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이광섭 씨. 병원 이동이 어려워 방문 접종을 요청했지만 원하는 답을 듣지못했다.ⓒ에이블뉴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 이광섭 씨(47세, 남)의 속이 타들어 갑니다. 답답한 마음에 이곳저곳 전화만 걸어봅니다. “갇혀 있는 것 같아요. 답답해 죽겠어.”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는 광섭 씨의 사회활동은 ‘뚝’ 끊긴 지 오래입니다. 작은 방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 됐다고 했습니다.

“뉴스를 보는데 코로나19 백신을 다 맞더라고요. 왜 나는 안 맞나? 목숨 걸고 나가야 하는데…” 광섭 씨에게 백신 접종은 ‘산 넘어 산’입니다. 백신 접종 차례는 돌아오지 않고, 어떻게 병원까지 방문할지도 깝깝합니다.

벌써 2주째 백신 때문에 주민센터, 구청, 질병관리청 콜센터 담당자들과 전화로 씨름 중입니다. 턱으로 전동휠체어를 운전하는 광섭 씨는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플라스틱 차단막까지 구입해 폭염을 뚫고 두 번이나 구청을 찾았습니다.

중증장애인 광섭 씨의 ‘백신 접종 삼만리’, 과연 혼자만의 문제일까요?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미지.ⓒ픽사베이

■재가 중증장애인 접종 사각지대 해소? 현실은

지난 6월 17일, 정부는 9월 말까지 전 국민 70% 이상의 1차 접종을 목표로 한 ‘코로나19 예방접종 3분기 시행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안에는 광섭 씨와 같은 ‘재가 중증장애인 등 접종 사각지대 해소’ 내용도 담겼는데요.

장애·거동불편 등으로 접종기관 방문이 어렵고, 온라인 접근성이 낮은 대상자를 위해 ▲이동 및 활동 지원 ▲예방접종센터 특정 대상군 접종일 운영 ▲의료기관 자체접종 ▲방문접종 등 대상군 특성에 따라 계획을 수립해 접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광섭 씨 또한 이 뉴스를 확인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이 없어 ‘실제 편의 지원이 어떤가?’ 하는 궁금증이 생겨 질병관리청 콜센터에 문의했습니다. 담당자는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살고 계신 시군구에서 안전한 내원 및 귀가를 위해 이동편의지원 계획을 수립 중이다. 살고 계시는 지자체에 문의하면 된다’고 답해왔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는 광섭 씨는 외출 시 플라스틱 차단막을 착용한다.ⓒ에이블뉴스

■“최중증 위해 가정방문 해달라”, 구청 ’난감‘

그래서 주민센터로 전화했습니다. 백신 접종 편의를 문의했더니, 택시비와 동행인 1명이 지원 가능하다는 답이 따라옵니다. 그마저도 활동지원사가 있으면 택시비만 지원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몸이 무거운 중증장애인은 활동지원사 혼자 들 수 없잖아요.”라고 항변했지만, 각 구청과 협의된 내용이라고 합니다.

직접 병원으로 갈 수 없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방문접종’ 내용이 분명 계획에 있는데, 아무도 그 답을 찾아주지 않습니다. 답답해진 마음으로 구청에 전화를 걸었지만, 와상장애인을 위한 대책은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못 가는 중증장애인의 백신 접종을 위해서는 의사가 가야 하는데 방문접종이 어렵다고 합니다. 의사가 섭외가 안 된다고요. 나보다 더 중증인, 병원까지 이동이 안 되는 분들은 어떻게 할 거냔 말이죠. 너무 답답해요.”

기자가 구에 문의한 결과, 현재 중증장애인 백신 접종 편의는 기관과 연계한 이동지원 서비스 뿐이었습니다. 광섭 씨가 요구하는 방문접종 또한 고려했지만, 구 차원에서 방문접종을 할 의사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구 관계자는 “충분히 방문접종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 공고를 내도 현실상 어려웠다”고 전했습니다. 방문접종이 필요한 최중증장애인의 수를 파악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정확히 파악 못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중증장애인 예방접종 사전예약이 연기됐다는 문자. 광섭 씨는 기약없는 접종에 분통만 터뜨렸다.ⓒ에이블뉴스

■기약 없는 접종, ‘방역 사각지대’ 분통만

광섭 씨와 같은 재가 중증장애인의 백신 접종은 기약이 없습니다. 서울시가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만 18세 이상 50세 미만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예방접종 사전예약을 받겠다는 문자를 보내곤, 26일 저녁 돌연 일정이 연기됐다고 안내한 겁니다. 광섭 씨는 황당하게도 사전예약 문자를 받지 못하고, 일정 연기 문자만 받았습니다.

‘중증장애인 코로나 예방접종 사전예약을 7월 26~28일 진행하고자 하였으나, 행정안전부 및 질병관리청의 상황에 따라 일정을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사전예약 일정은 미정이며, 추후 일정이 확정되면 예약 기간을 안내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백신 접종도, 편의 지원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방역 사각지대’에 놓인 광섭 씨. 구청으로서는 해결 방법이 없자, 이제는 세종시에 있는 보건복지부를 직접 찾아가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주변 동료들을 대상으로 중증장애인 백신 접종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서명도 받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찾아오는 복지라고 하는데, 지금 찾아오는 복지가 맞나는 생각이 들어요. 구나 동에서 먼저 장애인에게 어떤 편의가 필요한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 하루빨리 백신을 맞고 싶습니다!”

한편, 정부는 오는 30일 만 18~49세 연령층 및 재가 노인·중증 장애인, 발달장애인, 노숙인 등에 대한 8월 접종 계획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이 안에 광섭 씨가 요구하는 방문접종 내용도 구체적으로 함께 담길까요? 말로만 ‘접종 사각지대’ 해소가 아닌, 실제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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