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전국 1500여명 장애인 당사자 및 가족들이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외치며 잠수교를 지나 서울역까지 행진을 펼쳤다.ⓒ에이블뉴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는 31년 만의 변화. 장애인에게는 권리를 향한 변화(Change)입니다. 권리, 중증장애인들이 시설과 집구석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함께 살 권리입니다."

7월 1일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전국 1500여명 장애인 당사자 및 가족들이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외치며 잠수교를 지나 서울역까지 행진을 펼쳤다.

이번 잠수교 행진은 지금까지 집구석과 시설에 쳐박혀 잠수 타야했던 중증장애인들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을 담은 의미다.

이날로 31년만에 사라진 장애등급제는 장애인 복지 지원과 관련해 수급 양을 결정짓는 기준으로 활용해오며, 장애인복지 정책의 큰 축이 돼왔다.

장애등급제 폐지 의의는 의학적 기준의 획일적 등급을 매겨 사회적 낙인을 찍고 있던 행정편의적 제도가, 장애인 중심의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전장연은 이번 장애등급제 폐지가 단순한 제도 개편을 넘어서서 한국사회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과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와의 관계가 변화되는 “권리를 향한 변화”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장애등급제 진짜 폐지가 쓰인 풍선(아래)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외치는 활동가.ⓒ에이블뉴스

전장연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장애등급제 때문에 숨을 크게 쉬어도 등급이 하락될까봐 전전긍긍 살았다. 집에서 못살아서 시설로 보내져 소리소문 없이 죽어도 내자식이 왜 죽었냐 말도 못하고 살았다. 30년동안 집구석에서 살아온 제가 있다”면서 “방안에 있지만 보일라가 터져서, 물이 얼어가면서 서서히 죽어간 그분들의 마음은 어떻겠냐. 내가 그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살지 않을거다는 생각으로 싸우게 됐다”고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앞으로 나가기 위한(Forward) 행진입니다. 지금까지 쳐 박혀 살아온 집구석과 시설에서의 탈출 행진(Exodus)입니다. 포기 할 수 없는 행진입니다.

세상을 향(Toward)한 손을 내밉니다. 손을 잡아주십시오.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었던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를 평등한 관계로 바뀌기를 원합니다."

잠수교에 도착한 전장연 활동가들.ⓒ에이블뉴스

예산을 심의하는 기획재정부 서울사무소인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지방조달청에서 1시간여를 행진해 잠수교에 도착,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하라’가 쓰인 대형현수막이 펼쳐졌다. 드디어 집구석에서, 시설에서 세상 밖으로 나가는 순간!

그러나 여전히 희망보다도 ‘불안’과 ‘공포’가 가시지 않는다. 제도의 목표인 장애인과 가족의 삶을 변화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마련돼야 하지만, 등급제를 대신하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도입에는 한정된 예산으로 장애인을 끼워 맞추는 ‘예산 맞춤형’이 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복지부는 앞서 지난달 25일 장애등급제 폐지 브리핑을 통해 올해 대비 장애인 정책 예산을 5200억원 증액하겠다고 밝혔지만, 전장연은 최저임금 인상과 대상증가에 의한 자연증가분에 불과하다며, 27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홍남기 기획재정부 면담을 요청하며 1박2일 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잠수교를 지나 세상밖으로 탈출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에이블뉴스

”개XXX같은 나라 안에서 투쟁 안하고 개XX, 소XX처럼 살 수 있습니까?“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껍데기만 있는 장애등급제 폐지도 우리가 만든 것이다. 복지부에서는 없앨 생각 전혀 없었다, 내 몸으로 5년넘게 요구를 보여줬기 때문에 정부에서 실행하는 것“이라면서 ”뭣모르고 등급제를 없앤 저 사람들의 머리들을 바꾸는 것이 고단하긴 하지만, 등급제가 진짜 폐지되기 위해 가열차게, 질기게, 빡세게 투쟁하자“고 외쳤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는 관계의 혁명(Revolution) 입니다.

손을 잡고 함께 평등하고 차별 없는 세상을 향(Toword)해 갑시다.

마침내 지금까지 차별에 기반하여 맺어온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를 평등하게 만들어갑시다."

행진 도중 경찰과 대치중인 장애인 활동가.ⓒ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종옥 부회장은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이 세상을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지 세상은 아냐. 이해하기 위해서 몸부림 치면서, 소리 질러가면서 살고 있다”면서 “애미의 눈으로 그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 세상을 자신의 수준에서 이해하려고 몸부림치고 사는지 보고 있다. 잠수교를 넘어, 강남에서 강북으로 올라가며 우리아이들을 위해, 태어날 우리 수많은 동지들을 위해 우리 힘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전장연은 지난 6월 4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통해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면담을 지속적으로 요구,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알렸으며, 오는 2일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비법정단체’ 발언에 대해 공개사과를 촉구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행진 도중 경찰과 대치중인 장애인 활동가.ⓒ에이블뉴스

'장애인 거주시설은 감옥'.ⓒ에이블뉴스

잠수교를 지나 세상밖으로 탈출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에이블뉴스

잠수교를 지나 세상밖으로 탈출하는 활동가들.ⓒ에이블뉴스

잠수교를 지나 세상밖으로 탈출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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