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하기 어려운 열린관광지 촉지도식 안내판과 주변 환경.ⓒ에이블뉴스DB

세계관광기구(World Tourism Organization, UNWTO)에 의하면, 2019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관광인구가 전년 대비 5400만명이 증가, 15억 명을 넘어섰다. 노인 및 장애인 관광인구의 증가로 관광약자의 권리 보장과 유니버설디자인 관광환경 조성이라는 정책적 지향이 공통점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관광약자를 위한 열린관광지 정책은 잘 이뤄지고 있을까?

지정 3년이 지난 열린관광지의 경우 조력자의 도움이 있는 경우 전동휠체어 이용자의 관광이 가능하도록 개선된 반면, 정보접근성의 부분에서는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가 지난해 2016년 지정된 열린관광지 5곳 중 4곳, 이와 유사한 관광자원으로 구성된 일반관광지 4곳을 합쳐 총 8곳을 대상으로 관광환경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모니터링 대상 관광지는 ▲열린 관광지: 강릉시 정동진 모래시계공원, 고창군 선운산 도립공원, 보령시 대천 해수욕장, 여수시 오동도 ▲일반 관광지:부산광역시 태종대, 문경시 문경새재 도립공원, 강릉시 경포 해수욕장, 부산광역시 다대포 해수욕장 등 총 8곳이다.

총 24개 항목 관광환경 모니터링 결과.ⓒ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3개 영역(정보 환경, 물리적 환경, 관광 환경) 총 24개 항목에 걸쳐서 조사를 수행한 결과, 열린관광지는 3개의 영역 모두에서 일반관광지보다 장애인 접근성이 높게 나타났다.

정보환경영역의 경우 열린관광지가 3점 만점에 1.08점, 일반관광지 0.59점을 받았다. 물리적환경영역은 열린관광지 3점 만점에 2.22점, 일반관광지 2.07점, 관광환경영역은 열린관광지 3점 만점에 1.55점, 일반관광지 1.41점을 받았다. 3개영역 평균 점수는 열린관광지 3점만점에 1.62점, 일반관광지 1.36점으로 소폭 높았다.

24개의 평가항목별 비교에서도 2개 항목(물리적 환경 영역의 ‘판매휴게’, 관광 환경 영역의 ‘장애인석’)만 일반관광지군 평균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점수가 다소 높게 나왔을 뿐, 전동휠체어 사용자가 조력자의 도움을 받더라도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관광자원을 모두 향유할 수 없다는 점은 다르지 않았다.

모니티링 대상 열린관광지와 일반관광지 모두 1점대로 ‘전동 휠체어 이용자가 도움을 받아도 접근과 이용이 불가능한’ 수준을 의미하는 평균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정보환경영역 항목 평가 결과.ⓒ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우선 정보환경 영역에서는 타 영역에 비해 점수 차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만, 열린관광지가 일반관광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평가 점수를 받았다. 지정 3년이 지난 열린관광지의 평균은 3점 만점에 1.08점으로, 각각 ▲오동도 1.03점 ▲대천 0.96점 ▲선운산 1.33점 ▲정동진 0.99점 등인 것.

사용성 평가 기준으로 삼은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해당 영역에서는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청각 장애인 등 정보 약자에게는 관련 편의시설이나 서비스가 전혀 제공되지 않는 수준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정도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관광지 연계 장애인용 대중교통 안내, 장애인이 사용가능한 식당 및 숙박 정보 안내, 수화 서비스 안내 항목에서 특히 점수가 저조했다.

물리적환경영역 항목 평가 결과.ⓒ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물리적환경 영역에서는 모니터링 대상 모든 관광지가 조력자의 도움이 있는 경우 전동휠체어 이용자의 관광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관광지의 평균 점수는 3점 만점에 2.22점, 일반관광지 2.07점으로 타 영역과 비교했을 때 대체적으로 높은 것. 열린관광지별 물리적환경영역 점수는 ▲오동도 2.14점 ▲대천 2.22점 ▲선운산 2.28점 ▲정동진 2.25점 이었다.

하지만 열린관광지가 일반관광지와 비교해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관광지 내 편의시설(편의점, 매점, 기념품점, 카페, 식당 등) 및 주변 숙박시설 접근성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적어도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열린관광지 정책 및 이행 효과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셈이다.

관광환경영역 항목 평가 결과.ⓒ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관광환경영역은 개별 관광지를 야외관람형, 산책로형, 일반시설형으로 나누어 접근성을 평가한 것으로, 관광지 특성에 따라 취약한 분야가 도출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관광환경영역 평균 점수는 열린관광지 3점 만점에 1.55점, 일반관광지 1.41점이었다. 열린관광지별로 보면 ▲오동도 1.83점 ▲대천 1.65점 ▲선운산 1.38점 ▲정동진 1.35점 이었다.

열린관광지와 일반관광지 평균점수 편차도 타 영역에 비해 적다. 관광지 주 출입구에 장애인용 정보 안내, 관광지에서 제공하고 있는 체험시설 및 프로그램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및 보조인력 제공 항목에서 대부분 관광지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체험유무의 경우 모두 3점 만점을 받았다.

열린관광지 여수 오동도 화장실 속 장애인편의.ⓒ에이블뉴스DB

모니터링센터는 이 같은 모니터링 결과에 대해 우선 2015년-2018년 사이 지정된 열린관광지 29곳의 접근성 개선사업 결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체계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편의시설 안내가 부족해 이용이 안 되거나, 파손된 채로 방치되는 문제를 포함해, 예산이 지원된 접근성 개선 공사가 제대로 수행되었는지 면밀한 모니터링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

또 개선사업 설계, 공사, 결과 모니터링 전 과정에서 관광약자의 참여가 필요하며, 특히 시·청각 장애인 등 정보약자 참여 보장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모니터링센터는 “열린관광지 조성 컨설팅, 심사, 현장 평가 과정에서도 장애인 당사자가 관광수요자 또는 전문가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시·청각 장애인은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그 결과 관광환경영역의 물리적 접근성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장애인용 정보 제공, 체험 프로그램 제공 및 보조인력 지원 항목은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제공되고 있는 장애인용 정보안내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홈페이지’, ‘안내 팜플릿’, ‘입식안내판’, 단위 관광시설의 ‘주출입구 정보안내’ 등이 서로 다른 관광정보안내를 제공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 모니터링센터는 “이동, 관람, 체험과 이용, 식사, 휴식, 숙박 등 관광활동 전 과정이 분절적이지 않듯이 정보 또한 분절적이거나 일관성을 상실하면 관광객은 불편하다. 더 나아가 관광약자는 관광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모니터링센터는 “관광약자 권리 증진이 곧 관광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 소관 부서의 경계를 넘어서는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하다”면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4조의2(관광활동의 차별금지)의 시행 적용대상의 단계적 확대, 편의제공 의무의 내용 구체화에 대한 검토, 관광사업자 또는 위탁주체, 종사자에 대한 교육 등에 대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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