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랑하는 이와의 연애, 결혼에 대한 바람이 장애인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싱가포르 수영선수 테레사 고(Theresa Goh Rui Si)의 사례와 영국의 다큐멘터리 ‘디 언데이터블스(The undateables)’를 통해 장애인의 ‘사랑할 권리’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 권리를 행사하는 데 장애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테레사 고, 온라인에 휠체어 사진 게재하고 만남에도 적극적

테레사 고는 사랑에 솔직하고 연애에 적극적이다. ⓒhttp://www.unscrambled.sg

테레사 고(여, 30, 척추장애)는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패럴림픽에서 평영 100m로 동메달을 획득한 후 진행한 싱가포르 언론 ‘더 스트레이츠 타임즈(THE STRAITS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연애의 고충을 토로했다.

선천성 이분척추로 하반신이 마비된 테레사는 십대 시절부터 또래들처럼 이성친구와의 교제를 꿈꾸었다. 그녀는 온라인 그룹채팅 등에 참여하며 남자친구를 사귀려 했지만 장애인을 만나는 사람들은 동정심으로 만남을 요청하거나, 특정한 장애유형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테레사는 항상 휠체어에 앉아있는 사진을 프로필로 공개했다. 그녀는 자신의 장애에 솔직했으며 장애가 애인을 찾는 데 주된 어려움이 될 것이라 믿지 않았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고 갈 수 있는 데이트 장소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는 데이트 장소를 제한하기도 했다. 밤이 되면 휠체어가 접근 가능한 장소를 찾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쇼핑센터는 일찍 문을 닫아 늦은 시간까지 데이트를 이어가기도 어려웠다.

연애는 그녀 또래들이 그렇듯 어려운 문제이다. 온라인 만남을 포기하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그녀는 모태솔로(이성 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물론 테레사의 사례를 모든 장애인의 상황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상당수는 그녀와 유사한 상황일 것이라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아래 이어지는 영국의 다큐멘터리 ‘디 언데이터블스’에서는 장애인의 연애 면면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영국 ‘더 언데이터블스’, 장애인에 대한 시각 논란에도 시즌8 방영 중

<디 언데이터블스> 시즌 7의 등장인물들. ⓒChannel 4

‘디 언데이터블스(이하 언데이터블스)’는 영국의 지상파 방송국인 채널4(Channel 4)에서 지난 2012년부터 방영되고 있는 다큐멘터리로, 시즌마다 4~5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언데이터블스의 등장인물은 결혼정보회사나 개인적인 소개서비스 등을 통해 소개팅, 즉석만남 또는 중매에 참여한다.

내용만 보면 일반적인 ‘데이트 예능’과 다를 바 없지만, 이와 구별되는 특징은 그 등장인물이 어떤 형태로든지 장애를 갖고 있다는 데 있다.

프로그램이 방송되기 전, 네티즌들은 언데이터블스라는 제목이 다소 공격적이며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비판했다. 장애인을 ‘데이트할 수 없는 사람들’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대변인은 ‘디 언데이터블스’가 일반 대중의 생각을 반영한 것일 뿐, 내용을 표현한 단어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후에도 ‘장애인의 연애를 웃음거리로 삼는 게 아닌가?’, ‘사랑이 단순히 흥미로운 소재로 소비되고 있다’ 등의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2018년 현재 시즌8가 방영되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시즌5에 출연한 태미(Tammy, 수막구균감염 패혈증으로 얼굴이 무너진 여성)는 “촬영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내가 흥밋거리로 이용되고 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우리는 모두 우리를 사랑해줄 누군가를 찾으려는 사람들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실제로 언데이터블스는 수많은 사람에게 인생을 변화시키는 경험이었으며 연애와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물론 모든 만남이 그렇듯, 언데이터블스에서도 실패한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이 의도적으로 부당하거나 선정적 또는 가식적으로 그려지지는 않았다. 단지 장애인이 하는 연애의 다양한 모습을 현실적으로 다룸으로써 일정 부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사회적 장벽을 허물었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논란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언데이터블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점은 사랑의 욕구에 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사랑할 사람을 찾기 위해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더 긍정적이고 수용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 출처

1.Straits Times. (2017.03.02.). Disability no barrier to love. 2018년 2월 2일 접속, http://www.straitstimes.com/lifestyle/dating-and-the-disabled,

2. Carrie Aimes. (2017.08.02.) My thoughts on The Undatesables. 2018년 2월 2일 접속,

http://www.musculardystrophyuk.org/blog/my-thoughts-on-the-undateables/

※ 이글은 인천전략이행 기금 운영사무국을 맡고 있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외협력부 윤주영 대리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인천전략’은 아‧태지역에 거주하는 6억 9천만 장애인의 권익향상을 위한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2013~2022)의 행동목표로,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인천전략사무국으로서 국제기구협력사업, 개도국 장애인 지원 사업, 연수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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