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열리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한 장애인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7명의 장애인들이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을 외치며 삭발을 단행했지만, 끝내 확정된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 속에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문재인정부가 공약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는 물거품이 된 것.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이 담긴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3년 주기로 발표된다.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은 빈곤 사각지대를 해결하고 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하는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보건복지부

■2022년까지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년간 유지해온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생계급여를 받으려면 자녀나 배우자 등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다 해도 이들이 부양능력이 없다는 걸 증명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자녀와 연락이 닿지 않는데도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있었다.

우선 2021년에 노인과 한부모 가구를 대상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2022년에는 그 외 가구 대상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

이에 따라 수급권자 본인의 소득·재산이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부양의무자의 유·무에 관계없이 생계급여 지원받게 된다. 다만 고소득·고재산(연소득 1억원 또는 부동산 9억원 초과)을 가진 부양의무자에 대해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

부양의무자의 고소득·고재산 여부는 자식이나 부모의 금융정보 제공 동의 없이 공적자료 조회를 통해 확인 가능한 부분으로 제한한다. 또한 부양의무자 가구 중 1촌의 직계 혈족 및 그 배우자의 소득의 합 또는 재산의 합 중 어느 하나라도 기준선을 초과할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한다.

이번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통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약 18만 가구(26만명)가 신규로 지원받게 될 전망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에 따라 부과되던 부양비도 폐지됨에 약 4만8000가구(6만7000명)의 급여 수준도 약 13만2000원 가량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열리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는 장애인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의료급여 폐지 아닌 ‘개선’…"공약 파기 규탄"

반면, 장애계가 요구해왔던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담기지 않았다.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2017년 8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광화문 농성장에 방문해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계획을 담을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이에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3대적폐 폐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의료급여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라며 7월 23일부터 서울 광화문역 해치마당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또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이 결정될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지난 7일 이형숙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을 시작으로, 이날 회의가 열린 10일 오후 6명의 장애인이 삭발 투쟁을 감행하며, “공약을 지켜달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종합계획에 담긴 내용은 폐지가 아닌 개선 수준으로, 2022년 1월부터 기초연금 수급 노인이 포함된 부양의무자 가구는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또 종합계획 기간 내 부양비 및 수급권자 소득, 재산 반영 기준 개선 등을 함께 추진해 19만9000명을 추가적으로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2023년 제3차 종합계획 수립시까지 적정 본인부담 등 재정 지출 효율화 방안과 연계해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 같은 종합계획 발표에 공동행동 측은 즉각 성명을 내고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공약을 파기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을 규탄했다.

공동행동은 “생계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한국형 그린뉴딜에 이미 담긴 내용에 불과하며,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개선은 2017년 이미 발표한 1차 종합계획에 담겼던 내용을 반복했을 뿐이다. 우리는 오늘의 결정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면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단지 사각지대 해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족부양을 우선으로 한 복지제도와의 결별, 빈곤층의 복지제도에서만 ‘가족’을 문제 삼고, 가족관계 소명을 요구해온 가난한 이들에 대한 차별을 중단하는 것이 바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진짜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의료급여는 다른 급여와 비교할 때 유난히 정체된 상태다. 정부는 의료급여가 필요한 빈곤층을 영원히 버려둘 셈인가? ‘문재인 케어’는 병원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죽어가는 빈곤층에게는 한발자국도 다가오지 않았다”면서 “공약을 이행하라는 요구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폐지 검토’라는 부대의견으로 면피하기에 급급한 복지부를 보며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그러나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염원하는 우리의 마음은 결코 지지 않는다.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위해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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