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증장애인 배현우 씨가 고 오지석 씨에게 쓴 편지글을 낭독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지석아, 네가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고 너로 인해서 세상이 변할 줄 알았지만, 네가 원하던 그런 세상은 아직도 오지 않았어.”

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호흡기를 낀 최중증장애인 배현우 씨는 4년 전 세상을 떠난 고 오지석 씨를 떠올리며 담담히 편지글을 읽어나갔다.

고 오지석 씨는 4년 전인 지난 2014년 4월 16일, 활동지원사가 퇴근하고 어머니가 집 앞 물리치료를 받으러 나간 사이 사용하던 인공호흡기에 이상이 생겨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뒤, 뇌사 47일만인 6월 1일 새벽 끝내 숨졌다.

오 씨는 호흡기 없이는 5분도 스스로 숨을 쉴 수 없는 근육병장애인이었으나,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다는 이유로 독거나 취약가구 추가지원을 받지 못했다. 중앙정부에서 받던 활동보조 시간은 고작 월 118시간, 하루 평균 4시간에 불과했다.

배 씨는 “지석이가 세상을 떠난 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지석이가 그토록 염원했던 활동보조 24시간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 상황이면 지석이가 살아있더라도 24시간을 못 받게 되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호흡기를 사용하는 최중증 근육장애인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는 사고가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고 오지석 씨 4주기 기자회견 모습.ⓒ에이블뉴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최중증’이면서 ‘돌볼 가족이 없는 장애인’에 대해서 활동보조 시간을 24시간으로 지원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 공약은 현재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더욱이 공약이 실현된다해도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오 씨의 경우 해당되지 못해 24시간을 제공받지 못할 터다.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동희 소장은 “밖에 나오기 힘들어서 집에만 있을 수밖에 없던 오지석 동지는 활동보조 확대를 위해 날씨가 더워도, 추워도 투쟁 현장을 다니며 목소리를 내어왔다. 최중증장애인들의 현실에 가슴 아파하고 당사자로서 이야기 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일 것”이라면서 “하루 속히 중증장애인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도 “문재인정부가 들어선지 1년이 넘었지만, 활동보조 24시간 공약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 활동보조가 필요한 장애인이 기다려야 하냐. 다 죽어야만 대책을 세울 것”이냐면서 “예산을 올려서 중증장애인이 필요한 만큼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피력했다.

‘장애인의 목숨이 현실성 없는 활동지원에 저당 잡혀있다’ 피켓을 든 정영만 한국근육장애인협회 회장.ⓒ에이블뉴스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보장을 촉구하는 장애인 모습.ⓒ에이블뉴스

‘장애인의 현실반영 장애인의 목숨반영’ 피켓을 든 함께가자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보민 실장.ⓒ에이블뉴스

고 오지석 씨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는 장애인 모습.ⓒ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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