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소속 오승희 씨.ⓒ에이블뉴스

4월은 ‘장애인의 달’이라고 불린다. 정부는 1972년 민간단체에서 개최해 오던 4월20일 ‘재활의 날’을 1981년부터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개최해 왔다.

또 20일을 전후한 약 일주일간을 ‘장애인 주간’으로 정하고 다채로운 행사를 벌인다.

반면 한편에서는 4월 20일을 앞두고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을 구성, 매년 집중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는 장애인수용시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 3대 적폐 폐지를 촉구한 바 있다.

상반된 4월의 모습, 장애인들에게 4월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 24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만난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소속 회원 오승희(지체1급, 32세)씨에게 장애인의 날의 의미를 묻자, 곧장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라고 정정한다.

“저는 4월을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장애인에 대한 차별철폐가 빨리 이뤄졌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달이죠.”

오 씨는 하지마비의 1급 지체장애와 4급의 시각장애를 동반하고 있다. 1급 시각장애인 남편과 결혼해 6살 딸의 엄마기도 하다. 장애를 가진 엄마 오 씨 또한 ‘육아 전쟁’을 피할 수 없다. 아니, 더 힘들다.

“아이가 3살 정도 되면 막 여기저기 달려 다니는데, 저는 휠체어를 타니까 바로 가서 잡지 못해요. 또 잘 안보이다 보니까 위험하지 않은 일에도 아이를 혼낼 때도 있고요. 참 마음이 아파요.”

가장 속상할 때는 아이가 위험에 처할 때다. 정수기에 뜨거운 물을 받던 아이가 손이 데이는 사고가 발생했던 것. 아는 분의 도움으로 바로 대처를 했지만, 시각장애로 인해 빨갛게 데여버린 아이의 상처를 알아보지 못해 더욱 마음 아팠다.

“2년 전에 병원에 갔을 때 아이를 잃어버렸어요. 안내데스크에 가서 방송 좀 해달라고 했는데 안 해주고, 모르는 사람 붙잡고 아이를 찾아달라고 했거든요. 비장애인 같은 경우는 바로 뛰어가서 찾을 수 있지만, 저는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는 입장인 게 가슴 아프죠.”

지난 19일 77명의 중증장애인들이 광화문에서 청와대까지 오체투지를 진행한 모습. 오승희씨 또한 3시간동안 포기하지 않고 청와대까지 기어갔다.ⓒ에이블뉴스DB

그런 그녀는 문재인 정부에 ‘모성권’을 강력 촉구했다. 오 씨는 앞서 지난 19일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두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위한 투쟁결의대회에 참가, 77명의 중증장애인들과 광화문에서 청와대까지 3시간을 온몸으로 기어가는 ‘오체투지’에 참여했다.

하지마비인 그녀는 3시간동안 주변의 만류에도 포기하지 않고 청와대까지 기어가는데 성공했다. 그 날 무릎에 박힌 굳은살들은 ‘영광의 상처’다.

“아이가 18살이 되면 부양의무제 덫에 걸려 수급자에서 탈락할 수 있는 것이고, 개개인의 특성이 반영되지 못한 활동보조 때문에 월 67시간 밖에 받지 못해요. 이 악물고 했어요. 저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었죠.”

짧은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녀는 아이의 ‘육아 걱정’을 가장 많이 했다. 아이의 육아를 위해 활동보조 24시간이 가장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월 67시간으로는 하루 2~3시간 정도인데, 그 시간동안 청소하고 뭐하고 하면 금방 가요. 결국 아이는 제가 다 케어할 수밖에 없거든요. 지금 6살인데 말도 안 듣고 스스로 뭔가 자기가 해가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저는 속이 타요. 모성권 보장이 정말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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