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2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47회 RI Korea 재활대회’를 개최, 문재인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장애인정책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에이블뉴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 4개월가량 됐지만, 장애인정책에서는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내려졌다. 장애계 모니터링 결과, 의제화나 이행정도의 경우 각각 ‘우수’ 4개를 받았지만, 예산반영에 대해서는 ‘우수’가 하나도 없는 것.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결국 모든 문제는 돈인데 주범을 색출했다. 서울역에서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을 공개 수배하고 있다. XX동 XX아파트 집 주소까지 찾아놨다”면서 경고를 던지기도 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2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47회 RI Korea 재활대회’를 개최, 문재인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장애인정책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평가는 정종화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장애인정책 이행모니터링단이 총 16개 공약을 중심으로 ‘의제화’, ‘이행노력’, ‘예산반영 정도’ 등 3개 영역을 ‘우수’, ‘양호’, ‘미흡’ 3단계로 평가했다.

16개 공약은 지난해 4월 대선공약과 7월에 발표한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분류한 ▲장애등급제 폐지 ▲종합지원체계 구축 ▲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인연금 확대 ▲공직선거법 개정 ▲장애인 가족 지원 확대 ▲장애인 활동지원 강화 ▲지역사회환경 조성 ▲장애인고용 활성화 등이다.

평가결과 공약의 의제화와 이행노력 정도에 대해서는 우수와 양호가 60%인 반면, 예산반영은 소극적, 장애인정책 사안별로 중장기적인 예산투입계획을 설계해야 한다는 평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용찬 전 연구원,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종화 교수.ⓒ에이블뉴스

■장애등급제 폐지 ‘우수’? 예산 로드맵 어딨나

먼저 장애계의 뜨거운 감자인 ‘장애등급제 폐지’ 공약은 ‘우수’ 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법률상 ‘장애등급’이라는 용어 대신 ‘장애정도’로 개정하고, 폐지 시한을 내년 7월로 맞춘 점 등을 고려할 때 국정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용찬 전 연구원은 “장애등급제 폐지는 중증장애인에 대한 역차별의 소지가 있다는 논란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국정과제한 것은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보다 시급하고 중대한 사안이라는 장애계의 요구를 수용한 정부의 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예산반영 관련해서는 ‘우수’가 아닌 ‘양호’를 받았다.

이에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종화 교수는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해서는 정부가 제시한 로드맵에 더해 제도변화에 따른 예산배정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예산 계획 제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변용찬 전 연구원도 “등급제 폐지는 복지확대를 전제로 예산이 확충돼야 한다. 폐지 후 장애인연금, 활동지원, 각종 할인 감면제도 등 관련 예산 확보방안과 총예산에 대한 세부적인 로드맵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한남 김원영 변호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에이블뉴스

■걸음마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계 이견도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도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의제화만 ‘우수’일뿐, 이행노력과 예산반영 정도에서 ‘미흡’ 인 것.

지난해 4월 당시 양승조 의원이 법을 발의하고, 민관합동 TF회의가 10차례 개최된 것을 봤을 때 의제화는 ‘우수’하다고 봤지만, 복지부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민관 합동 TF 회의에서도 등급제 폐지에 대한 내용 뿐 새로운 법률제정의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복지부 업무보고 자료나 예산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현실.

법무법인 한남 김원영 변호사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두고 왜 필요한건지 모르고 정부와 여당이 그냥 (공약을)받은 것 같다. 장애계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는 부분이다. 실질적으로 반드시 필요한지, 장애인복지법의 전면 개정으로는 달성 불가능한 것인지 정부 차원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내년부터는 법안 제정을 위한 연구 및 공론화 작업이 시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문재인대통령의 주요공약인데 시혜, 배려, 돌봄, 케어로 용어를 사용하는데, 어떻게 권리가 뿌리내릴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팩트폭행 했다.

