연맹(DPI)은 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위한 조사지표 및 항목개발 토론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진 장애인다문화가족의 실태파악을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됐다. 이에 사각지대를 조명하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라는 반면, 별도가 아닌 기존 조사에서 ‘다문화’ 영역을 포함하는 방안부터 선행해야 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장애인연맹(DPI)은 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위한 조사지표 및 항목개발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재 장애 관련 국가통계는 장애인실태조사(성별, 연령별, 장애유형별 등), 고용, 건강 통계로 기존의 획일화된 기준에 따라 통계자료들이 생성되고 있다.

이러한 통계자료는 과거의 제도를 답습하거나 어느 정도 진전된 단기적, 피상적 장애인 정책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겠으나, 장애인다문화가족 등의 욕구조사나 상대적 소수자의 필요에 의한 정책을 구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장애인에 대한 그간의 제도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다문화가족’에 대한 제도권의 분절적 지원정책에 따라 이들 가정은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실.

국립한국복지대학교 공공행정학과 김지원 교수.ⓒ에이블뉴스

■장애인다문화가족 이중고, 실태파악 어떻게?

이날 국립한국복지대학교 공공행정학과 김지원 교수는 실태조사에 앞서 조사지표 및 항목개발 연구 내용을 공유했다.

김 교수는 "이중 취약계층인 장애인다문화가족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혜택을 받아야 함에도 제도내 사각지대 가능성이 높다. 다문화가족 수는 36만 가구며, 장애인다문화가족의 경우 2만~2만5000가구로 추정된다. 미등록장애를 포함하면 더 많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먼저 장애인다문화가족의 개념을 ‘다문화가족이면서 동시에 가구구성원 중 장애인인 1인 이상 존재하는 이중취약계층’으로 정리했다. 또 이혼 별거, 동포집단 귀화자 등도 함께 포함토록 했다.

이들은 다문화로 인한 고충 외에도 장애로 인한 경제적 활동의 제약, 사회적 편견, 가정 내 가사 및 양육분담 제한 등으로 인한 부부갈등이 가중돼 위기상황에 놓였다는 설명이다.

실제 장애인다문화가족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가구구성원 중 누가 장애인인지에 따라 주 관심사가 각기 달랐다.

먼저 한국남성과 다문화여성이 꾸려 장애인자녀를 낳은 경우, 주로 장애인 자녀양육과 교육,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장애인인 한국남성과 다문화여성으로 이뤄진 가족은 장애인 남편에 대한 자립과 고용안정, 그리고 자녀양육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청각장애를 가진 다문화여성과 한국남성의 가정의 경우, 장애와 다문화, 여성의 삼중취약성으로 인해 정보 습득, 의사소통 제약이 있었으며, 자녀의 양육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어 아이의 안어발달 지연 등으로 이어졌다.

이에 마련된 실태조사 지표 및 항목은 ▲일반특성(인적특성, 가구특성, 자녀특성) ▲심리적 환경(심리 및 정서적 안정성. 심리 및 정서적 대응역량) ▲사회문화적 환경(가정생활의 원만성, 사회적 네트워크) ▲경제적 환경(주거환경, 경제상태, 노후생활 대비) ▲더 나은 삶의 질(인권보장, 일과삶균형, 복지서비스 경험 및 니즈) 등 크게 5개 영역, 13개 지표로 나눠졌다.

눈에 띄는 항목을 보면, ‘자녀 특성’의 경우 자녀수, 연령, 장애여부 및 특성 등 기본적인 내용와 함께, 진학/진로계획, 장애가 있는 경우 학내 장애학생지원센터 지원 여부와 평생교육 참여여부도 함께 물었다.

‘심리적’ 항목에는 우울증, 자살생각 및 시도 경험, 문화적응도, 장애수용도 등도 함께 들었으며, 장애인다문화가족이 가장 많이 겪고 있는 가족관계 갈등에 대한 이유와 해결, 애로사항 부분도 함께 담아냈다.

‘인권보장’ 지표에는 일상 및 사회생활전반에서의 사회적 차별 존재, 가정내 성폭력, 자녀가 직면하는 학교폭력 내용도 담았으며, 복지서비스별 정보와 이용경험 및 니즈 등도 함께 지표에 녹였다.

김 교수는 “장애인다문화가족 실태조사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주무부처를 명확히 하고, 범부처간 연계 및 네트워크 활성화와 수요자 욕구 충족을 위한 정보공유 및 행정서비스 지원 플랫폼 등 인프라 구축이 전제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장애인연맹(DPI)은 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위한 조사지표 및 항목개발 토론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사각지대 조명” 긍정적…“별도 조사 필요할까?” 의견도

이 같은 장애인다문화가족 실태조사 조사지표 및 항목 발제에 대해 토론자들은 “사각지대를 수면으로 올린다”면서 실태조사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반면, 조사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기존 통계부터 활용하는 현실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특정 항목에 대한 보완점도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아시아개발연구소 류이현 연구원은 “장애인다문화가족이 겪고 있는 특수한 차별의 문제를 짚어보고자 하는 시도는 기존의 담론에서 조명받지 못한 사각지대를 수면으로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소수자 약자들의 다중적 교차적 차별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실태조사 연구 의의를 전했다.

반면, “지표 및 항목을 구성해가는 단계에서 그 집단의 불행을 전제해서는 안 된다”면서 “지금까지 제도적 법적 지원이 미비했던 장애인다문화가족 집단에 대한 조사를 하고자 하는 것이지, 그들이 이중으로 불행하기 때문에 시혜를 베푼다는 식의 접근은 그들을 더욱 소외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체적으로 실태조사 속 심리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자살생각 및 시도 경험’ 내용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배재대학교 기독교사회복지학과 정지웅 교수는 조사 문항에 대한 보완점을 제시했다. 가정 중성원 중 자녀가 발달장애나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 다문화당사자가 장애를 가진 경우 수어활용조사에 대한 부분도 고려돼야 한다는 것.

또 정 교수는 조사 수행과 관련, “되게 중요한 조산데, 주기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인구가 적고 기존 조사들과 중복된다”면서 “주기적 조사를 원한다면 기존 실태조사(다문화가족, 장애인실태조사)에 장애인다문화 가정 특성을 고려한 문항을 추가해 조사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은가”라고 꼬집었다.

더인디고 조성민 대표도 “기존 장애인실태조사나 장애인의 삶 패널조사에 ‘국적’이나 ‘출생국가’ 등의 몇 가지 항목추가만으로 의미 있는 통계를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면서 실제 조사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해 기존 조사를 활용하는 방안부터 선행돼야 함을 지적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중앙장애인지역사회통합지원센터 서해정 전환지원팀장은 실질적인 실태조사를 위해 ▲전국단위의 전수조사보다는 장애아동, 장애이주여성 등 조사대상을 나눠 실시 ▲기존 전국조사 장애여부에 대한 분리통계 생산 및 분석 ▲장애인가족지원정책으로의 접근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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