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장애인이동권 투쟁 현장에서 입었던 조끼. ⓒ에이블뉴스DB

진보적 장애인권운동 단체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장애인이동권연대 후신)가 성추행을 당한 여성장애인의 2차 피해 조치에 둔감한 모습을 보여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 대표 박지주(47·지체장애 1급)씨가 장애인이동권 투쟁 영상인 ‘버스를 타자’(2002년 제작, 감독 박종필, 제작 다큐인)에 16년 전 자신을 성추행한 A씨의 모습이 나와 삭제를 요청했지만, 조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당시 장애인계에 큰 충격을 안겨 준 사건으로 본지도 지속적으로 보도한 사안이다.

박 씨는 2002년 8월 경 선배인 장애인이동권연대 사무국장 A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이를 2003년 초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부설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 제보하면서 공론화됐다.

이후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을 주축으로 ‘성추행사건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져 A씨의 공개사과 등 사태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한 활동을 펼쳤다.

결국 A씨는 2차례 공개사과문을 발표했고, 장애인이동권연대도 2차례에 걸친 사과문 발표와 함께 A씨를 퇴출시켰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으로도 재직 중인 박 대표에 따르면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교육을 위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에서 장애인이동권 투쟁영상 ‘버스를 타자’를 입수했다. 2017년 9월 경 영상을 상영했고, 그 영상을 본 순간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성추행 가해자 A씨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박 씨는 2017년 12월 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배복주 반성폭력위원장에게 각각 통화와 문자로 “버스를 타자”에 A씨가 출연한 부분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삭제를 위한 조속한 논의와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박 씨는 이를 공론화 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전장연은 지난 11일 입장문을 통해 “‘버스를 타자’라는 영상에 A씨의 모습이 담겨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사건의 피해자인 박 씨가 요청할 때까지 영상에 대한 문제의식과 수정할 계획을 가지지 못했다”면서 “2017년 말, 피해자가 A씨가 나오는 영상을 삭제하기 원한다는 뜻을 인지한 이후에 박 씨가 이메일로 각 언론사와 단체에 공개적으로 제기를 할 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이로 인해 지난 시간 고통 받았을 박 씨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면서 “이제라도 조직적으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고 신속하게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2일 ‘2018년 제2차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박 씨가 요구한 영상 ‘버스를 타자’ 원본의 수정을 제작 권한이 있는 다큐인에 요청하고, 회원단체는 수정이 될 때까지 ‘버스를 타자’ 영상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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