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전경.ⓒ에이블뉴스DB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가 8일 성명서를 발표, 점자형 선거공보의 페이지 수를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규탄했다.

해당 조항이 개정되면 과도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미명 하에 시각장애인의 기본권인 참정권 보장에 대한 국가적 책무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는 것.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3일 점자형 선거공보의 페이지 수를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시각장애인이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한시련에 따르면 점자형 선거공보는 다른 선거홍보물에 접근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선거인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후보자 등에 대한 정치적 정보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일한 매체이자 핵심적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점자는 일반 활자와 동일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약 2.5배 내지 3배 정도의 면수를 필요하다.

하지만 점자형 선거공보의 페이지 수를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결정은 점자형 선거공보를 작성하는 경우에도 책자형 선거공보의 면수 이내로 한정해 그 내용의 동일성을 유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시각장애선거인의 후보자 등에 대한 정치적 정보취득의 기회가 박탈될 수 있게 하거나 제한되게 해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시각장애선거인에게 불리한 결과 즉 실질적인 불평등을 초래해 선거권 행사 영역에서 차별하고 있다는 것.

한시련은 "국가가 과도한 비용을 부담할 수 있음을 청구 기각 사유로 설명했지만 점자형 선거공보의 작성비용이 국가적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적어도 선거에서는 점자형 선거공보의 면수를 책자형 선거공보의 면수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 할 것이므로, 해당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는 점자형 선거공보의 작성비용을 전액부담하고 있으므로 선거공보 면수의 상한을 늘리는 것일 뿐 더 많은 양의 공보물을 제작하라는 것은 아니고,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선거에 있어 점자형 선거공보의 작성비용은 국가적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렵다 할 수 없으므로 해당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시련은 "열악한 상황에서 시각장애인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보호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점자출판 시설 및 점역 교정사의 부족으로 현실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국가가 과도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운 작금의 현실에 우려와 함께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분통해 했다.

여기에 "헌법재판소는 소수 약자의 보호 받아야 할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는커녕 스스로 부정하는 만행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한 뒤 "이번 결정으로 스스로 실추시킨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입법 취지를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제1항에서는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해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를 차별행위로 명시하고 있으며, 동법 제27조(참정권) 제1항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공직선거후보자 및 정당은 장애인이 선거권, 피선거권, 청원권 등을 포함한 참정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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