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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장례식장 풍경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8-14 15:14:45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성인이 되면 결혼을 하고 살다가 세상을 떠난다. 인간의 생로병사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다. 그 가운데 인륜지대사가 결혼과 죽음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결혼을 하고 그리고 죽는다.

그래서 결혼에도 모두가 축하하고 죽음에도 조의를 표한다. 결혼에 대한 축하와 죽음에 대한 조의는 어쩌면 인간의 기본 예이자 도리이기도 하겠지만, 언제부터인가 인간의 기본 도리보다는 품앗이에 불과하다. 내가 받았으니 남에게도 갚아야 되는 품앗이 말이다.

품앗이는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 풍습이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결혼식은 물론이고 장례식까지 그냥 그렇게 주고받는 품앗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장례식장의 출입제한 표시.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례식장의 출입제한 표시. ⓒ이복남
그런데 현대에 와서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되고 말아 연세 높으신 부모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결혼은 선택이 되는 바람에 미혼 내지 비혼주의자가 많아진 것이다. 일부 장애인들은 결혼하고 싶어도 마땅한 배우자가 없어서 본의 아니게 비혼이 되고 만다.

결혼이 미혼 내지 비혼이 되는 것과는 별개로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가 전국은 물론이고 세계를 강타하고 있어 결혼식은 미루는 것 같다. 이 와중에 결혼식을 했다가는 하객이 없을 것이므로.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 사례는 2020년 1월 20일에 처음 보고되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2월 그리고 3월이 되면서 코로나19는 전국적으로 번져나가고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면서 거리두기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중단이 되었다. 따라서 결혼식도 연기가 되었다. 그러나 죽음 즉 장례는 미룰 수가 없다. 누가 먼저 죽고 싶겠는가만은 죽음은 코로나도 비껴갈 수 없었다.

그래서 3월쯤부터의 장례식에는 거의 조문객이 없었다. 당국에서도 마스크를 사용하고 거리두기를 하라고 했지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시대에 남의 장례식에 함부로 갈 수도 없었다.

장례식에는 가족들과 친인척 외에는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한 죽음에는 가족들도 접근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시절이 이렇다보니 그동안 필자에게도 몇 건의 부고가 왔으나 장례식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고 조의금만 보냈다. 때가 때인지라 상주들도 이해를 했다.

그러면서 벌써 몇 달이 흘렀다. 여기저기서 결혼식 이야기가 조금씩 들려오고 장례식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얼마 전 A 씨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A 씨는 젊었을 때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되었다. 어머니가 젊었을 때는 A 씨의 장애를 뒤치다꺼리하느라고 마음고생도 심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는 A 씨가 어머니를 돌보아야 할 처지가 되었다.

A 씨는 자기 자신도 추스르기가 벅찬 중증장애인인데 구십이 넘은 어머니까지 돌봐야 했으므로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자 했으나, 어머니는 요양원을 한사코 거부했다.

어머니는 “그래도 내가 네 옆에 있어야지 너를 떠나서 어찌 요양원에 가겠느냐?”며 한사코 싫다 하셨다. 장애아들을 차마 두고 가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어머니 : “A야 내가 자는 잠에 가야 너를 고생 안 시킬 건데 그리 될랑가 모르겠다.”

A 씨 : “어머니 그런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주무시이소.”

A 씨는 늦은 밤 어머니에게 하직 인사를 하고 이불을 덮어 드렸는데, 어머니는 아침에 일어나지 않으셨다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장례식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예전에는 주로 병원 장례식장을 이용했으나, 요즘은 전문장례식장도 있다.

장례식 관련 영화 ‘축제’.  ⓒ네이버 영화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례식 관련 영화 ‘축제’. ⓒ네이버 영화
1996년에 상영된 임권택 감독의 ‘축제’에는 당시의 장례식 풍경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문상객들이 몰려들고, 노름판이 벌어지고, 집안 어른들은 장례 절차로 왈가왈부하는 등의 이야기가 이제는 그야말로 옛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이제 모든 장례절차는 집안 어른이 아니라 상조회사에서 주도한다. 따라서 장례 형식은 집집마다 가풍을 따르는 주관식이 아니라 이제는 대부분이 비슷비슷한 객관식이 되었다. 상주는 장례를 주관하는 상조회사에서 일러주는 절차대로만 하면 된다.

