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유니온파크 정문. ⓒ에이블뉴스

휠체어 테니스를 즐기는 남성이 집 근처 공원의 테니스장을 이용하려 했으나, 테니스장과 인접한 공원 주차장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설치돼 있지 않아 체육시설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종철 씨(지체장애, 49세)는 이번 달에 하남시로 이사 왔고, 지난 11일 하남 유니온파크에 방문했을 때 공원에 테니스장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매우 기뻤다. 생활 스포츠로 즐겨 온 휠체어 테니스를 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종철 씨는 2003년부터 휠체어 테니스에 빠졌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에서의 생활 중에도 활발하게 체육활동을 이어왔을 정도였다.

귀국해서는 업무 등 바쁜 생활로 인해 최근까지 테니스 라켓을 잡지 못했지만 현재는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에서 휠체어 테니스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휠체어 테니스장을 발견한 기쁜 마음도 잠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파악하기 위해 주차장을 살핀 그는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테니스장 등 체육 시설과 가까운 후문 주차장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없고 정문 주차장에만 마련돼 있었던 것.

종철 씨는 하남 유니온파크를 관리하는 하남시청에 전화해 자신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며 테니스용품과 스포츠용 휠체어를 끌고 정문 주차장부터 테니스장까지 이동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는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하남시청 관계자로부터는 내년 2월에 공사가 예정돼 있어 그 이후에나 후문 주차장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할 수 있으니 정문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는 답변만 받을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차에서 테니스용품과 스포츠용 휠체어를 내리는 모습. ⓒ에이블뉴스

실제 종철 씨와 함께 정문 주차장부터 테니스장까지 직접 이동한 결과, 비장애인 시각으로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장애인 당사자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든 현실이었다.

곳곳의 작은 턱들과 울퉁불퉁한 길은 테니스용품과 스포츠용 휠체어를 끌고 가는 그에게 너무나도 험난했다. 약 10분이 걸려 도착한 테니스장 앞에서 그는 지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종철 씨는 “평탄한 길도 아니고 울퉁불퉁한 길을 10분 넘게 스포츠용품들을 끌고 가야 하는데 마땅한 대책 없이 정문 주차장을 이용하라는 것은 장애인을 무시하고 학대하는 행위가 아닌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주말 오후, 테니스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테니스를 즐기고 있었지만 그는 이런 상황 속에서 테니스 활동을 포기했다. 운동 전후로 이렇게 힘들게 길을 오고 가야 하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테니스용품과 스포츠용 휠체어를 끌고 정문 주차장에서 테니스장까지 가는 모습. ⓒ에이블뉴스

현재 하남 유니온파크에는 3%의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면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하남시 지방자치 조례에 따라 주차구역 256면 중 8면의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정문 주차장에 설치돼 있다.

하남시청 관계자는 “2013년 하남 유니온파크 준공 당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정문 주차장과 후문 주차장에 나뉘어 설치돼 있었다. 후문 주차장의 경우 정문과 같이 아스팔트로 포장된 주차장이 아닌 구멍이 뚫린 보도블럭으로 돼 있기에 장애인전용주차구역과 관련된 민원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2016년 후문 주차장을 경차 전용 주차장으로 용도를 변경하면서 후문 주차장에 있던 장애인전용주차장을 하남 유니온파크의 본관과 가깝고 도로 포장이 잘 돼 있는 정문으로 옮겨 확대 설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내년 2월부터 2024년 8월까지 후문 주차장을 포함한 약 1만 5,000㎡ 규모의 하수도 및 하수처리 시설 공사가 예정돼 있다”며, “이 공사에는 후문 주차장을 아스팔트로 포장하고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마련할 사업 계획이 포함돼 있기에 현재 후문 주차장에 별도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종철 씨는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공원 전체의 모든 시설을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하남시청은 공공기관으로서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남 유니온파크 정문 주차장. ⓒ에이블뉴스

하남 유니온파크 후문 주차장. ⓒ에이블뉴스

테니스용품과 스포츠용 휠체어를 끌고 정문 주차장에서 테니스장까지 가는 모습. ⓒ에이블뉴스

테니스용품과 스포츠용 휠체어를 끌고 정문 주차장에서 테니스장까지 가는 모습.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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