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잠실역 지하도 상가 중심에 흰색 점자블록(오)강남역 지하도 상가 외부 출구 계단 점자표지판 미설치.ⓒ시각장애인 편의시설지원센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한시련) 산하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지원센터가 서울시 소재 서울시설공단에서 운영 관리하는 지하도 상가의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을 모니터링한 결과, 설치 상태가 매우 열악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모니터링은 시각장애인 회원들이 지속적으로 불편 민원을 제기한 잠실역(송파구 올림픽로 지하265), 강남역(강남구 강남대로 지하396), 을지입구(중구 을지로 지하58) 지하도 상가를 대상으로 점자블록, 점자표지판, 점자안내판과 음성안내장치가 올바르게 설치되어 있는지를 확인했다.

모니터링 결과 조사한 모든 지하도 상가에서 잘못된 점자블록과 점자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으며, 점자안내판과 음성안내장치는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특히 잠실역 지하도 상가의 경우 법적으로 점자블록은 황색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백색으로 설치되어 있으며, 그마저도 잘못된 방식으로 유도 설치되어 있다.

강남역 지하도 상가의 경우 외부 출입계단의 손잡이에 점자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지 않으며, 을지입구 지하도 상가의 경우 설치는 되어 있으나 의미 없는 문구가 거꾸로 표기되어 있는 것과 반 정도가 찢겨 있어 손빔 등 오히려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사례 등이 발견되었다.

지하도 상가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의 대상시설로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별표2 제3호에 따른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의 설치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 따라 점자블록의 설치, 손잡이와 화장실 점자표지판 설치, 보행 장애물 제거, 점자안내판 또는 음성안내장치 등이 설치 의무인 시설이다.

한시련 관계자는 “부적정하게 설치되어 있는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이 적정하게 설치되어 있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발견됐다”면서 “시설주관기관인 지자체가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을 전혀 신경쓰고 있지 않고 방치한 결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시는 2019년 ‘서울특별시 지하 공공보도시설의 설치기준 등에 관한 조례’를 별도로 제정해 시각장애인의 시설 이용 접근성 확보와 편의 증진을 보장하고자 지하도 상가의 계단에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지하도 상가 각층에 점자안내판 또는 음성안내장치 1개 이상 설치 등을 법제화했다.

하지만 모니터링 결과 현실은 법률이나 조례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였으며, 그 주요 원인은 지하도 상가 내 장애인 편의시설이 올바르게 설치될 수 있도록 관여하는 장애인 편의시설 전문기관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는 것.

건축물은 장애인등편의법에 의거해 편의시설 설치기준 적합성 확인 과정을 통해 설계 단계부터 장애인 편의시설의 설치 세부기준이 적용된다. 여객시설도 교통약자법에 의거 교통사업자가 동법에서 정하는 이동 편의시설 설치기준이 준수될 수 있도록 의무를 갖는다.

반면, 지하도 상가의 경우 구조물임에도 불구하고, 시공사에서 준공 후 지자체는 인수받아 기존대로 유지 관리만 할 뿐, 장애인 편의시설이나 이동 편의시설 관련 적합성 여부 확인 작업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한시련은 서울시 지하도 상가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지하도 상가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 소속의 시설공단이 관할하고 있는 문화, 체육, 생활, 공원 시설 내의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또한 모니터링 결과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생활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정부와 지자체에 촉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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