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오)장애인부모 신정화씨.ⓒ국회방송

“가위가 뭔지 라이터가 뭔지, 자기 옷도 다 자르고 사는 아이들이 자립생활을 하면 살 수 있을까요?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탈시설을 하든, 시설에 남든 선택권을 주세요.”

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의 참고인으로 출석한 발달장애인 부모 신정화 씨는 정부가 추진 중인 일방적인 장애인 탈시설에 반대하며, “시설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신 씨는 “중증발달장애인을 가졌다는 이유로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죄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케어하다 보면 가족들은 경제활동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모두가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죄책감을 갖고 시설에 자녀를 맡기고 있다”면서 “시설에 맡기지 못한 부모들은 오죽하면 동반자살 하겠냐”고 발달장애인 가족이 처한 현실을 토로했다.

이어 신 씨는 정부의 장애인 탈시설 정책을 두고, “지역사회에 보호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설장애인만을 압박하는 것은 당사자와 가족까지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전경.ⓒ국회방송

정부가 지난 8월 2일 발표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은 내년부터 3년간 시범사업을 통해 탈시설·자립지원 기반 여건을 조성한 후, 2025년부터 20년간 본격적인 탈시설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거주시설 신규설치는 금지되고, 현 거주시설은 ‘주거서비스 제공기관’으로 명칭을 바꿔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 대상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기능이 변환된다. 장애인 학대 관련 범죄 발생 시설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즉시 폐쇄된다.

이에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이하 부모회)는 탈시설 로드맵 발표에 앞서 보건복지부 앞에서 집회 등을 열며, ‘시설퇴소는 사형선고’라며 탈시설 정책 및 로드맵 철회를 외쳐왔다.

부모회 소속인 신 씨는 “2만 9000명의 시설 장애인을 20년간 2000명으로 줄여 자립지원주택으로 가게 된다고 당사자의 삶이 행복해질지 궁금하다. 비장애인도 살기 힘든 세상에서 인권, 안전문제는 누가 책임지냐”면서 “주변에 탈시설을 찬성하는 부모는 한 명도 없고, 시설 입소 문의하는 부모가 더 많다. 부모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피력했다.

또한 신 씨는 “시설에서는 입소대기자의 의미가 없어 문의가 와도 접수를 안 받는다고 한다. 아무리 설명해도 부모들은 욕까지 하고 간다고 한다. 집에서 케어할 수 없는 장애인들을 어떻게 하라는 거냐”면서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의 아픔을 알아달라. 일상생활 가능하면 누가 자녀를 시설에 위탁하겠냐”고 했다.

특히 신 씨는 거주시설에서 18년간 살고 있는 자신의 자녀에 대해 “말도 못 하고, 강박 증세가 심해서 계속 이불을 잘라서 침대에 패드를 못 깐다. 자기 옷도 다 잘라서 다 뜯어진 옷을 입고 산다”면서 “이런 아이들이 자립생활 한다면 잘 살 수 있겠냐. 자립이 불가능한 경우 시설에 남도록 선택권을 달라”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국회방송

이 같은 부모의 피맺힌 절규에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은 “소통이 많이 부족했다. 자기주거권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강제 퇴소나 강제 폐쇄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탈시설 욕구를 조사한 결과 6000명 중 시설에서 나가고 싶은 사람이 33%다.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고 부모에게 돌봄을 전가하는 사례가 없도록 3년간 시범사업 하면서 충분히 시간을 두겠다”고 답했다.

이에 신 씨는 “시설에서 버거워해서 정신병원 들락날락하는 발달장애인이 자립한다하면 어떻게 보호할 건지” 물었고, 권 장관은 “그런 분들은 해당 안 될 것”이라고 답했다.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도 “탈시설이 갖는 일반적인 선한 방향에도 불구하고 발달장애인의 경우 실제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면서도 “대선 국면이 되며, 일반론으로서 대선후보들이 ‘탈시설’ 하면 가슴이 내려앉는다고 부모님들이 울고 가시는 모습도 많이 봤다. 여야 막론하고 후보들에게도 개별 사정에 대해 잘 알려드려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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