조문객이 빈소에서 마지막으로 망자에게 인사를 하는 방식은 망자의 종교에 따라 의식이 다르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촛불을 켜고 향을 꽂고 절을 하는 방식과, 하얀 국화꽃을 바치고 묵례만 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지체장애인은 향을 꽂고 절을 하기가 어려우므로, 향을 꽂고 절을 하는 방식일 때는 절이 가능한 사람만 빈소 앞에 나아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국화꽃을 바치는 조문이 일반화되었는데, 이번에는 망자가 기독교인이라 아예 향초도 없었다.

A 씨가 장애인이다 보니 A 씨의 조문객은 대부분이 장애인이었다. A 씨는 휠체어를 타고 조문객을 맞았다. 장애인 특히 지체장애인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를테면 키높이 구두나 보조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대부분의 장례식장은 신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라 장애인들에게는 정말 불편하다.

장례식장에 가보면 입구에서 집게로 신발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장례식장은 신을 벗고 들어가는 곳일까. 그냥 신을 신은 채로 들어가면 신발을 정리할 필요도 없을 텐데……. 그러나 A 씨의 장례식장은 신을 벗고 들어가기는 했지만, 좌식은 아니고 입식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상을 당한 가족들은 왈가왈부하는 가족들의 입김이 아니라 상조회사의 절차에 따르기만 하면 되므로, 상주나 가족들은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답례만 하면 된다. 조문객을 대접하는 일도 대부분 상조회사나 장례식장에서 맡게 되므로 상차림도 비슷하다. 밥과 시락국 또는 육개장, 돼지고기 수육, 튀김, 전, 김치, 마른안주 등이 나온다. 그리고 술과 음료가 나오는데 대부분이 차를 가져오므로 예전처럼 밤을 새워 술을 마시는 사람은 별로 없다.

황포를 입고 상장 짚는 일은 오래전에 없어졌고, 남자들의 한복은 양복으로 대체되었다. 여자들도 광목이나 옥양목 한복 대신 검은색 한복을 입기 시작했다. 남자들의 양복은 그렇다 치고 여자들이 한복은 입지만, 흰색이 아니라 왜 검은색이 되었는지는 정말 모를 일이다.

남자들과 통일을 위해서? 아니면 때가 탈까 봐 검은색으로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장례식에서 여자들의 흰색 한복이 사라진 지는 오래다. 그리고 요즘은 '아이고, 아이고'하는 곡도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남의 장례식에 조문객으로 가려면 남녀를 불문하고 최소한의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가야 했지만, 이제는 그런 것도 사라졌다. 특히 출근해서 일을 하다가 부고를 받고 달려온 사람이라면 입은 옷 그대로 일 수밖에 없음으로 그것도 개의치 않는다. 그래서 간밤에 초상집에서 밤을 새우고 왔다는 변명도 이제는 안 통한다.

보통 사람들은 삼일장이다. 예전에는 3일 후에 공동묘지나 선산으로 가기도 했으나 요즘은 대부분이 화장장으로 가는데, 가족이나 친인척이 아니라면 조문은 장례식장에서 끝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장례식장에는 술을 마시거나 고스톱판을 벌여 밤을 새우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물론 친인척이거나 상주의 동료들이었지만.

그러자 몇몇 장례식장에서 3일 동안 조문객을 접대하느라고 지친 상주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자정이 되면 장례식장의 셔터를 내렸다. 그래서 그런 장례식장이 잘 될 줄 알았는데, 아직도 장례식장에서 밤을 지새우는 풍습에 젖은 사람들이 자정에 셔터를 내리는 장례식장을 외면했다. 그러자 상주들은 예전처럼 밤을 새우는 장례식장을 찾기 시작했다.

