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일 평창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3평’ 성화봉송을 진행했다.ⓒ에이블뉴스

“우리도 평창올림픽에 가서 그 멋진 경기들 보고 싶지만, 돈이 없고, 교통편이 없고, 잘 공간이 없어서 못 갑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만에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개최를 일주일 앞둔 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외쳤다. 장애인들이 갈 수 없는 올림픽은 문재인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평화’ 올림픽이 아니라고.

“TV에서 올림픽을 볼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라고 하는데, 우리는 하루 하루 밥먹고 사는 세월이 뼈저리게 힘듭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평등’ 없인 ‘평화’ 올림픽은 없다. ‘평창‧평화’에 ‘평등’을 더한 ‘3평 올림픽’을 만들어달라고 ‘3평’ 피켓을 들고 장애인들만의 특별한 성화봉송을 진행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출발한 전장연표 성화봉송은 청와대 앞까지 이어졌다.

시민들의 어리둥절한 시선들에 장애인활동가들은 마이크를 들고 왜 이 추운날 청와대로 가는지, 왜 길거리로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 선전했다.

“우리는 이상한 사람이 아닙니다.장애인이 평창올림픽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겉치레의 올림픽이 안됐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달하고자 나온겁니다.”

전장연이 이날 ‘평등’을 강조한 채 청와대에 전달한 요구안은 노동, 교통, 문화예술, 복지 등 총 4개 분야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명애 대표.ⓒ에이블뉴스

‘평화’ 올림픽이 아닌 이유 -①가족들의 ‘짐짝’ 만드는 복지

문재인정부가 강조한 ‘평화’올림픽이 아닌 이유는 문정부의 복지정책이 장애인을 가족들의 ‘짐짝’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삭발 투쟁 등으로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를 만들었지만, 필요한 만큼 제공되지 않는다. 24시간 활동보조를 제공받지 못해 최중증장애인들이 가족들에게 의지하고, 끝내 죽어간다.

전장연은 문재인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한 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을 촉구했다.

또 기존 중복3급까지 주는 장애인연금 대상을 전체 3급 장애인에게 확대하고, ‘마의 65세’라 불리는 활동지원의 연령 제한 폐지를 요구했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명애 대표는 “삭발하면서 만들었던 활동지원이 24시간 문턱을 못 넘어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내가 평생 우리 부모님께 짐짝이었는데, 이제는 그 자식한테 짐이 되고 있다”며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고 산다”고 말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에이블뉴스

‘평화’ 올림픽이 아닌 이유 -②경기장에 갈 ‘버스’가 없다

당장 평창올림픽을 앞뒀지만, 장애인들은 경기장에 갈 수 없다. 왜?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전장연은 올해로 5년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탈 수 있도록 이동권을 보장하라고 외치고 있지만, 삶은 변함없다.

정부는 뭘 하고 있냐고? 2020년까지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탈 수 있는 탑승장치를 연구하겠다는 계획뿐이다.

더욱이 지난 1월31일 국회를 통과한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에는 법안 심의과정에서 운송사업자의 휠체어 탑승장치 설치 의무화가 삭제됐다. 주요 언론사들에서 ‘휠체어 장애인 버스 탄다’는 골자의 기사를 쏟아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통과된 휠체어 탑승 장비 설치 근거는 이미 생긴지 10년이다. 그 근거 하나로 장애인도 버스 탈 수 있다고 선전하는 언론사, 정부는 평창올림픽이 평등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속히 이동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일 평창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3평’ 성화봉송을 진행했다.ⓒ에이블뉴스

‘평화’ 올림픽이 아닌 이유 -③돈 벌 일자리가 없다

지난해 11월21월부터 오늘로 74일째 농성 중인 ‘노동’ 분야도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의 면담 성사가 이뤄지지 않아 올스톱됐다.

전장연은 문재인정부의 핵심 일자리 정책인 81만개 공공일자리 중 1만개를 중증장애인 몫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월 5만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발달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달라고 법 개정도 촉구하는 중이다.

현재 이 요구안들을 다룰 민관협의체 구성을 완료했지만, 김 장관이 면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전장연은 김 장관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우선적으로 듣길 바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일 평창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3평’ 성화봉송을 진행했다.ⓒ에이블뉴스

‘평화’ 올림픽이 아닌 이유 -④찬밥 취급 문화예술권

마지막 최근 전장연이 요구하기 시작한 ‘문화예술’ 분야의 경우, 1%도 안 되는 장애인 예술관련 예산을 높여 장애예술인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중이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일반예산 기준 장애인 문화예술체육 예산 비중은 0.39%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전시성, 일회성 행사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 필드에서 예술활동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예산도, 설 자리도 없다.

극단 춤추는허리 서지원 팀장은 “연습공간이 없어서 그나마 편의시설이 되어있는 대학교를 찾아다녀야 하고 그것도 안될 때는 공원에서 비와 눈을 맞아가며 연습을 하곤 했다”면서 “장애인도 차별받지 않고 문화예술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일 평창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3평’ 성화봉송을 진행했다.ⓒ에이블뉴스

‘평등’ 올림픽 안 된다고? 그렇다면 기. 어. 간. 다.

전장연은 4가지 분야의 요구안을 토대로 각각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아름다운 데이트를 기다리고 있다.

면담을 통해 4개 분야 요구안을 쟁취해 장애인도 함께하는 진정한 평화올림픽을 만들자는 것.

그럼에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바로 투쟁이다. 전장연은 오는 9일 오전 11시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4대 요구안을 알린다. 이후에도 대답이 없다면 설날 연휴에도 서울역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선전전을 펼친다.

그럼에도 대답이 없다면? 3월9일 평창패럴림픽 개막식에 찾아가 300여명의 장애인과 장애부모들이 기어서 투쟁할 계획이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강조했다. “4명의 장관들과의 아름다운 데이트를 원합니다. 간절한 요청을 받아주세요. 만약 데이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장애인과 장애부모들이 패럴림픽 개막식까지 기어갈 겁니다.”

벌써 전장연은 투쟁에 맞춘 투쟁가를 만들었다. “쨍하고 해뜰날 기어간단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일 평창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3평’ 성화봉송을 진행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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