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경.ⓒ에이블뉴스DB

65세 미만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급여를 받았단 이유로 장애인활동지원을 받을 수 없는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65세 미만의 노인 장기요양 급여 대상자에게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한 법률 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위헌법률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위헌 법령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으로, 헌재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할 것을 명령했다.

■장기요양 먼저 받았다고, 활동지원 배제?

현재 장애인활동지원법 제5조 제2호에 따르면, 급여 신청자격을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제1호에 따른 노인 등이 아닌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연령 이상인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여기서 ‘노인 등’이란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의 자로서 치매‧뇌혈관성질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로, 65세 미만의 장애인이더라도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고 서비스를 받아온 경우, 노인성 질환으로 분류된 ‘노인’이므로, 아예 활동지원 신청자격을 배제하고 있는 것.

노인장기요양의 경우 하루 최대 4시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반면, 장애인활동지원은 최대 24시간까지도 서비스 받을 수 있다.

사건 당사자는 중증 근육병을 가진 50대 A씨로, 함께 병원에 입원해있던 환자 동료를 통해 노인장기요양을 추천받아, 2010년부터 하루 4시간에 불과한 노인장기요양을 받아왔다. 당시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자체를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6년 절박한 마음으로 장애인활동지원을 신청했지만, 노인장기요양을 먼저 받았단 이유로 활동지원을 받을 수 없다며 거부당했다. A씨는 광주지방법원에 위헌 여부를 따져달라 요청했으며,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또 다른 사건 당사자인 중증장애인 B씨 또한 2017년 장기요양 신청 후 1등급을 통보받은 후, 다음해 서비스 시간이 많은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하자 창원지방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다.

■“신청자격 제외 불합리”, 2022년까지 개선 명령

헌재는 65세 미만의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장애인을 일률적으로 활동지원급여 신청자격에서 제외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로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헌재는 “65세 미만의 나이인 경우 자립 욕구나 자립지원의 필요성이 높아 장기요양의 욕구‧필요성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평가할 것은 아니다. 활동지원급여와 장기요양급여의 급여량 편차가 매우 크고 활동지원급여와 장기요양급여는 사회활동 지원 여부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면서 “65세 미만의 장애인 가운데 일정한 노인성 질병이 있는 사람의 경우 일률적으로 활동지원급여 신청자격을 제한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은 잠정적이라거나,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원의 필요성 내지 수요에 맞는 급여,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제도 전반에 걸쳐 합리적 체계를 구축한다면 제도 개선에 따른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단, 헌재는 “단순위헌으로 선언해 즉시 효력을 상실하게 할 경우 중복급여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장애인활동법과 노인장기요양법 급여의 구분체계에 법적 공백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면서 2022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잠정적용을 명했다.

헌재 관계자는 “장애인활동지원 제도가 장애인의 삶의 질과 건강한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장애인 관련 국가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입법자로서는 장애인의 자립의지와 가능성, 생애주기를 포함한 사회 일반의 생활양태, 국가 재정상황, 전체적인 사회보장의 상태와 균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범위에서 수급자 선정이 이루어지도록 할 제도개선의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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