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중증장애인 A씨가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전화 연결을 통해 자신의 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어제(16일) 확진되고 나서 병상에 후송 대기 중인데, 활동지원사가 없어 아내가 감염을 무릅쓰고 와서 저를 활동보조 해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입원하면 기저귀 차고 누워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고문받으러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중증장애인 A씨가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전화 연결을 통해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현실을 털어놨다.

직장 때문에 경기도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서울에 사는 A씨(지체장애/근육)는 지난 15일 회사 직원들과 함께 선제 대응 차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16일 오전 9시경 확진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큰 중증장애인으로 항시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그 또한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돼 어쩔 수 없이 퇴근했다고. 그 후로 그는 지옥 같은 하루를 보냈다. 점심은커녕, 물 한 모금도 먹지 못한 채 방치됐다.

“대구에 있는 소장님이 대구사회서비스원을 이야기하며 확진자에게 긴급지원을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전화했더니, 음성판정을 받고 자가격리하는 분들만 된대요. 그럼 나는 어떡하냐고 했더니, 긴급서비스가 없다고 합니다.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결국, 경기도에 있는 아내가 자가격리 상황에도 불구하고, 보건소와 협의해 감염을 무릅쓰고 방호복을 입은 채 활동보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현재 A씨는 여전히 아내의 도움을 받아 병원 후송 대기 중인 상태며, 병원 입원 후에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할 처지다. 병원에서는 ‘아내가 확진자로 판정되면 같은 병실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음성이면 불가능하며, 활동지원사도 신체보조를 할 수 없다’는 답변만 했다는 것. A씨의 아내는 '음성'이다.그는 “고문받으러 가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에 갔을 때 신체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없다고 합니다. (병원 관계자가)하는 말이 ‘기저귀 차고 누워 계셔야 한다, 신변 처리만 해드릴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심한 중증질환자라면 그럴 수 있지만, 저는 무증상입니다. 침대에 눕혀놓고 방치하는 상황,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는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중증장애인의 현실이 너무 불합리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 저 말고도 다른 장애인 확진자가 나오면 어떻게 될 것입니까. 저는 그나마 가족이 있어서 아내가 희생하고 있지만, 독거라면 병원 후송되기 전부터 방치되는 아찔한 상황이 현실로 오고 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코로나19 장애인 확진자 긴급구제 진정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유튜브 캡쳐

지난 14일 경북 포항시에 거주하는 장애인 B씨(뇌병변장애) 또한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병원 이송 과정은 커녕 병원에 입원 중인 현재까지 아무런 지원 없이 방치돼 있다. B씨의 상황은 그의 남편이 장추련과의 전화연결을 통해 전달됐다.

“저희 집사람은 뇌병변 3급으로 걷는 것도 잘 못 하고, 챙겨주지 않으면 약봉지 하나 제대로 뜯지 못합니다. 지금 병실에서 다른 비장애인 환자 2명이 지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포항시에도, 경북도청에도 이야기해 보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해서 여기저기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B씨 남편 또한 밀접접촉자로 자가격리 중인 상태며, 아무런 지원 없이 방치 상태에 놓은 아내 걱정에 잠 못 이루고 있다.

“장애인은 다른 매뉴얼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매뉴얼이 전혀 없고, 간호사가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챙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청에서는 똑같은 말만 반복하고. 답답해 미칠 지경입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계는 코로나19가 확산 초기 청도대남병원 내 집단감염 사태와, 대구시 대규모 확산 상황에서 중증장애인의 확진과 자가격리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장애인 및 가족이 자가격리 또는 확진 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장애인 확진자의 경우 ▲장애인 확진자 우선 입원 가능한 병상 확보 ▲장애인 확진자 병상 내 생활지원인 배치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생활치료실 확보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이 1년째 되어가는데도 불구하고, 방치된 장애인 확진자들의 빠른 지원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이날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한 상태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우리는 보건당국에 장애인들이 무방비로 죽어 나가는 방역시스템에 대해 제대로 된 매뉴얼을 갖추라고 요구했다. 장애인들이 확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보건당국은 전혀 매뉴얼이 없었다”면서 “지금 1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매일 쏟아지고 있는데, 중증장애인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이 아닌, 기저귀 차고 누워있어야 한다는 소리는 죽으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최 회장은 “무방비 상태로 있는 장애인들의 생명 존중을 위해서라도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떻게 안전하게 치료를 받게 할 것인가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생명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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