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들이 수사기관의 부실수사를 규탄하고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단체들이 노동착취를 당한 장애인의 절절한 목소리를 외면한 수사기관을 규탄하고, 재수사를 위한 고발장을 경찰에 접수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 등 4개 단체는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대피해 장애인을 외면한 수사기관은 각성하고 이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구소에 따르면 피해자 A씨(지적 3급)는 지난 1985년 서울 소재 사찰인 B사에 들어간 이후 32년 간 B사찰의 C스님(피고발인)으로부터 노동력착취와 폭행, 명의도용 등의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7년 말 B사찰을 탈출해 동생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고, 동생은 B스님을 서울노원경찰서에 고발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노동력착취(강제근로)에 대해서는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A씨는 쉴 틈 없이 밥 먹는 시간만 빼고 일만했다고 설명했지만 수사기관은 피해 장애인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호소를 외면했다.

노동력착취와 함께 제기한 B스님의 피해자 명의도용 건(금융 및 부동산 거래)에 대해서도 불기소 처분했다.

B사찰이 피해자의 명의를 도용해 아파트 2채를 매매한 사실, 피해자 명의로 49개 계좌가 개설돼 수억원에 달하는 돈이 펀드에 투자됐던 점이 뒤늦게 확인돼 수사요청을 했으나 기소하지 않은 것이다. 이후 폭행 혐의만 기소되면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다.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지적장애와 그에 따른 진술의 특성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고, 부실수사를 했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수사기관에 대해 사법 및 행정절차에서의 차별금지 및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왼쪽부터)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정책홍보실장,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인권정책국 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인권정책국 국장은 “지적장애인인 피해자는 수사기관에 안타까운 사연을 알렸지만 수사는 부실하게 이뤄졌다”면서 “쓰레기 분리수거 등 명백한 노동착취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일을 못한다고 구타를 당했다. 수사기관은 재수사를 통해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찰은 산에 있고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다. 이런 유사사례가 한 두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계종은 (전국의 사찰에 이런 사례가 있는지)반드시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한 후 “조계종 교단은 해당 사찰의 주지를 해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정책홍보실장은 “피해 장애인을 지켜야할 법원은 가해자를 용서하고 노동력 착취와 폭력을 막아야할 경찰은 외면하고 있다”면서 “아직도 해당 사찰에 지적장애인 둘이 남아있다고 한다. 관계당국은 피해자를 위한 사법지원을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박재영 제도개선팀장은 “지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발달장애인과 소통이 어려워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이 사건은 이제 법원으로 갈 것이다. 소송에서도 차별받지 않고 정당한 권리가 보장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경찰의 부실수사와 종교계의 인권감수성이 드러났다”면서 “경찰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이 자리에 서는 일이 마지막이 됐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함께걸음 미디어센터장이 고발장을 전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연구소는 B스님이 지적장애인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피해자 명의를 도용해 금융·부동산를 했다는 내용이 담긴 고발장을 경찰에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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