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한장협)는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 주최로 1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시설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전환 추진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가 정부의 탈시설화에 따른 기존 장애인거주시설을 다양한 거주유형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지만, 장애계로부터 “장애인들의 역할이 부재하다.”, “철저한 거주시설의 입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한장협)는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 주최로 1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시설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전환 추진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덕성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진우 교수는 ‘시설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전환 추진방안’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11월 시설장 원탁회의를 통해 의견수렴을 모아 발표한 것으로, 토론회 이후 한장협 입장을 공식 정리해 제21대 총선 전후로 각 정당에 입법을 요구할 예정이다.

덕성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진우 교수.ⓒ에이블뉴스

■시설장들, “시설폐쇄 아닌, 지역사회 주거지원”

문재인 정부는 장애인복지 정책의 시대적 패러다임의 요구에 맞추어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맞춤형 사회보장의 일환으로 ‘탈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 환경 조성’을 국정과제로 채택해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거주시설의 다양화와 단계적 기능전환을 시행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그 구체적인 방법과 내용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2012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소규모만 제시할 뿐 시행규칙 등은 개정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11월 18일 한장협이 개최한 장애인거주시설장 300인 원탁회의를 통해 의견 수렴한 결과, ‘탈시설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탈시설화는 필요하지만, 시설폐쇄가 아닌 긍정적 방향으로의 변화 필요’가 28%로 가장 많았다. ‘주거서비스는 어떻게 구성돼야 하는가’ 주제에 대해서는 ‘서비스 지원방식에 따른 인력 및 예산 재정립’이 35%를 차지했다.

‘기존 시설은 어떻게 전환돼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지역사회 주거지원 및 자립지원센터로의 전환’과 ‘소규모시설로 전환하고 1인1실 보장’이 각각 30%, 29%를 차지했다. 반면, ‘시설폐쇄 및 매각 대금 전용/다른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은 23% 정도였다.

장애인의 상황과 특성 등을 고려한 다양한 거주서비스 내용. 아래는 개편 내용.ⓒ에이블뉴스

■서비스지원종합조사 활용,다양한 거주서비스 제공

이에 연구는 획일화된 거주방식에서, 장애인의 상황과 특성 등을 고려한 다양한 거주서비스 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서비스지원종합조사 중 기능제한점수를 활용한 서비스 강도(성인 기준 240점 이상, 120점 이상, 기준점수 이하)와 거주 규모별(1~2인, 3~4인, 5~9인, 10~20인) 모형을 설계한 것.

거주서비스 유형은 종합조사 또는 개인선택에 따라 ▲전문요양기관(상주, 의료지원) ▲집중돌봄기관(상주, 전문지원) ▲지원기관(상주, 생활지원) ▲자립기관(순회, 간헐지원) ▲단기지원기관(상주,단기지원) ▲독립생활(활동보조) 등 크게 6개로 나뉜다.

거주서비스기관 운영기준은 ▲설치 및 신고(다수의 서비스공간 통합 설치) ▲입지조건 및 규모(일반주거지역 우선, 단일건물 아닌 아파트, 빌라 등) ▲구조 및 설비(1인 거주공간 확대, 일반적 주거형태, 1실 2인 이내) ▲이용자 요건(서비스지원종합조사에 의해) 등이다.

만약 종합조사 기능제한 점수가 240점 이상이며, 의료지원이 필요한 50세 이상 고령장애인은 의료직원이 필요한 주거유형인 전문요양기관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곳은 10~20명 이하 장애인이 1실 3인 이내로 거주하며, 간호사 등 전문직원이 상주하도록 했다.

김진우 교수는 “호주의 거주시설을 견학해봤는데, 의료적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의 경우 의료적 장치를 갖고, 커튼으로 사생활을 구분한 곳이 굉장히 많았다”면서 “의료장비의 경우 개인 집에 설치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전문요양기관을 운영하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종합조사 240점 이상, 도전적 행동을 가진 중복장애인의 경우 특수한 보호와 강도 높은 지원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집중돌봄기관에서 생활한다.

종합조사 120이상인 인지․정신장애인의 경우 부분적 도움이 필요한 지원기관에서 거주한다. 혼자 살기 원하는 장애인은 독립생활을 하되, 지역사회 내에서 서비스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활동지원사를 배치한다.

이 같은 거주서비스 전환에 따라, 복지부는 장애인거주지원인증센터(가칭)을 설립, 시도별 장애인거주지원인증센터를 운영한다. 또 시군구별 거주지원센터를 둬서 각각 6개 유형별 거주서비스기관의 운영을 지원하도록 했다.

김 교수는 “소규모화되더라도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을 보장이 없다. 거주서비스지원센터를 둬서 서비스가 제대로 잘 되고 있는지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인증제를 도입하면 어떨까 싶다”고 건의했다.