배재대학교 복지신학과 정지웅 교수.ⓒ에이블뉴스

■장애인연금 부가급여 ‘미흡’, “돈 없다는데…”

‘장애인연금 확대’는 기초급여에 대해서는 ‘우수’한 반면, 부가급여 부분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기초급여는 중증 장애인의 실질적인 소득 보장을 위한 것으로 문재인정부는 이달부터 기초급여액을 25만원으로 인상했다. 내년 4월에는 당초 계획보다 2년이나 앞당겨 30만원으로 조기 인상하기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부가급여(월 최대 8만원)는 2022년까지 단계적 인상 방안 마련과 개선방안을 연구하겠다는 내용 뿐이다. 구체적 예산 반영도 없는 것.

배재대학교 복지신학과 정지웅 교수는 “부가급여의 현실화 공약 달성을 위해 정부는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장애유형별로 추가비용의 발생정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이에 대한 고려도 충실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홍성대 복지전문위원은 "부가급여의 경우 솔직히 과제들이 많아서"라며 난감함을 표하면서도 "당연히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돈이 없다는데 평가할 것이 없다”면서도 “장애등급제 폐지가 시행되는 내년 7월부터 장애인연금 대상을 3급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답답한 ‘활동지원’, 24시간 활보·연령제한·휴게시간 ‘산적’

문재인표 ‘장애인 활동지원’도 고구마를 삼킨 듯 답답한 현실이다.

이날 장애인재활협회의 총평에서는 모두 ‘양호’지만, 장애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24시간 활동지원에 대해서는 한 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만 65세 받을 수 없는 연령 제한 문제, 낮은 수가, 가족에 의한 활동보조 허용 등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올해 이슈인 활동지원 휴게시간 문제에서도 복지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주교육대학교 김승용 교수는 “정부와 복지부는 중증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급여로 자동 전환되는 문제를 큰 문제로 보지 않는 것 같다”면서 “줄어드는 서비스 시간, 두 제도간 급여 차이, 증가하는 본인부담금 문제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탈시설’이 담긴 장애인 지역사회 정착생활 환경조성 공약도 예산에서는 ‘미흡’ 평가다.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속 탈시설지원센터 설치, 공공임대주택과 자립정착금 지원 내용이 담긴 바 있지만 체감도는 낮다.

중앙 및 지역 탈시설지원센터는 거주시설에 유입하는 장애인을 억제하는 등 탈시설 정책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구체적인 운영주체나 계획이 없다.

김승용 교수는 ”거주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 중 다수가 발달장애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탈시설 장애인 지원 방향을 발달장애인 중심으로 하되, 장애유형을 고려한 세심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유명화 사무총장.ⓒ에이블뉴스

■국정과제·보고서 누락 여성장애인지원법 ‘찬밥’

“요약된 공약 자료집에 여성장애인은 1도 없었습니다. 평가하려고 해도 내용도 없고 예산도 없습니다.”

여성과 장애, 이중차별을 받고 있는 ‘여성장애인지원법 제정’ 공약은 100대 국정과제, 정부보고서에서 누락됐으며,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도 그저 나열에 불과한 ‘찬밥’ 취급만 당하고 있다. 평가 결과에서도 모두 ‘미흡’이었다.

‘여성장애인지원법’은 성인지적/장애인지적 관점이 반영된 기본계획 수립과 임신 출산 및 양육 등 공공돌봄서비스 우선지원과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유명화 사무총장은 “여성장애인 정책이 후보시절에는 중요하게 다뤘으나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다보니 주요 정책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여성장애인지원법 제정 아젠다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켜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숭실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방귀희 겸임교수.ⓒ에이블뉴스

■문화권 ‘편의시설’ 뿐, 문화예술정책 ‘배제’

문화예술정책도 찬밥 취급은 마찬가지다.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은 문화권과 예술권으로 나눠지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은 문화권만 있으며, 그 마저도 편의시설 설치에만 머무는 ‘관광복지실현’에 불과하다. 모든 영역에서 ‘미흡’평가를 받은 것.

숭실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방귀희 겸임교수는 “장애인복지가 발전하며 여가 생활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지만 장애인관광은 여행바우처 지원에 머물고 있다”면서 “장애인관광의 국가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장애인관광 정보 플랫폼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그는 공약에는 없는 장애인예술 발전을 위해 “올해 장애인체육예산은 620억원에 반해 장애인예술 예산은 10%인 65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장애인예술과 신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공공기관 승격 등이 담긴 장애예술인지원법률 또는 장애인문화예술진흥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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