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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목숨걸고 리프트 탑승” 2심도 패소

법원 "차별 인정, 엘리베이터 설치 명령 부적절"

“권리구제 외면 재판부 유감”…대법원 상고 검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6-10 16:41:23
휠체어 리프트에 탑승한 중증장애인 모습.ⓒ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휠체어 리프트에 탑승한 중증장애인 모습.ⓒ에이블뉴스DB
지하철 역사 내 위험시설인 휠체어 리프트를 제거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고 장애인들이 법원에 호소했지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차별”은 맞지만, 엘리베이터 설치를 명령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으로, 장애인들은 “한심한 재판부”라고 분노했다.

서울고등법원 제37민사부(부장판사 권순형)는 10일 중증장애인 이원정 씨 등 5명이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청구소송 2심 항소심 선고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비용은 서울교통공사와 각자 부담토록 명했다.

앞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2017년 신길역에서 장애인이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 사망한 사건 이후, 2018년 5월 사단법인 두루, 법률사무소 내일, 장애인권법센터 등과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위험한 휠체어 리프트를 철거하고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는 장애인 차별구제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통해 장애인이 사고의 위험이 크다고 느낀 ▲2,5호선 환승역인 영등포구청역 ▲1,5호선 환승역인 신길역 ▲3,4호선 환승역인 충무로역 ▲6호선 환승역인 디지털미디어시티역 ▲6호선 구산역 총 5곳의 역사를 대상으로 휠체어 리프트 시설 철거를 촉구한 것.

소송이 시작되자 서울교통공사는 추락사고가 일어난 신길역 역사에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공사를 추진, 지난 2월 28일 완공한 상태다.

장애인들은 “리프트를 위험한 시설로 규정하고 정당한 편의 제공으로 볼 수 없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사항을 들며 “예산을 이유로 위험시설인 리프트를 방치해온 것은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차별행위”다, “위험시설로 인한 죽음의 차별에 장애인이 놓이지 않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촉구했지만, 1심에서는 장애인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2019년 6월 14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서울교통공사의 리프트 시설은 ‘장애인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이용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 및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하였기에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현재 서울교통공사와 서울특별시장이 전문업자에게 이미 승강기 설치에 관한 기본 및 실시 설계 용역을 도급하였고 이를 모두 대외에 공표하였기에 차별을 개선하게끔 맡기는 게 공익차원에 적합함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적극적 조치 이행은 명하지 않기로 한다”면서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서울교통공사에게도 일부 부담하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2심 항소심 판결도 역시 원고인 장애인들의 청구를 ‘기각’했고, 소송비용도 서울교통공사와 각자 부담토록 했다. 기각의 사유로는 1심과 마찬가지로 차별행위임은 인정되나, 법원이 설치를 명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취지다.

10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차별구제청구소송 2심 항소심 재판에 대한 입장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10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차별구제청구소송 2심 항소심 재판에 대한 입장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에이블뉴스
이 같은 ‘기각’ 판결이 나오자, 장애인들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갖고, “법원이 차별을 시정하라고 말할 자격을 스스로 포기한 것과 같다”면서 실망감과 분노를 표했다.

소송변호인단인 사단법인 두루 이상현 변호사는 “1심과 마찬가지로 2심에서도 차별이지만 법원은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 결론이다. 소송 이후 서울교통공사는 다섯 군데 역사 중 엘리베이터 설치를 일부 진행 중이지만, 법원은 바뀐 것이 없다”면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금지하나, 권리구제를 하지 않겠다는 법원의 판단에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변호인단 논의를 거쳐 상고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고로 참여한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원정 활동가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며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데, 리프트를 타면 비장애인 이동시간의 2~3배 이상 소요되며, 고장 나서 계단 중단에서 40분을 기다리다 스케쥴에 놓친 적도 있다”면서 “리프트로 인한 일상생활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소송에 참여했는데, 2심에서도 달라진 것이 없다. 정말 화난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리프트를 장애인만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 이용자의 문제로 봐야 한다. 리프트 이용 시 계단 충돌로 비장애인도 마찬가지로 위험하다”면서 “리프트 철거를 막연하게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일말의 희망을 가졌지만, 법원에서는 차별을 시정하라고 말할 자격을 스스로 포기한 것 같다”면서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교통공사가 책임 의무를 다하지 않은 차별을 하고 있고, 빨리 이동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조치를 내리라고 판결하는 것이 힘드냐. 애매하게 차별은 맞는데 그럴 말할 자격이 없다는 법원이 한심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판결 결과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편, 소송변호인단은 2심에 대한 판결문을 받아본 후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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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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