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등이 청와대 앞에서 “수어의 주인은 농인”이라면서 수어권 확대를 촉구했다.ⓒ에이블뉴스

제1회 ‘한국수어의 날’(2월 3일)을 하루 앞둔 2일, 청각장애인(농인)들의 목소리는 ‘환영’과 ‘씁쓸’함이 교차했다. 한국수어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만큼 기쁜 날인 반면, 여전히 현장에서는 농인들의 불편함이 남아있는 것.

이에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 등은 행사장이 아닌,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청와대 앞에서 “수어의 주인은 농인”이라며 수어권 확대를 위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수어의 날’은 한국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공용어로 인정받게 된 날인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일(2016년 2월 3일)을 기념해 한국수어 사용 권리를 신장하고 한국수어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지난해 9월, ‘한국수어의 날’을 2월 3일로 지정하는 ‘한국수화언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으며, 이 개정안은 12월 2일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12월 22일에 공포됐다. 이로써 한국수어의 날은 ‘한글날(10월 9일)’, ‘한글점자의 날(11월 4일)’ 등과 함께 언어 관련 법정 기념일이 되었다.

한국수어 정책 주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 한국수어발전 기본계획(2018~2022년)을 수립하고,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해 한국수어 보급 및 사용 환경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19년 12월부터는 공공수어통역 지원체계를 구축해 수어사용 환경을 개선했다. 정부 정책 발표나 코로나19 브리핑 등에 수어통역을 제공함으로써 농인들의 알 권리를 향상해 정보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앞으로도 공공수어 보급을 확대하고 수어 관련 교육기관에 대한 지원도 늘려갈 계획이다.

(위)빨간색 원 안에 수어통역이 진행되고 있지만 광고나 화면 잘림으로 수어통역을 보지 못하는 경우(아래)방송화면이 넓어지고 있는 반면 수어통역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있다.ⓒ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한국수어법을 만들기 위해 투쟁해온 장애벽허물기는 “축하로 그치지 않고 수어사용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방송 시청권 문제 해결을 위한 요구안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요구안은 ▲방송 수어통역이 가리는 문제 해결 ▲현행 5%의 수어통역비율을 30%까지 상향 ▲수어통역 화면비율 현행 1/16에서 1/8까지 확대 ▲농인 통역사의 방송 수어통역 참여 근거 마련 참여 등 총 4개다.

농인 윤정기 씨(왼)가 수어로 요구안을 설명하고 있다.ⓒ에이블뉴스

기자회견에 참석한 농인 윤정기 씨는 “하루에 방송에서 20여편의 프로그램을 한다면 수어통역이 있는 방송은 1개밖에 되지 않는다. 농인들의 시청 욕구를 반영해 30%까지 비율을 높여야 한다”면서 “수어는 농인의 언어다. 방송에서 청인이 통역할 경우 일정 부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일정 부분 농인 통역사들이 방송 통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농인 노만호 씨는 “다행히 2~3년부터 방송에서 수어통역이 많이 늘어나 방송 보는 재미도 생겼다. 더욱이 방송 3사 저녁 종합뉴스에 수어통역이 나와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상세히 알 수 있어 좋다”면서도 “가끔 수어통역 창 위로 광고가 나오면서 통역을 가릴 때가 있어 정말 짜증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에서 나오는 수어통역이 너무 작아 보다 보면 눈이 너무 아프다”면서 “정부는 방송사가 아닌 농인의 입장에서 시청환경을 바꿔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장애벽허물기 김철환 활동가는 “오랫동안 한국수어법을 만들기 위해 활동한만큼 ‘한국수어의 날’은 참 기쁜날이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수어의 날’ 의미가 있으려면 수어에 대한 차별을 줄이는 것이 타당해서 집회를 하게됐다”면서 “단체로 들어오는 민원 중 방송시청에서 겪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을 청와대에 제안한다. 꼭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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