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소공로 포스트타워에서 진행된 ‘제12회 세계자폐인의 날(World Autism Awareness Day)’ 기념식 전경. ⓒ에이블뉴스DB

제12회 세계자폐인의 날 기념식의 주제는 ‘당사자의 근로활동과 일자리’였다. 고용시장에서 배제되는 자폐성장애인의 현실을 다시 알리고 관계부처에 ‘특성에 맞는 일자리 ’를 만들 것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발간한 ‘2018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적 장애인(자폐성장애인 등)의 고용률은 20.6% 수준에 불과하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도 자폐성장애인이 방치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정부의 정책지원을 호소했다.

세계자폐인의 날인 지난 2일 기념식 현장에서 당사자 부모·장애인복지시설 전직 직원·실무자를 만나 자폐성장애인의 일자리 정책에 관한 생각을 들어봤다.

■“사각지대 농·어촌 자폐성장애인 외면해선 안 돼”=기념식에서 만난 참가자 이현주씨(48세·상지영서대·전 장애인복지시설 종사자)는 일자리 사각지대에 놓인 농·어촌 자폐성장애인에 대한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농·어촌(시골)에 거주하는 자폐성장애인들이 일자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은 근로능력은 물론 욕구도 있지만, 차량문제를 비롯한 여러 요건 때문에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농·어촌 자폐성장애인이 장애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시내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차량문제(대중교통 노선부족)과 인력의 한계가 있다는 것.

이씨는 “장애인복지시설에 있으면서 지역(농·어촌)의 자폐성장애인에게 근로지원을 하려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결국 농·어촌에 갇혀서 쌔가 빠지게(너무 힘들어서 혀가 빠질 정도, 경상도 사투리) 농사만 짓는다.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시행 중인 장애인일자리 사업은 일반형 일자리(전일제·시간제), 복지일자리(참여형·특수교육 연계형), 특화형 일자리(시각장애인안마사 파견·발달장애인요양보호사 보조) 등이 있다.

■예술특화 일자리 ‘신설’ 소득보장·주간활동 해결=‘제12회 세계 자폐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난 김모씨(대구·54세)는 자폐성 자녀가 본인의 재능을 살리면서 근로할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자폐성장애인 자녀는 아코디언을 십수년 간 하면서 기량을 쌓아왔지만, 정작 실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적기만 하다. 한 번씩 있는 공연에 참가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방 안에 방치된다는 얘기다.

정부는 방치되는 발달장애인(자폐성장애인·발달장애인)의 낮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주간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성인발달장애인 2500명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혜택을 받는 것은 매우 힘들다.

김모씨가 거주하는 대구시의 경우 주간서비스 쿼터 인원은 200명 수준이다. 때문에 예술재능과 기량을 갖춘 자폐성장애인에게 특화된 일자리를 만들어 제공하면 일자리와 주간활동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예술재능과 기량을 가진 자폐성장애인들이 꽤 있지만 방치되고 있다. 특화일자리(예술특화)를 만들면 자폐성장애인들의 재능을 소득도 보장할 수 있다”면서 “부족한 주간활동지원 시간 역시 일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폐성장애인 ‘기피’ 사회인식 개선 필요=자폐성장애인 단체 실무자는 자폐성장애인의 근로활동과 일자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먼저 한국자폐성장애인사랑협회 직원 이수진씨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법) 속에는 발달장애인의 (근로활동 등에 대한) 지원근거가 있지만, 시행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발달장애인법 제25조(고용 및 직업훈련 지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발달장애인이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직업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폐성장애인에 대한 직업재활 지원은 계속하고 있지만, 직업재활시설이나 훈련시설은 턱 없이 부족한 실정. 더욱이 취업이 가능한 자폐성장애인은 늘어나고 있지만 고용을 해야하는 기관은 증가가 답보하는 상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자폐성장애인을 기피하는 고용기관의 인식이다. 자폐성장애인도 지적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근로능력이 있지만, 고용기관은 자폐성향을 이유로 지적장애인을 위주로 근로자를 찾는다는 것이다.

이씨는 “자폐성장애인도 근무할 수 있음에도 고용기관은 지적장애인을 위주로 찾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폐성향을 개개인의 고유성향으로 봐줬으면 좋겠지만, 고용기관은 자폐성향을 이유로 고용할 수 없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자폐성 장애에 대한 고용기관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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