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나대웅 씨가 경비원에게 출입을 거부당하고, 온갖 폭언까지 당했다고 주장하는 안양시 범계역 부근의 빌딩 후문. ⓒ박종태

“어떻게 이 시대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일반 상가빌딩에서 통행권을 제지당하고, 온갖 폭언을 듣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 현실을 꼭 보도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일이 세상에 알려지고 공론화되어야 앞으로 또 다른 장애인들이 사회 일부의 뒤틀린 시선에 억울하게 상처받고 피해 받는 일이 없을 거라고 믿습니다.”

경기도 군포시에 살고 있는 나대웅(지체장애 2급)씨는 지난 1일 안양시 범계역 부근에 있는 한 빌딩에서 이 같은 일을 당했다며 분통해 했다.

나 씨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경 범계역 부근에서 산책을 하다가 날씨도 너무 덥고 해서 시원하고 괜찮은 카페를 발견하고 길을 들어다. 그런데 모바일 상의 지도와 달리 생각보다 길이 복잡했고, 결국 빌딩 정문을 찾지 못하고 주차장 쪽으로 오게 됐다.

마침 건물 주차장 입구에는 경비원이 있었고,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물었다. 경비원은 “여긴 엘리베이터 없다고, 못 들어간다”고 했다.

살펴보니 주차장에서 이어지는 건물의 1층 로비가 눈에 들어왔고, 천천히 그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경비원은 휠체어를 잡고 팔을 붙잡더니 무력으로 제지했다. 그리고는 “왜 그쪽으로 가려고 하느냐? 몇 층으로 가려고 하느냐? 무슨 용건이냐?”라며 무척이나 화를 내며 따져 물었다.

순간 당황했고 겁에 질렸다. 그냥 위층으로 가려고 한다고 하자 경비원은 계속 윽박을 지르고 휠체어를 붙잡아 끌어당겼다.

여기는 장애인들이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없다며 휠체어와 몸을 끌어당기며 화를 냈고, 엄연히 옆에 보이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 표시를 가리키며 이런데도 못 들어가느냐고 반문했지만 사람들이 타는 엘리베이터는 있어도 장애인 엘리베이터는 없다며 휠체어니까 못 들어간다는 황당한 말을 했다.

나 씨는 그 상황을 최대한 이해해보려 엘리베이터가 무척 좁아서 그러느냐고 다시 물어 봤더니 ‘그렇다’고, ‘장애인들이 탈만한 엘리베이터는 없다’고 해서 “죄송하다”고 말한 뒤 그 자리를 떠났다. 결국 코앞에서 로비로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곳을 떠나 건물 반대편 쪽으로 돌아가 보니 1층 정문이 보였고, 로비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살펴보니 아까 그 경비원의 말과 다르게 엘리베이터가 3대나 있었고, 장애인용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공간도 넓었다. 장애인이 들어가도 아무 문제없는 빌딩이었다. 순간 너무 기가 막히고 화가 나서 다시 주차장 경비원에게 따지러 갔다.

‘왜 장애인이 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못 들어가게 막았느냐’고 물어보니 ‘거긴 무엇 하러 들어 갔냐’며 못 들어가는 데라고 우기기 시작했고, 서른이 넘은 나 씨에게 ‘니가 , 너가’라고 하면서 반말과 삿대질을 했다.

나 씨도 흥분해서 목소리가 높아졌는데, 경비원이 심한 욕설을 심한 말을 거침없이 내뱉으며 성질을 냈다.

“억울하고 분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존댓말을 하며 왜 욕을 하시느냐고 예의를 갖춰 따졌지만 돌아오는 말은 충격적인 말이었습니다. 장애자가 밖에 싸돌아다니는 게 죄라면 죄야! 뭘 이런데 싸돌아 댕기냐고! 너무 비참하고 황당해서 절대 그냥 안 넘어가겠다. 시청에 알리겠다고 해도 경비원은 배 째라는 식으로 행동했고, 계속해서 저에게 삿대질과 제 손을 툭툭 건드리면서 고함을 지르고 화를 퍼부었습니다.”

마침 그때 지나가던 여성분은 상황을 목격하고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는지, 경비원에게 사과하라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경비원은 오히려 ‘나 씨가 어른에게 화를 낸다면서 사과를 받아야한다’고 잘못을 뒤집어씌우고 보행라인에서 말을 했는데도 여긴 차들만 다니는 곳이라고 무단침입자 취급을 했다. 또한 너무 무섭게 화를 내서 4층을 5층이라 잘못 말한 것을 가지고 트집을 잡아 5층에는 카페가 없다면서 거짓말을 했다고 역정을 냈다.

“이 빌딩은 누구나가 들어갈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일반 상가빌딩이며 카페와 다양한 상점 그리고 한의원이 있는 빌딩입니다. 저는 눈물이 나고 화가 났습니다. 이건 정말 아니라고 판단했고 결국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경비원은 그제야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더니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나왔으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 씨에게 따지고 들었다. 결국 현장에 경찰이 도착해서야 태도가 360도 돌변해서 엎드려 절 받기로 사과를 받아냈지만, 이것만으로 당한 수모와 상처는 너무 컸다.

안양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용훈 소장은 “해당 빌딩 1층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출입을 하는 곳인데,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을 막을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경비원의 행태를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빌딩 관리소장은 “경비원이 욕설을 하는 것은 듣지 못하고, 경찰이 와서 파출소까지 갔다가 왔으며, 경비가 너무 심하게 한 것은 인정을 하다”면서 경비원 처분과 관련해서는 “시말서를 받겠다”고 말했다.

빌딩관리 회사 관계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로 파악해 보겠다”면서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 씨는 “이날 있었던 일은 저에게 정신적으로 큰 상처가 됐고, 지금도 너무 괴롭다”면서 “내가 당한 일은 모두 사실로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에 이 사건과 관련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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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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