기존 시설 전환에 대한 문제점은 없을까? 김 교수는 “현재 법인의 재산은 기본재산으로 처분 시 시도지사의 허가가 필요하다. 복지부 지침시 ‘종합적이고 엄격한 심사’는 매우 추상적으로 담당 공무원이 소극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복지부가 거주전환과 관련해서는 확실히 지역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한 종사자 배치 부분에 대해서는 돌봄 직원의 경우 본인 희망 시 소규모 거주공간으로, 또 영양사, 조리원, 시설관리인, 사무원 등은 거주서비스지원센터로 고용 승계가 가능하다고 봤다. 직업훈련교사, 언어치료사, 물리치료사 등 재활전문가는 지역사회기관으로 전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소규모로, 아파트로 나간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다. 거주서비스지원센터는 4명이 메울 뿐이지, 지역사회에 많은 자원이 있다”면서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해 서비스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 기관들이 함께 모아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 모습. 한국장애인부모회 이길준 사무총장, 장애인거주시설 애지람 엄삼용 시설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에이블뉴스

■“장애인 사지로 내모는 형국” VS “2030년 모든 시설폐쇄”

이날 토론자로 나선 시설 측과 장애인단체 측의 목소리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탈시설화의 당위성만 갖고 장애인을 지역사회로 몰아붙이기에는 장애인을 사지로 내모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면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과, “지역사회 거주전환은 장애인거주시설의 또다른 이름에 불과하다”는 장애계 의견이 대립한 것.

한국장애인부모회 이길준 사무총장은 “탈시설 얘기가 나오면 고개가 숙여지고, 죄인이 된 것 같다. 부모님들이 자녀를 열심히 케어를 할만큼 하시다가, 시설에 보낼 수밖에 없는 그 마음 또한 쉽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면서 “정부의 책임이 있지만,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분위기가 변화되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며 부모들의 현실을 대변해 말했다.

이어 이날 연구 내용과 관련한 아쉬움으로 “시설 안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이 역할이 없다”, ,“종합조사평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면, 그것은 당사자 의견이 들어갈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이 사무총장은 “추진방안에서 역할이 명확하게 주어진 것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거주시설 뿐이며, 생활하고 있는 당사자인 장애인의 역할은 없다”면서 “6개 다양한 거주서비스가 유형이 있는데, 종합조사평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면, 의사소통이 어려운 분들은 또다시 전문가, 시설 교사 등의 의견이 반영돼 선택해질텐데 이것이 당사자 의견인지 조심스럽게 말씀 드리고 싶다”고 지적했다.

또한 탈시설을 연구하는 연구진, 탈시설을 주장하는 당사자들에게 “발달장애가 심한 장애를 갖고 있는, 자기욕구표출행동이 강한 장애인과 함께 1주일정도 함께 살아봤으면 좋겠다”면서 “그래야 어떤 상황인지 알고,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거주시설 애지람 엄삼용 시설장은 “제가 살고 있는 강원도에 탈시설화를 위한 자립정착금 지원사업이 있지만 사회 기반 구축이 안 되어있기 때문에 보호자, 부모님이 절대 동의하지 않고, 퇴소 자립한 식구들 3명 중 무연고자 2명은 계속 사후지원을 해야할만큼 지역여건이 안 좋다”면서 “탈시설화의 당위성만 갖고 장애인을 지역사회로 몰아붙이기에는 무리와 부담이 있고 마치 장애인을 사지로 내모는 형국이 될 수도 있기에 안정적으로 자연스럽게 되도록 여건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탈시설 정책은 국가주도의 국가책임성을 천명한 것으로 정부가 주도권을 갖고 앞장서서 해야 겨우 가능할 것”이라면서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국가주도의 법제화, 사회적 합의, 장애인식 개선, 님비현상 제거, 노령과 최중증 장애인에 맞춤형으로 최적화된 의료복지시설도 구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한장협)는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 주최로 1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시설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전환 추진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연구 내용을 철저히 거주시설 입장에서 제시된 부분”이라고 한마디로 논평했다.

이날 박 상임공동대표는 “탈시설은 개인별지원서비스 대상과 자기 선택이 가능하다는 2가지 기준을 통해 탈시설과 장애인거주시설이 판단돼야 한다. 의료적 지원의 집중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의 탈시설은 불가능하지 않다. 준비하면 가능하다”면서 “굳이 왜 다양한 주거모델을 제시하냐. 운영자들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국가와 지자체의 예산 걱정 때문에 그러는 것이냐”고 피력했다. 이어 “단계적 접근을 이야기하셨는데, 2020년 장애인거주시설 신규 입소 금지를 선포하고, 2025년 30인 시설 보조금을 중단하고, 2030년까지 모든 장애인거주시설 폐쇄를 담은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을 내년에 제정하자”고 제언했다.

또한 연구와 관련해서는 “거주시설 입장에서 철저히 제시된 내용”이라면서 “거주지원인증센터, 거주지원센터는 장애인거주시설을 합리화하는 변형된 또다른 이름이며, 제시된 운영기준 또한 좋은 시설 만들기를 위해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이다. 시설의 ‘좋고 나쁨’은 결국 시설일 뿐”이라면서 비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신용호 과장은 “어느나라나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인간답게 사는 것이 맞다는 것이 검증된 상태다. 현재 11차례 탈시설 민관협의체를 진행해 기본계획 초안이 마련된 상태다. 주거, 돌봄, 보건의료, 소득 등 4가지 컨텐츠로 내년초 종합적으로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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