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피난촉지안내도 표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통해 피난촉지안내도의 필요성을 공론화했다.ⓒ에이블뉴스

시각장애인이 평소에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피난촉지안내도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졌다. 하지만 활용화가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한시련)은 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피난촉지안내도 표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통해 피난촉지안내도의 필요성을 공론화했다.

앞서 한시련이 지난 3월 시각장애인 당사자 10명을 대상으로 FGI 설문을 실시한 결과, 당사자들은 화재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으며, 피난 관련 정보를 받은 경험이 없었다.

건물 주 출입구의 점자안내판을 통해 건물의 정보를 파악하지만 다른 층을 이용한다면 피난 정보를 습득할 수 없다는 대답.

한시련은 현재 설치되고 있는 피난안내도에, 시각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촉각정보를 포함해 누구나 재해 재난에 대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시련 홍서준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이사를 하게 되면 동주민센터에서 피난 지도를 제공하고 있고, 시각장애인에게는 촉각화된 피난제도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시각장애인이 재난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피난촉지안내도의 도입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도 "시각장애인들은 자신이 다니는 길만 알고 있어, 재난 시 다른 시설물을 잘 몰라서 훨씬 위험하다. 피난촉지안내도가 필요하다"면서 "피난촉지안내도는 재난 시 급하게 읽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익혀 둠으로써 재난 시 정보를 미리 학습해 두는 것"이라고 필요성을 설명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시범 제작한 피난촉지안내도 모습.ⓒ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에 한시련은 현행 촉지안내도 단체 표준에 따른 피난촉지안내도(안)을 시범 제작했다.

한시련표 피난촉지안내도 샘플에 대해 설문에 참여한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은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이용자가 비상구 정보, 주변 사무실 정보, 승강기 등 뿐 아니라 본인이 위치한 층의 전반적인 정보 파악이 가능하다는 평이다. 다만,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선별적으로 피난 및 중요시설 위주로 제공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피난촉지안내도의 NFC칩을 활용해 음성안내 기능도 추가한다면 점자를 모르는 사람도 피난 정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서인환 사무총장도 “상세한 내용을 확인한 것은 시각장애인에게 부담이 된다. 시각장애인이 자주 이용하는 특수학교, 안마시술소, 복지관 등에 피난촉지안내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면서 “피난안내도의 화살표와 경로를 점자로 같이 표시해두면 시각장애인들 뿐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관심을 끌어 재난 정보를 관심 두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용 피난촉지안내도 필요성을 설명하는 홍서준 연구원(왼)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오).ⓒ에이블뉴스

한시련은 시각장애인이 재난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피난촉지안내도 추진을 위해 현행 점자안내판의 촉지안내도 단체표준을 활용해 피난촉지안내도 단체 표준 제정 등 표준화를 추진하과 동시에, 법제화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한시련 홍서준 연구원은 “현행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 시행규칙 및 시행령의 ‘시각 및 청각장애인 경보·피난설치’에 피난촉지안내도 설치 의무로 명시돼야 한다. 국회의원 등을 통한 개정 발의안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피난촉지안내도 표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 전경.ⓒ에이블뉴스

이날 토론자들도 시각장애인용 피난촉지안내도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피난촉지안내도를 표준화할시 유념해야 하는 부분을 제시했다.

영등포소방서 이평우 소방장은 "현재 피난안내도에는 정안인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시각장애인이 도움될 내용이 없다. 법령 개정을 통해 피난촉지도가 의무화될 필요가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표준안에 촉지안내도 위치, 피난 및 대처방법 등도 함께 담아져 있어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서울특별시소방학교 김진근 소방경도 "시각장애인은 화재 알람 또는 음성정보전달, 점자 또는 진동정보 등 촉각정보가 유용하다"면서 "촉각 또는 소리정보를 패턴화해 재난 및 위험상황 발생 시 재난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재난정보의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김인순 부장은 "BF인증을 받은 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은 각층별로 승강기 출입문 옆 벽측에 층별로 촉지가 가능한 형태의 피난안내도가 설치돼 있다. 출입문 옆에 설치돼있기 때문에 평상시 파악하는데 비교적 용이하다"면서도 "지속적으로 확산시키고 싶지만 설치 의무가 법적으로 돼어 있지 않아서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김 부장은 "피난촉지안내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평상시에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기적인 교육이 함께 시될 수 있도록 규정이 돼야 한다"고 교육의 필요성도 덧붙였다.

전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백남중 부장은 "좋은 시설을 설치해도 생활화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룸센터 앞에도 잠저촉지도 안내판이 있지만 얼마나 만져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어떻게 만들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하는 궁리가 필요하다"고 피난촉지안내도의 활용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백 부장은 점자프린터로 출력한 자료를 점자안내도, 피난촉지안내도 옆 또는 건물 안내 데스크에 비치해두고 내방자에게 수시로 제공하고, 실내 행사 10분전 안내도에 대한 설명과 재난 시 출입구, 피난 방법 등을 별도로 설명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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