밤 10시 이후에는 조문이 되지 않는다는 현수막.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밤 10시 이후에는 조문이 되지 않는다는 현수막. ⓒ이복남
그러던 차에 코로나19가 터졌다. 결혼식 축의금은 물론이고 조의금도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을 못 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 부탁했다. 부산의 경우 결혼식 풍습에서 축의금을 내면 답례금(식사비) 봉투를 주는데, 그래서 다른 사람의 축의금을 대신 내는 사람은 한사람이 축의금 답례 봉투를 여러 개 받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조의금도 부득이하게 참석을 못 할 경우 인편에 부치기도 해서 대신 내는 경우도 있지만, 조의금에는 답례금을 주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이 우리나라와 같이 정보화 기술의 발달로 첨단 산업이 활성화된 시대에도 축의금이나 조의금은 아직도 아날로그 시대를 고집하고 있다. 그래서 축의금이나 조의금도 부득이하게 참석을 못 할 경우 인편으로 보낸다.

그나마 정보화 시대를 실감할 수 있는 것은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 입구에 ATM기 즉 현금인출기가 있어서 현금이 없는 사람은 돈을 찾을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직접 참석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계좌번호가 등장했다. 그동안 계좌번호의 편리성을 잘 알고 있었지만 차마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계좌로 보내는 것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차마 용납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어떻게 계좌로 보내느냐고 필자에게 대신 좀 내달라고도 부탁을 하기도 했다.

“어때요, 코로나로 생긴 새로운 문화인데 그냥 계좌로 보내세요.”

예전에는 부득이하게 참석을 못 할 경우 혼주나 상주에게 겨우겨우 계좌번호를 물어서 보내기도 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청첩장이나 부고를 문자나 카톡으로 보내면서 아예 계좌번호를 같이 적어 보낸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또 하나의 풍속도가 밤 10시가 넘으면 조문객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례식장 입구에는 “22시 이후에는 조문이 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밤 10시 이후에는 조문객을 받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아침에는 몇 시에 문을 열까 궁금했지만 차마 장례식장에 물어볼 수도 없고, 며칠 후 인사도 할 겸 장례식이 끝난 A 씨에게 전화를 했다.

필자 : “밤 10시 이후에는 현관문 셔터를 내리는 것 같던데 새벽에는 몇 시쯤에 문을 엽디까?”

A 씨 : “장례식장에는 시신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까 24시간 운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이나 시신이 들어오는 문을 따로 있고, 밤 10시가 넘으면 조문객만 받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장례식장에서 밤 10시가 지나면 관련 직원들이 퇴근하므로 발열 체크를 하고 조문객의 명부를 작성하는 게 어렵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필자 : “그동안 어머니 보살피느라고 수고하셨는데 이제 좀 편히 쉬세요.”

A 씨 : “어머니가 돌아간 것은 둘째 치고 아침에 일어나니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어머니가 당뇨와 고혈압 등으로 여러 가지 약을 들고 계셨는데, 아침이면 어머니의 밥상을 차리고 어머니가 드시는 약을 챙겨 드렸는데 이제 아침에 할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낮에는 요양보호사가 왔지만, 저녁에는 외출을 했다가도 학수고대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를 위해서 일찍 귀가해야 했다.

A 씨가 외출이라도 하면 “A야 언제 오노?” 어머니는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A 씨는 동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어머니에게 짜증 내지 않았고 “예 어머니 지금 갈 겁니다.”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이를 지켜본 B 씨가 장례식장에서 A 씨 아들을 만났다. “너거 아버지가 할머니에게 했듯이 너도 아버지에게 잘해라”고 하자, 옆에서 그 얘기를 듣고 있던 A 씨의 여동생이 “그 말이 정답.”이라고 하더란다.

아무리 인간의 생사가 자연의 섭리라지만, 어머니를 보내야 하는 A 씨의 마음은 오랫동안 허전하고 착잡할 것이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하루빨리 A 씨가 어머니를 보낸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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