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광화문역 지하도보에서 장애인권활동가들이 ‘1842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기준·장애인수용시설 폐지 투쟁’ 기념 상징물을 부착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서울 광화문역 해치마당 인근 지하도보 벽에 어두운 은색의 현판을 부착하려 하자 서울교통공사 철도보안관 입에서 “안 됩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곧이어 한 활동가가 미리 준비한 현판을 벽에 가져다 놓자, 다른 활동가가 글루건(Glue gun)으로 현판을 붙이기 시작했다.

광화문역 지하도보는 현판을 붙이려는 활동가와 이를 저지하는 철도보안관들의 몸싸움이 수 분간 이어졌고 마침내 활동가들이 현판을 부착하자 전국에서 상경한 장애인과 장애인권활동가들은 “와~”라는 환호성을 터트렸다.

21일 오후 2시 50분 광화문역 해치마당 인근 지하보도는 ‘1842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기준·장애인수용시설 폐지 투쟁’ 기념 상징물 제막식에 참석한 장애인과 장애인권활동가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제막식의 주인공인 현판은에는 ‘1842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기준·장애인수용시설 폐지를 외치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행사 주최단체인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이하 3대적폐공동행동)은 지난 2012년 8월 21일부터 광화문역사 지하에서 1842일간 농성했던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폐지공동행동으로부터 전환된 213개 인권단체의 연대체다.

3대적폐공동행동은 보건복지부와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 기준, 장애인거주시설 폐지를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 후 매주 목요일 서명운동, 엽서쓰기 캠페인, 3대 적폐 엄원을 담은 엽서를 모아 청와대에 전달하는 월간 행진을 진행해오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철도보안관이 장애인과 장애인권활동가들에게 가로막혀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현판 제막식은 시작도 전부터 무산 위기를 맞았다. 광화문역 도보 벽에 현판을 부착하려는 모습에 서울교통공사 철도보안관이 저지에 나선 것이다. 이에 활동가들은 “현판 부착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약속한 것”이라면서 “박 시장에게 가서 (현판에 대해)물어보라”고 항변했다.

철도보안관은 활동가들의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착물을 때어내려 다가섰다. 이를 지켜보던 장애인들은 전동휠체어로 철도보안관들을 저지했고 곳곳에서 “뭐 하는 짓이냐”, “막지 말라”며 항의했다.

일부 활동가는 스마트폰 활용해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현장의 상황을 다른 장애인들에게 알렸다. 철도보안관을 지켜보는 장애인과 활동가들의 얼굴에는 분노와 당혹감이 서려있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철균 활동가는 “2012년 처음 광화문역 지하도보에서 농성을 시작할 때도 10시간 넘게 경찰이 막아섰다. 농성 중단 후 1년 만에 다시 찾은 광화문에서 경찰이 막는 걸 보면서 장애인권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본 전장연 정다운 활동가는 “박 시장이 광화문역 지하도보에 현판을 부착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민간차원에서 부득이할 수 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철도보안관들이 이를 듣고도 우리를 제지했다”고 토로했다.

3대 적폐 완전폐지 전국집중투쟁결의대회 현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등이 3대 적폐 완전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우여곡절 끝에 현판 제막식을 마친 3대적폐공동행동은 해치마당으로 자리를 옮겨 3대 적폐 완전폐지 전국집중투쟁결의대회를 갖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 3대 적폐 완전 폐지를 촉구했다.

내년 7월 장애등급제 폐지가 이뤄지지만 장애인연금 대상 확대, 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 보장 등 장애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예산 확대 계획이 없고, 국정과제인 탈시설 역시 책임있는 예산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

부양의무자 기준의 경우 10월 주거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되지만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여전히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

빈곤사회연대 성철 활동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바뀐 부양의무자 기준 등 법과 제도는 우리의 삶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가난자들의 삶에는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면서 “3대 적폐를 완전폐지하기 위해 전국에서 광화문에 모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 다짐으로 약속으로 3대 적폐 완전폐지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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