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은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복지부의 일방적인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이블뉴스

보건복지부가 편의점 등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의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설치 기준을 강화한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중인 가운데, 장애계가 "꼼수"라고 반발했다.

15평 이하의 시설은 경사로 등을 설치하지 않아도 돼 ‘장애인 출입금지 구역’으로 남게 되며, 내년 1월 기준의 신축 등의 건물로만 한정돼 사실상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은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복지부의 일방적인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안.ⓒ국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 캡쳐

■복지부, ‘소규모시설 편의시설 의무화’ 입법예고

지난달 8일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안은 편의점, 음식점,카페 등의 현행 편의시설 의무설치 바닥면적기준을 300㎡이상(약 90평)에서 50㎡(약 15평)으로 강화했다.

다만,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2022년 1월부터 신축·증축(별동 증축)·개축(전부 개축)·재축되는 곳에만 적용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 등의 소규모 공중이용시설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장애계의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장추련 등은 2018년 음식점, 편의점 등의 접근권을 보장해달라며 ‘장애인의 생활편의시설 이용 및 접근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장애인 생활편의시설 공대위)’를 구성, ‘1층이 있는 삶’ 프로젝트를 통해 차별구제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 뿅망치 퍼포먼스 등을 진행해왔다.

(위)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아래)법무법인 한남 이재근 변호사.ⓒ에이블뉴스

■바닥면적기준 폐지 아닌 변경? “찬물 끼얹어”

하지만 장추련은 이번 개정안이 “장애인단체의 몇 년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분노했다.

장추련 등이 요구해왔던 바닥면적기준 폐지가 아닌 변경으로, 법이 개정되도 약 15평 이하의 소규모시설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없다.

장추련 이승헌 활동가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5평이 안 되는 편의점이 전체의 70%”라면서 “면적기준을 반드시 철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도 “복지부는 면적기준을 50㎡을 낮췄다고 자랑하지만, 면적 제한이 있는 한, (소규모시설을)갈 수 없게 된다. 복지부 장관과 대통령은 턱 앞에서 죽어가는 심정을 아냐”면서 “1984년 김순석이 살았던 시대로 돌아가는,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장애인 생활편의시설 공대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남 이재근 변호사는 “누군가는 바닥면적기준이 크게 바뀐 것이라고 할수도 있지만, 아직도 많은 편의점 등 생활편의시설이 50㎡가 되지 않는 곳이 훨씬 많다”면서 “결국 밖에 나갈 때마다 ‘갈 수 있는 곳인가, 갈 수 있는 곳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나가지 않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단계적으로 나아지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이 문제가 공론화되서 관심사가 되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30년이 걸렸다. 앞으로 30년, 50년이 걸릴지 확신할 수 없다”면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기만적인 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대화의 테이블로 나와달라”고 피력했다.

복지부가 작성한 규제영향분석서 내용. 시행령 개정 필요성으로 유엔과 인권위 정책권고 내용이 담겼다.ⓒ보건복지부

■“개정안 입법예고 철회” 반대운동 전개

한편,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입법예고는 오는 19일까지 진행된다. 복지부는 이날까지 의견을 받아 개정안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국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복지부가 입법예고란에 올린 규제영향분석서를 보면, 시행령 개정 필요성으로 2014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건물의 규모 및 건축시기와 관계없이 모든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접근성 기준 적용 권고’와 2018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의 ‘300㎡이상(약 90평)에서 50㎡(약 15평)으로 변경’하라는 정책 권고를 들었다.

복지부가 작성한 규제영향분석서 안에 해외사례. 미국, 영국, 독일은 별도의 면적 기준이 없다.ⓒ보건복지부

함께 첨부한 해외사례인 미국, 영국, 독일의 경우 건축연도나 시설의 규모(면적)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 없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장추련 이승헌 활동가는 “3년간 무시해오더니 갑자기 인권위 정책 권고가 타당하니 지금 하겠다는 거다. 심지어 유엔에서는 면적 기준 제한을 없애라고 했는데, 50㎡로 낮추는 것도 자랑도 아니고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장추련은 오는 19일까지 전국적으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입법예고 반대운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면적기준 폐지 등이 담긴 법 개정안 발의도 준비 중이다.

장애인등 편의법 시행령 입법예고 반대 의견을 남기려면 국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https://opinion.lawmaking.go.kr/)에 접속 후, ‘통합입법예고’→‘(부처)입법예고’ 탭을 클릭 후, ‘장애인’으로 검색하면 된다. 9일 오후 현재 총 71건의 의견이 등록된 상태다.

‘20년째 그대로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 기준면적 300제곱미터 이젠 없어져야 합니다’ 피켓을 든 기자회견 참석자.ⓒ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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